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임원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항공사는 신규 운수권 배분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한 항공사가 독점 취항하는 노선은 5년마다 평가해 운임을 지나치게 높게 받거나 성수기에만 비행기를 띄우는 경우 운수권 회수를 추진한다.
사실상 과점 체제인 항공 시장의 경쟁이 강화되고 체질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땅콩 회항', '물컵 갑질', '기내식 대란'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은 각종 범죄 혐의까지 드러나며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처지가 됐지만, 막상 항공사업에서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물의를 일으킨 항공사는 제재를 받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제기되어온 비정상적인 항공사 경영행태를 제한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항공사 간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사망·실종 등 중대사고를 내거나 관세포탈, 밀수출입 범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에는 최대 2년간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자격을 제한한다.
항공사 임원 자격 제한도 강화된다. 현재 항공사 임원제한은 항공 관련법 위반한 경우에만 국한되고 있다. 금고 이상 실형을 받는 경우는 3년 동안,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는 그 기간만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는 폭행이나 배임, 횡령 등 형법을 위반하거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거래, 조세·관세포탈, 밀수 등으로 처벌받는 경우에도 임원 자격이 제한된다.
임원 자격 제한 기간도 금고 이상 실형 확정시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벌금형을 받는 경우 지금은 제재가 없지만, 앞으로 2년간 임원 자격이 제한된다.
그룹 내 계열 항공사 간 등기임원 겸직도 금지된다. 이를테면 대한항공 등기임원이면서 그룹 자회사인 진에어의 임원을 겸직하는 것을 제한한다.
한 항공사가 독점 운항하는 노선은 5년마다 운임·서비스 등을 종합 평가해 나쁜 평가를 받을 경우 운수권 회수도 추진한다.
현재 항공협정과 상대국의 정책 등으로 1개 항공사가 독점운항하는 노선은 5년 주기로 운임, 서비스 등을 종합평가하여, 미흡할 경우 사업개선명령을 부과하고 미이행 시 운수권 회수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항공사업법 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재평가제 도입 시 항공사가 유사거리의 다른 노선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운임을 부과하거나, 성수기만 운항하는 행태 등을 개선하는 유인이 되어 소비자 편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국토부는 항공사 선호도 등을 고려해 노선을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중국·프랑스 등 선호노선은 연간 40주 이상 운항토록 기준을 강화한다.
지금은 어떤 노선이건 연간 20주 이상 운항하면 해당 노선 운수권을 계속 보유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노선 등급에 따라 '가등급'은 연 40주 이상, '나등급'은 연 30주 이상, '다등급'은 연 20주 이상, '라등급'은 연 15주 이상 반드시 운항해야 운수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을 뜻하는 '슬롯'(slot)의 배분 방식도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꾼다.
지금까지는 슬롯 배분 시 항공사 직원이 참여해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항공사 직원 참여를 배제하고 국토부가 슬롯 배분 업무를 전담한다.
인천·김포·제주 등 3개 혼잡공항에 대해서는 공항별 특수성을 반영해 슬롯 배분·조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항공사 배분 이력 등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모회사-자회사 간 불공정한 슬롯 교환을 방지하고, 후발 항공사에 슬롯 활용 기회를 확대해 주기 위해 항공사 간 슬롯 교환 시 국토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지난 7월 시작한 국적 항공사에 대한 정비 분야 특별점검을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항공사 별 적정 정비 인력·시간 기준을 마련해 내년 3월부터 적용한다.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등 면허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제재수단을 다양화한다. 지금은 이 경우 면허취소가 유일한 제재수단이지만, 앞으로는 사업정지, 위법기간에 배분한 운수권 환수, 위법기간에 발생한 매출액의 3% 내 과징금 부과 등으로 다양한 제재가 가능해진다.
국토부는 이번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 이행을 위해 항공사업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사안에 따라 이르면 2019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15일 미디어SR에 "그동안 총수 일가의 사회적 물의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위해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안전측면에서 정비인력과 기준을 강화하여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끔 기준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령개정이 필요한 것은 국회에서 논의를 하면서 통과를 시킬 예정이며, 정부 시행령 개정 등은 조속히 하여 내년 상반기 안에 시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