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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이다.

아버지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을 이어 오뚜기를 경영하고 있다. '착한 기업인'으로 불리는 선친처럼 정직한 자세로 경영에 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오뚜기는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함영준 상속세 전액 납부 등 모범적인 기업의 면모를 보여줬다. 소비자들이 오뚜기에 '갓(God, 신)'과 오뚜기를 합친 '갓뚜기'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 함영준 본인은 언론에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은 기업의 모범사례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딸 함연지가 주식 3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착한 기업 이미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기업도 없다. 오뚜기는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등 정부의 압박이 시작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함영준은 갓뚜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갓뚜기라는 이름값이 있는 만큼 잣대는 더 엄격하다. 그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함영준은 어떤 사람인지, 그가 가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문재인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함영준에게는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한 이름일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청와대 주최 '호프만찬'에 함영준을 초대했다. 당시 삼성, SK, 롯데, 포스코 등 재계순위 14대 그룹 오너를 초청했는데 뜬금없이 중견기업 회장인 함영준이 포함돼 이목을 끌었다.

청와대는 재계 순위 200위 밖인 함영준을 초청함으로써 원하는 기업상을 재계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됐다. 청와대는 오뚜기가 일자리 창출 모범 기업이어서 초청했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3000명이 넘는 직원 중 비정규직 비율이 1% 정도에 불과하다. 당시 편법 없는 상속세 납부, 십 여년 동안 라면값 동결, 협력업체와 상생 등 미담이 끊임없이 나와 모범적인 기업으로 칭송받았다.

만찬 당일 문재인은 함영준에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갓뚜기라는 그런 말을 만들어낸 거죠? 젊은 사람들이 아주 선망하는 그런 기업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함영준은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라고 답했다.

함영준은 만찬에 초대된 것이 부담스럽지만 영광이라고 밝혔다. 원래 언론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14대 그룹 총수와 대통령 사이에 껴있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문재인은 아랑곳 않고 "오뚜기는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다"라며 "나중에 노하우도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조

오뚜기의 아킬레스건 '일감 몰아주기'를 쥐고 있는 인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오뚜기라 해도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함영준과 김상조가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뚜기가 2016년 총 3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총 매출에서 32.3%인 1조1000억원이 내부거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함영준 일가가 가져간 오뚜기 배당금은 2016년 기준 395억원 중 40.5%인 160억원에 달했다"며 함영준 일가가 고의적으로 배당을 올려 상당한 액수를 배당금으로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함영준은 "오뚜기 배당금을 올린 것은 소액주주 보호 차원으로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 올린 것"이라며 "배당금 올린 것으로 대주주도 혜택을 보긴 했지만 부가적인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김상조는 "오뚜기가 노사관계 등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지적받을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오뚜기는 자산 5조원 미만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오뚜기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마 위에 오르기 전 함영준은 먼저 행동했다. 오뚜기는 지난 7월 계열회사인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오뚜기는 합병 목적으로 "핵심 원재료, 중간제품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故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이자 명예회장. 함영준의 선친. 오뚜기가 '갓뚜기'로 불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 2016년 9월 별세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이행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1969년 오뚜기를 창업했다. 47년간 식품산업 외길을 걸었다. 1969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국내 최초로 즉석카레를 생산해 판매했다. 1971년에는 토마토케첩을 최초 판매했다. 당시 '도마도케찹'이 제품명이었다. 1973년 마요네즈도 처음 소개했다. 故 함태호는 일본에서 카레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발견, 1981년에 3분카레를 출시했다. 그렇게 오뚜기는 한국인의 식생활을 바꿔갔다. 마요네즈, 토마토 케첩, 분말 카레 등은 소비자들이 40여 년 동안 꾸준히 찾는 초 히트 상품이 됐다. 

故 함태호의 뜻에 따라 오뚜기는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여년 동안 5000여명의 어린이에 희망을 전달했다.

또, 1996년 사재를 출연해 오뚜기재단을 설립했다. 2017년 12월까지 약 800여명에게 총 55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오뚜기는 "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유능한 인재 양성을 통해 국민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기업의 또 다른 책무’라는 소신을 갖고 오뚜기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밀알복지재단에 315억원의 개인 주식을 기부하는 등 수많은 선행을 했지만 故 함태호의 선행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었다. 고인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 오뚜기 정신"이라며 알리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 함영준에 약 3500억원의 자산을 남겼다. 함영준이 내야 할 상속세는 무려 1500억원에 달한다. 함영준은 편법 없이 5년에 걸쳐 분납하겠다고 밝혔다. 공익법인 등 각종 편법을 통해 세금을 피해가는 다른 재벌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함영준의 결단에 오뚜기의 이미지는 수직상승했고, 사람들은 "역시 갓뚜기"라며 인정했다. 

함연지

함영준의 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을 맡고 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KBS 드라마 '빛나라 은수'에 출연했다.

최근 수백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것이 이슈가 됐다. 

정작 함연지는 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갖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22일 KBS 예능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알았는데 300억원인 줄은 몰랐다"며 "기사가 나간 후 엄마에게 전화해 이렇게나 주식이 있냐고 물었는데 엄마도 모르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10월 함연지가 의결권 있는 주식 1.19%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오뚜기 3세 특혜는 받지 않는다며 출연료도 일반인 수준이라 밝혔다. 함연지는 오뚜기 3세라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오뚜기 신제품 출시 전 먹어볼 수 있는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함연지는 "(해피투게더에 출연해서) 아빠 이야기를 다 할 거라고 했다. 걱정하실 법도 한데 저를 믿어주시더라. 그래서 내가 정말 잘해야지, 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영준은 한국 유수의 식품기업 회장이지만 함연지에겐 그저 좋은 아빠였다.  

한편, 함연지의 오빠이자 함영준의 아들인 함윤식은 오뚜기 지분 2.1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함윤식은 오뚜기 주식을 14억원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인 함연지보다 함윤식이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석봉

석봉토스트 창업자이자 대표. 서울시청 무교동에서 1997년 석봉토스트를 시작했다. 노점상이었지만 현재 대표적인 토스트 프랜차이즈가 됐다.

김석봉은 2004년 자서전 '석봉토스트, 연봉 1억 신화'에서 오뚜기와의 인연을 밝혔다.

김석봉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토스트를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선행이 방송에 공개되자 함영준 측에서 김석봉에 연락을 취했다. 김석봉은 갑자기 오뚜기 관계자가 찾아와 "오뚜기 식품 아시죠? 어제 우리 사장님이 선생님이 출연한 방송을 보고 감동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그 사람 내일 당장 찾아보고 몇가지 소스를 쓰는지 물어봐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석봉 토스트를 방문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김석봉은 오뚜기식품에서 생산하는 소스를 협찬받았다. 김석봉은 10년 동안 소스를 무상으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오뚜기

식료품 제조 및 판매회사. 1969년 설립됐다. 케첩, 마요네즈, 냉동만두, 냉동밥 등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총 20개의 계열회사가 있다.  

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세웠고, 함 명예회장의 아들 함영준이 경영하고 있고, 함 명예회장 손자 함윤식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상속세 편법 없이 전액 납부, 비정규직 없는 회사 등 미담으로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재밌는 점은 소비자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르는 이유에 라면 가격 동결도 있다는 것. 오뚜기는 '진라면', '스낵면', '참깨라면' 등 주요 라면의 가격을 10년째 올리지 않고 있다. 경쟁사 농심, 삼양식품 등은 일제히 라면 가격을 올렸지만 오뚜기만은 올리지 않았다. 가격 동결, 기업 이미지 등으로 진라면의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농심 독주 체제였지만 지금은 단언하기 어렵다. 

오뚜기는 가정간편식(HMR) 신제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원조 HMR 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오뚜기지만 기존 제품만으로는 안주하지 않았다. 함영준 회장 취임 이후 오뚜기컵밥, 간편컵국 미역국 등 새로운 분야의 제품이 대폭 늘었다. 1인가구 확산 등으로 간단하면서도 일정 맛을 보장하고 영양도 있는 가정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 이에 대응한 것이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착한 기업 오뚜기 회장, 함영준이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나갈지, 어떻게 과제를 풀어나갈지 주목해보자. 

Who's next?

2017 국감에 출석한 함영준처럼 2018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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