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의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검은 금요일)가 다가왔다.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 시즌인터라 이미 여기 저기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과 홍보 메세지들이 소비자 구매 충동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런 쇼핑 대목에 매장 문을 닫고 매장 직원들의 가족과의 시간과 쇼핑 대신 야외 활동을 장려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아웃도어 브랜드 REI다.

REI의 #OptOutside캠페인.

#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까지 쇼핑 대목

최근 들어서는 워낙 다양한 딜이 많고,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대대적인 행사가 다른 달에도 많아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 느낌도 들지만, 여전히 블랙 프라이데이는 쇼핑에서 중요한 날이다. 11월 세번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이날 많은 판매가 이뤄지게 되어 흑자를 보게 된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회계 장부에 적히는 블랙 잉크가 흑자를 의미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자체가 연방 공휴일이 아니지만 미국 여러 주에서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한다. 대학에서도 추수감사절 주간은 대부분 월요일과 화요일까지만 수업을 한다. 그러다보니 수요일-일요일 약 5일간 휴가처럼 이용된다. 소비자들은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많고, 리테일러들은 재고 원가 수준의 할인이더라도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결국 재고 관리상 이익이라 서로 윈-윈인 쇼핑임 셈이다.

리테일러들은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벌인다. 유통 공룡 아마존은 11월 1일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추수감사절 주간은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 – DEALS WEEK’라고 하여 더 많은 상품들을 할인한다. 매장에서는 일면 “Doorbuster deals”라는 미끼 상품으로 고객들을 유입한다. 태블렛 49달러 5개, TV 5대 한정 특가 식으로 말이다. 추수감사절 다음주 월요일은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라고 하여 온라인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있다보니 11월 중반 이후는 엄청난 쇼핑 딜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특히 좋은 딜의 경우 블랙 프라이데이 매장 오픈 전 이른 아침부터 가게 앞에서 줄을 서느라, 또는 한정 특가 상품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은 해마다 뉴스거리로 등장한다. 심지어 이날 인명사고를 기록해온 웹사이트(blackfridaydeathcount.com)도 등장할 정도다.

블랙 프라이데이 관련 사고 기록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0명이 사망, 111명이 다쳤다.

#블랙 프라이데이 뒤에 숨겨진 리테일 업계의 고통

블랙 프라이데이가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상품을 최고의 가격에 구입할지 여기저기 골라 쇼핑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날이라면, 리테일 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는 한 해 중 가장 힘든 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브랜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매장들의 오픈 시간이 당겨지고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과 노동 강도가 늘어난 탓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같은 경우 블랙 프라이데이는 새벽 5시에 시작했다. 해가 지나면서 오픈 시간이 당겨 지면서 추수감사절 당일 자정에 오픈하다가 최근에는 추수감사절 당일 저녁 10시에 매장을 열고 밤새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진행한다. 온라인상으로는 이미 추수감사절 주 월요일부터 ‘pre-Black Friday Sale’을 시작하는게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업계 종사자들에게 블랙 프라이데이는 노동 시간이 배로 늘어나는 날, 엄청난 수의 소비자들을 대하느라 체력적으로 고된 날이다. 심지어 doorbuster deals을 찾아 몰려드는 고객들로 인해 다치기 한다. 잦은 세일, 늘어나는 근무 시간, 고객 상대 증가 등의 이유로 직원들의 번아웃(Burnout)도 함께 늘어나 직원의 신체적 안전, 건강상 부작용도 늘었다. 미국 질병 통제 센터(CDC)에서는 crowd management and violence 에서 리테일 직원들을 보호하는 가이드 라인을 만들기까지도 했다.

#연중 최대 대목에 매장 문을 닫는다? REI의 #OptOutside캠페인

이렇게 엄청난 스트레스에 처하는 직원들을 고려해 2015년 연중 최대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문을 닫기로 한 기업이 나타났다. 1930년 창업, 연간 24억 달러(한화 약 2.6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REI다. REI는 2015년 과감히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에 매장 문을 닫고, 2일간 1만 2천 여명의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줄 뿐 아니라 온라인 상의 매출 관련 프로세스도 중지했다. 직원들이 일에 대한 부담감 없이 실제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배려였다. 올해도 역시 금요일에 영업을 중지할 예정이다.

4년째로 접어드는 #OptOutside라는 이 캠페인은 언뜻 보면 이해가 안된다. 그것도 연중 최대 대목에 매장 운영을 하지 않는데다 직원들에게 지불하는 유급 휴가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엄청날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몇 년간 이 캠페인을 지속하는 이유는CEO 제리 스트리츠크(Jerry Stritzke)의 의지의 영향이 크다. 그리고 이같은 선한 접근은 결국 기업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졌다. CEO 제리는 비즈니스 인사이더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블랙 프라이데이에 매장 문을 닫은 것이 오히려 여러 오프라인 업체들이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7년 #OptOutside캠페인 이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인지도는 14% 상승, 쇼핑 목적지 고려로 9% 상승, 브랜드 구매 의향은 7% 증가했다. 매장 방문도 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REI의 #OptOutside캠페인 상의 정보들

REI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REI의 진정성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REI홈페이지에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쇼핑 대신 할 수 있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정보, 주변 공원 정보, #OptOutside에 맞는 최고의 도시 50리스트 등, 한시성 이벤트라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느껴지는 정보들이 다양하다. 또한 CEO 제리가 포스팅한 #OptOutside에 관한 브랜드 신념과 새롭게 론칭하는 1백만 달러 규모의 ‘Nature for Health’에 관한 내용의 글도 눈길을 끈다. 종합해보면 CEO를 비롯한 리더쉽, 브랜드 미션, #OptOutside 캠페인의 방향성, 그리고 관련 컨텐츠들이 구체적이면서도 한결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REI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믿음을 주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SNS상으로 #OptOutside를 태그한 사진등을 공유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도 축적되었다.

애드위크(Adweek)에 따르면 2016-2017년 2년간 무려 700여개의 기업들이 REI의 캠페인에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2017년의 경우 리프트(Lyft)는 샌프란시스코, 오레곤, 피닉스, 덴터, 필라델피아 등 10개 도시에서 지역 공원으로 가는 무료 라이드 행사를 벌였다. 이처럼 기업의 선한 의지는 또다른 선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REI처럼 긍정적인 의지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 다른 기업에게 모범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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