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툰 프로모션 이미지. 제공: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자체 웹툰 플랫폼 '위비툰'을 내년 2월 종료한다. 출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갑작스레 종료 사실을 전달받은 작가들은 "무책임하게 사업을 정리할 거면 왜 작가들을 섭외했나"라며 우리은행을 규탄하고 있다. 

위비툰 연재 작가들은 1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기업의 문화산업 참여의지만 믿고 연재를 시작한 우리 연재 작가들은 늪에 빠진 심정이 되었다. 손해도 막심하지만, 창작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대기업의 안이하고 황당한 태도에 상처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리 "원래 1년 계약" VS 작가 "졸속 종료"

우리은행은 원래 1년짜리 사업으로 계약한 것이기에 시기에 맞춰 종료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그럴거면 왜 100화 이상 되는 장기 작품을 연재하도록 했냐며 '졸속 종료'라고 비판하고 있다.  

위비툰 연재 작가들은 성명서에서 "우리은행 측은 위비툰 사업 기간이 원래 일 년이었단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웹툰 플랫폼을 일 년만 하고 중단할 생각으로 출범시키는 경우는 대한민국 웹툰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플랫폼 개발과 콘텐츠 수급에만 몇 개월이 걸리며, 실제로 진행된 일도 그랬다. 100회가 넘는 장편까지 섭외하면서 1년이 채 못 되는 사업기간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은행은 문서상으로 중간에 낀 웹툰 공급업체와의 계약서만 존재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작품을 완결하지 못하고 중단 당하게 되는 작가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작가들은 위비툰 홍보비로 책정된 예산이 0원이었다며 우리은행이 사실상 플랫폼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15일 정무위원회 및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작가들은 탄원서에서 "우리은행은 분명 처음 위비툰을 오픈하면서 '금융계 최초의 웹툰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를 발굴해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것을 믿었기에 저희는 위비툰에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했던 것"이라며 "대기업으로서 문화사업을 시작하면서 이처럼 무책임한 행태를 벌인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도 1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무분별한 플랫폼 오픈,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작가를 끌어모으기, 무책임한 서비스 중단은 창작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폭력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작가 생계 

위비툰 연재 작가들에 따르면, 계약기간 1년에서 플랫폼 개발과 콘텐츠 수급에 쓴 몇 개월을 제외하면 실제적 웹툰의 연재 기간은 7개월 남짓이다. 

작가들은 이렇게 중단된 작품은 어디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기에 그저 폐기처분 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고 호소했다. 웹툰 작가들은 보통 작품을 준비하는데 수개월에서 몇 년까지 걸린다. 작품 준비 기간에는 고료도 받을 수 없어 수입 없이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준비한 작품이 플랫폼 문제로 종료되니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작가들은 위비툰 종료 공론화를 위해 트위터에서 #위비툰졸속종료, #떳다방_위비툰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서비스 종료는 작가 생계 문제로 이어진다. 작가들은 원고료로 생계를 이어나가는데, 당장 내년 2월부터 고료가 끊기게 된다. 작가들은 또다시 수개월 동안 작품을 준비해 새 연재처를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서비스 종료 계획 변함없다"

우리은행은 원래 계약 기간인 1년에 맞춰 종료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작가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가 아닌, 대행사에 작품 수급과 작가 계약을 위탁하는 형태로 위비툰을 운영했다. 이에 대행사에서 작가들에 연재 기간을 전달했을 것이라 간주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6일 미디어SR에 "원래 1년만 하기로 계약했었다"며 "작가분들이 연재 기간을 몰랐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연재 계획서를 대행사에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내면서 2월까지 연재하는 걸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100화나 되는 장기 작품을 수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그런 것까지는 우리은행이 컨펌하지 않는다. 우리는 2월까지 연재한다는 계획만 전달받은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재 중단 작품에 대해서는 "작품을 타 플랫폼으로 이관하는 등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우리은행이 대행사에 웹툰 수급 및 작가 계약을 위탁했지만, 우리은행 이름으로 나가는 플랫폼인데도 불구 연재 기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은행의 방만 운영이 아닐까. 작가들이 반발하는 것도 우리은행이 최종 '갑'임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충분한 설명과 대책을 준비해 작가들과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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