이유미 마노컴퍼니 대표. 제공 : 마노컴퍼니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공감은 능력이라는 단어와 결합해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자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공감을 주제로 한 전문적 교육은 전무했다.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착한 아이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도덕책으로 배운 것이 거의 유일하다. 이러한 공감을 키워드로 비즈니스를 하는 소셜벤처가 있다. 카드와 스토리북으로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공감의 크기가 곧 꿈의 크기`라는 마노컴퍼니의 이유미 대표를 만났다.

 

-공감을 주제로 사업하시게 된 계기는?

대학 학부 시절 전공인 심리학이 너무 재밌었다. 개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공부하면서 진로를 고민했다. 대부분 대학원에 갔다. 그리고 대부분 심리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상담을 해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반 사람들도 심리학을 잘 사용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이런 생각을 하다가 회사에 다니면서 우연히 많은 아이를 만났다. 400명가량의 18개월 아이들을 추적 관찰하는 일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지능은 굉장히 높은데 `친구가 울면 어떻게 해줄 거야?` 같은 쉬운 질문에는 답을 못하고 막히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 눈동자를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능과 공감능력에 큰 차이가 났다. 이런 아이들을 도와주는 영역에서 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감정,장소,관계,행동 카드 각 25장, 총 100장의 카드로 구성된 마노카드. 제공 : 마노컴퍼니

-카드와 스티커, 스토리북 개발 이유는?

제품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드로 아이들이 감정 선택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감정, 장소, 관계, 행동 카드가 25장씩 10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어른들도 쉽게 자신의 감정을 카드로 선택하기 어렵다. 감각적인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카드와 스티커로 붙여보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부모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예쁜 모양의 색으로 아이들이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카드와 스티커로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토리북은 학교생활에서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가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 두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지를 표현한 책이다. 한쪽 이야기를 들어 보면 슬펐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반대 친구 입장에서 보면 별 의도가 없는데 슬퍼하기도 한다. 어떻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보통 그림책과 동화책이 선악의 구분이 되어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들도 학교생활도 대부분 그렇다. 다르게 경험하는 갈등 상황을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어른들이 읽어도 고민될 수 있을 정도로 답을 내기 애매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직접 교육보다 도구가 더 효과적일까?

우리나라 대부분 교육기관은 아이들과 부모의 대화, 아이들과 교사의 대화를 대신해준다. 전문기관들이 대화를 대신해준다. 그것을 안 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부모랑 더 잘 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학원이나 교육, 교사 양성 방식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쉽게 대화할 수 있는 놀잇감으로 카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앱을 개발했다. 1년 정도 했는데 그만뒀다. 마주 보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화면을 계속 보고 있게 됐다. 카드는 굉장히 다양하게 쓸 수 있다. 감정카드만으로도 쓸 수 있다. 대상을 하나 놓고 여러 가지 감정을 뽑아낼 수 있고 카드로 이야기도 만들 수 있다.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아이들이 마이마노카드에 자신의 감정,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공 : 마노컴퍼니

-이런 공감 교육 얼마나 도움될까?

우리나라 교육은 어릴 때 배운 것을 어른이 돼서 쓴다는 개념이 있다. 공감도 그런 종류일 것이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공감은 인지적 공감, 정서적 공감, 행동적 공감이 있다.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정서적 공감은 그 사람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것, 행동적 공감은 행동으로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세 가지가 다 있어야 한다. 그런 구분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해석하면 설명하기 어렵다.

인지적, 정서적 공감을 통해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보면 모든 갈등 상황에 다 적용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갈등 상황도 공감 속에 들어가면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제품을 사용해본 교사와 부모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효과에 대해 확신을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내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준다는 것 자체에 무척 행복해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려줘야 할 것 같지만, 아이들은 나름의 방법들을 갖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줍었던 아이가 활발하게 되는 경우, 폭력적이었던 아이가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난다.

학교 안 상담 전문 교사분들, 학교폭력 담당 교사분들이 계신다. 1:1로 대화할 일이 생길 때 사용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구매하신다. 경기도 학교폭력 담당 교사께서 써보고 좋아서 1, 2, 3학년 예산으로 다 구비하기도 했다.

 

-공감 교육이 필요한 교육계에 한 마디

지식적인 부분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이들이 훨씬 빨리 배우고 정보 습득도 유튜브 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배운다. 이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변함없이 줄 수 있는 것은 정서 경험.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경험이다. 교육 회사는 아이와 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철학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교육이 아니라 경험이다. 경험은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제공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