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K 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언급을 여러차례 해온 만큼 사회공헌 사업에 대해 대외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우리가 행복하려면 고객·주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전제돼야 하고 우리의 행복을 이들과 나눠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같은 행복론이 SK그룹 주요 계열사 정관에도 반영되어 있다. '지속적인 이윤창출' 대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더불어 성장하겠다'라는 문구가 정관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실행하겠다는 내용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SK는 산하 재단만 총 17개다. 재단 수에 비해 총 자산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갯수로만 따지면 삼성보다 더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재단은 행복나눔재단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다. 플라톤 아카데미 역시 영향력이 있는 재단이다. 이들 재단의 사업들을 요약하자면 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지원이고, 한국고등교육재단과 플라톤 아카데미는 인재 양성과 학술 지원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행복나눔재단의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 구혜정 기자

먼저 2006년 설립된 SK의 행복나눔재단은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을 개발·확신한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한 사회혁신가 양성과 사회적 기업 모델 개발 2개 분야에서 총 14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혁신가 양성 사업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교류를 증진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KAIST 사회적 기업가 MBA, Social Innovators Table, 사회혁신 교육자 네트워크,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 SK 뉴스쿨, 루키 등이 있다.

사회적 기업 모델 개발 사업에는 총 8개 사업이 있는데, 행복나눔재단의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행복도시락이 이에 포함된다. 행복도시락은 결식이웃 지원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SK와 정부·지자체· NGO 등이 협력한 사회적 기업이다. 결식이웃에 도시락을 제공하고 또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 경력단절여성, 노인 등에 안정된 일자리를 지원한다. 

재단에서 바로 이 행복도시락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했는데, 또 다른 행복나눔재단의 사업 중 하나인 민간기업의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가 행복도시락의 주요 사업에 협업 파트너로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행복얼라이언스는 기본적으로 사회문제의 해결은 홀로 하기가 힘드니 여럿이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어보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회변화네트워크다. 2016년 만들어졌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는데 작년부터 주목한 것은 바로 아동들의 삶의 질 향상이다. 아동의 사회문제 해결에 행복도시락, 행복한학교 등이 이미 참여하고 있으니 이 역량과 자원을 투입해 아동문제의 해결에 박차를 가해보자는 뜻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올해부터는 교육격차 외에도 여아들의 위생보건 문제와 장애아들의 이동권 향상 문제 등 아동문제 중에서도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외에도 사회적 기업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투자 네트워크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총 18개 기업에 58.5억원이 행복나눔재단을 통해 투자됐다. 그 중 재단의 직접 투자는 38.5억이고 20억은 사회적 기업 펀드 등 출자로 이뤄졌다.

2006년 창립해 1대 이사장은 조정남 당시 SK텔레콤 부회장이며, 이후 2008년에는 김신배 SK 전 부회장이 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2009년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씨가 3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부터는 줄곧 최기원 이사장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재단 측은 "지난해 국내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10년차를 맞으면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가 양적·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 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현재 사업들을 고도화 해나가는 한편,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육성하는 부분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재단은 당초 SK행복나눔재단이 그 정식 명칭이었으나 현재는 SK를 떼어내고 행복나눔재단으로 통칭되고 있다. 최기원 이사장이 SK그룹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점에서 미루어, SK그룹 계열임에도 그룹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자체적인 사회공헌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역사는 꽤 유구하다. 1974년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했다. 재단의 설립 목표는 세계수준 학자를 양성해 학술발전을 통한 국가발전 촉진이다. 이에 재단은 국내 인재들을 선발해 유학자금을 지원해준다. 사회과학, 자연과학, 동양학, 정보통신 분야 등에서 727명의 박사학위자가 배출됐다.

또 재단이 인재양성의 2단계 중점 사업이라고 설명하는 국제학술사업은 아시아 각국 학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국내 학자와 협력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국과 아시아 내 17개 아시아연구센터를 설립해 현지 학자들의 다양한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학술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이사장에 이어 지난 1998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힘을 받았다. 최종현 이사장 시절에는 주로 해외유학 장학사업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에는 국제학술교류사업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최종현 선대 회장 20주기를 맞이해 비영리 공익재단, 최종현 학술원이 새롭게 출범됐다. 최태원 회장이 사재를 출자하고 SK계열사가 기부해 1000억원의 기부금으로 출범된 해당 재단의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이 맡으며, 학술연구와 국제포럼 등 기존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의 학술사업이 인가된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장학사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SK는 행복나눔재단에서도 주요 사업들이 커지면 별도의 재단으로 분리시키고 있다. 행복한 학교재단과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그 예다.

플라톤 아카데미. 사진. 구혜정 기자

이외에 2010년 설립된 플라톤 아카데미는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그 주요 사업이 인문학 연구를 지원 및 인재 양성이다. 인문학 세미나와 캠프, 학술동아리 지원, 인문학자들의 심화 연구 지원 등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해당 재단은 연세대 김상근 교수가 주축이 된 재단으로, 김 교수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강의한 르네상스 창조경영이 경영인들 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창원 씨가 맡고 있다.

그 외 SK 산하에는 행복나눔재단의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사회적기업인 행복한학교를 분리시킨 행복한학교재단과 역시 행복나눔재단의 사업에서 분리된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행복전통마을 등과 미소금융재단, 우란문화재단, 행복그린넷, 행복투게더, 행복한에코폰, 행복아이씨티 등이 있다.   

연관기사
[기업과 재단, SK편 ①] 사회적 가치 강조하는 SK의 재단들 주요 사업은?
[기업과 재단, SK편 ②] SK 공익법인, 사회적 기업 육성에 집중
[기업과 재단, SK편 ③] 사람과 학술에 집중 투자
[기업과 재단, SK편 ④] 이런 투자 보셨나요
[기업과 재단, SK편 ⑤] 국가 기간사업 주력 SK, 사회공헌도 국가대표급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