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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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문화사업의 대표주자인 CJ는 공익법인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2017년, CJ는 5개의 공익법인을 갖고 있었다. CJ나눔재단, CJ문화재단,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창조융합센터, 식품안전상생협회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지난해 청산했다. 공시된 2017년 사업기간은 1월 1일부터 9월 4일까지다. 

CJ그룹의 공익사업은 문화사업, 소외계층, 창업/중소기업 지원이 주를 이뤘다. 

2017년, 5개 공익법인의 자산은 총 1093억원이었다. CJ나눔재단과 CJ문화재단이 각각 총자산은 529억원, 509억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3개 법인의 총자산은 훨씬 적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43억원, 문화창조융합센터는 8억원, 식품안전상생협회는 4억원 규모였다.

CJ그룹의 공익법인은 지난 주 다뤘던 롯데와 마찬가지로 토지와 건물 자산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 주식과 금융자산이 자산의 90% 이상을 채웠다. 총자산 구성은 주식 666억원(60.89%), 금융 359억원(32.8%), 기타자산 68억원(6.31%)이다. 

주식 금융 많은데도 기부금이 주수입 

특이한 점은 자산의 거의 전부가 주식과 금융인데도 이자/배당 수입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CJ그룹의 5개 공익법인은 2017년 총 327억원을 벌었다. 총수입에서 이자, 배당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3%(10억원)다. 총수입의 68%인 224억원이 기부금, 93억원(29%)이 정부보조금이다. 2015년, 2016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도별로 살펴보자. CJ그룹의 총수입은 2015년 368억원, 2016년 384억원이지만, 2017년에는 327억원으로 57억원이 줄었다.

이는 문화창조융합센터 때문인데, 15년, 16년에는 이 법인이 60~70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받았지만 2017년에는 11억원만 받았다. 다른 공익법인은 수입이 증가하거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씨제이나눔재단으로 총 148억원을 받았다. 2017년 개인으로부터 20억, 기업과 단체로부터 57억원을 기부받았다. 물품기부도 받았는데, 그 규모가 65억원에 달한다.

특이한점은 씨제이나눔재단 총자산 529억원 중 96%가 주식과 금융자산이지만, 이자배당 수익으로만 사업을 영위하는 게 아니라 계열사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사업한다는 것이다. 이자배당 수익은 3억7천만원인 것에 비해 기부금은 148억원이다. 

씨제이나눔재단은 불우 이웃이나 아동, 농어촌 주민의 복지증진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공익법인이 한 해 동안 공익사업에 쓴 금액을 말하는 공익사업지출액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15년 368억원, 2016년 365억원을 썼지만 2017년에는 349억원으로 16억원 줄었다.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청산하면서 공익사업 지출액도 줄었기 때문이다. 

문 닫은 문화창조융합센터...남은 자산은 어디에?

CJ 5개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은 31.93%다. 이는 191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및 주요 금융, IT 기업의 평균 17.1%보다 크게 상회하는 값이다. 

이중 문화창조융합센터는 17년 총자산의 3.75배나 되는 금액을 공익사업에 썼다. 총자산 8억원, 공익사업지출액 26억원이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 375%, 이 기록적인 수치는 법인 청산 과정에서 자산을 줄이면서, 남은 기부금을 최대한 집행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2015년 설립 당시 총자산 42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6년 28억원으로 줄더니, 2017년 8억원으로 급격하게 축소됐다. 그리고 2017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공시자료에는 이 공익법인이 어떤 자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 

17년 문화창조융합센터는 기부금 26억원을 유니마인드, 엠텐, CJ E&M에 투입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사업 운영 관련자료나 홈페이지도 없어 확인이 어려웠다.

연락이 닿은 CJ E&M 관계자에 왜 법인을 정리했느냐 물었으나 "왜 문을 닫았는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작년까지 CJ 관계사로부터 60~70억원씩 기부금을 받던 공익법인치고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물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총자산의 2.3배 규모만큼 공익사업에 썼다. 이 법인의 총자산은 43억원이지만 매년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보조금을 약  93억원씩 받아 가능했다. 총자산보다 큰 규모의 사업을 따오는 이 법인은 타 법인에 비해 자생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CJ의 주요 공익법인이자 총자산 500억원 규모인 CJ나눔재단과 CJ문화재단의 총자산대비 공익사업지출은 각각 27.35%, 12.91%다. CJ나눔재단은 평균 17.1%보다 크게 상회했지만 CJ문화재단은 아니었다. 

소외계층, 문화사업, 창업지원에 돈 쓰는 CJ

CJ는 5개 이상 공익법인을 보유한 SK, 삼성, 현대중공업, 포스코, 엘지, 아모레퍼시픽, 두산, 현대자동차, 롯데 등과 비교했을 때 총자산 규모가 적은 편에 속했다(2016년 공정위 자료). 아모레퍼시픽 다음으로 가장 적은 곳이다. 

또, 롯데,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토지를 한 푼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금융자산과 주식이 대부분을 이루는데, 이자배당으로 주 수입을 채우기보다는 계열사에서 기부금을 받아 공익사업을 유지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CJ의 공익사업은 크게 소외계층 지원, 문화사업 진흥, 창업/중견기업 성장이다. 이 사업에 가장 돈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 CJ문화재단은 17년 문화예술인 지원사업비로 46억원을 썼다. CJ나눔재단은 아동복지 등을 지원하는 도너스캠프, 꿈키움아카데미 등에 65억원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인재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지원에 53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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