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 주주행동주의 사모펀드가 한진칼 경영권에 도전하고 국토교통부가 항공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532만2666주(9.00%)를 보유하고 있다고 15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회장에 이어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랐다. 조 회장은 친인척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 한진칼 지분 28.95%을 보유 중이다. 이어 국민연금이 8.35%, Credit Suisse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91%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대한항공(30.0%)을 관계사로, 진에어(60.0%), 칼호텔네트워크(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국내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자회사다. 주주 행동주의는 기업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 경영진에 구조조정, 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하는 투자 방식이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주식 보유 목적으로 "세부 계획은 없지만 장래에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계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행위'는 임원의 선임ㆍ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이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초부터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횡령, 배임, 사기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조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레이스홀딩스를 비롯한 주주들이 결탁해 조 회장을 이사회에서 배제하고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 회장과 친인척의 한진칼 지분은 28.95%지만, 그레이스홀딩스 9.00%, 국민연금 8.35%, 소액주주 58.38%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5월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 사태를 우려하며 공개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최근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노조 지부장과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에 조 회장 퇴진을 위한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한진그룹의 동일인이자 사내이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집단을 사유화하고, 횡령·배임 등의 범죄 행위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조양호 회장은 사실상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으나, 현재로서는 경영 참가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해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디어SR에 "경영참여 선언을 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을 예상한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감사 선임은 3%룰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 회장의 또다른 악재는 국토부의 항공법 개정이다. 

국토부는 지난 14일 항공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 임원이 관세포탈, 밀수 등 범죄를 비롯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 최대 2년 동안 신규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폭행, 배임, 횡령은 물론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거래, 조세, 관세포탈, 밀수 등으로 처벌받으면 항공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금고 이상 실형을 받으면 5년 동안, 집행유예일 경우는 그 기간만큼만 자격을 제한한다. 

법 개정 시점과 판결 시점에 따라 조 회장의 운명은 갈린다. 조 회장의 판결이 법 개정 시점보다 이르면 국토부의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토부의 법 개정이 조 회장의 판결보다 이르다면 조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항공사 임원 자격이 제한된다. 현재 조 회장은 한진칼 대표이사, 대한항공 대표이사, 진에어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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