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불공정행위에 맞서는 작가들의 모임인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이하 레규연)’과 청년참여연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2일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민수 기자

“웹툰이 유명해지고, 학생들이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쁘기는커녕 마음이 무겁습니다. 매년 지망생이 늘고 데뷔 나이도 어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등이 신인 저작권을 편취하는 사례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창작노동자들이 문화산업계에 만연한 저작권 착취를 고발하기 위해 모였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불공정행위에 맞서는 작가들의 모임인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이하 레규연)’과 청년참여연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2일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계에서 지망생 착취와 저작권 편취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레진코믹스에서 ‘나의 보람’을 연재했던 작가 A씨는 한희성 레진 엔터테인먼트 의장을 공정위에 ‘우월적 지위남용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 A씨는 한 의장이 A씨의 데뷔 작품에 제대로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작품에 ‘글 작가’로 표기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편취했다 주장하고 있다. A씨 측은 한 의장이 문서로 된 원안이나 시놉시스를 받은 적이 없으며 그저 작품 방향 등만 논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2013년 데뷔 당시 한 의장은 레진코믹스의 대표였고, A씨는 미성년자였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아이디어나 방향성 정도를 제공한 사람이 그 이유만으로 저작권자라고 주장하면 창작 기여 정도가 원저작자에 이르지 못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작자라고 표기하면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왜 A씨가 보통 사례처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나 검찰 고발이 아닌 공정위에 신고했는지 주목해달라”며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하는 행위가 있다면 불공정 행위로 본다. (당시 레진코믹스 대표였던 한 의장이) 저작자가 아님에도 글작가로서 수익을 받도록 계약을 체결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보고 공정위에 판단을 요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 의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했다고 보고 공정위에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레규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레진코믹스의 저작권 편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이를 통해 그동안 보복이 두려워 쉬쉬해왔던 다른 피해 사례자들도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의장이 몸담고 있는 레진 엔터테인먼트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 9월 한 의장의 미성년자 작가 착취 논란이 터지자 레진 엔터테인먼트는 “한희성 대표와 작가 개인적인 문제다”라며 선을 그었다.

레규연에서 활동하는 웹툰작가 미치는 “레진코믹스는 한희성 의장이 당시 대표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은 침묵하고 꼬리자르기식으로 대응했다. 비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것뿐이다”라며 “레규연은 플랫폼의 작가 착취를 묵인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치 작가는 레진코믹스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프로모션에서 배제되는 등 피해를 입었었다.

저작권 편취는 웹툰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한 20세 애니메이터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사한 학원에서 올해 퇴사하자, 학원장이 입사 전에 창작한 캐릭터를 모두 학원 명의로 상표권을 등록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가 SNS를 통해 피해 내용을 공론화하자 학원 측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 애니메이터는 “학원장이 멋대로 내 캐릭터를 자신 명의로 저작권 등록했다. 그리고 앞으로 캐릭터를 쓰지 말라며 경고장을 내게 보냈다. (내 캐릭터를 뺏겼다는 생각에) 과호흡, 공황장애까지 와 응급실에 실려 가고 현재 약을 복용하고 있다. 나는 창작을 하고 싶은 어린 학생일 뿐이었다. 회의감과 무력감을 느꼈다. 어린 창작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예술인복지법에서 문화예술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계약 강요, 적정한 수익배분을 거부하는 행위 등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데뷔를 앞둔 아마추어 작가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국장은 “미성년·아마추어 작가들도 예술인복지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험이 적은 미성년자 작가들이 첫 시작부터 불공정하게 데뷔하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불공정계약을 맺지 않도록 적절한 안내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불공정사건이 발생하면 충분한 상담과 법적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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