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선 비대위원장. 사진. 배선영 기자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회계 비리 사태는 결국 국회 내 편가르기로 변질돼 버렸다.

누리과정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사립유치원에 국가 세금이 한해 2조원이나 투입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감사는 그동안 이뤄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 의원이 지난 국감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회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부 유치원에서 국가지원금과 학부모가 내는 원비들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감사에 걸린 유치원 리스트를 공개해 파문이 확산됐다.

결국 박용진 의원 주도로 유치원 회계비리를 막기 위한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 12일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연내 통과 역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2월 중 새로운 법안을 낼테니 병합해 논의하자고 주장하면서 발목을 잡은 것이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차주 중 다시 재개되지만, 이날 역시 큰 소득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 수위가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용진 의원이 한유총 로비를 받아 우리 당 의원들이 고의로 절차를 지연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전날인 13일 박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로비는 분명 있었다. 이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쪽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한 입장이다.

정양석 의원과 김순례 의원. 사진. 배선영 기자

그런가하면 자유한국당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한유총과 함께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 하에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소속의 정양석, 김숙례 의원은 정부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한유총에 대한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특히 이덕선 비대위원장에 대해 "덕을 많이 쌓으신 분"이라며 추켜체웠다. 이덕선 위원장이 운영하는 리더스 유치원은 2년 동안 20억원의 세금을 지원받았고, 그 중 딸이 토지를 소유하고 아들이 관여되어 있는 숲 체험장이 매달 953만원의 임대로를 집행한 것이 감사에 적발된 인물이다. 이런 인물에 대해 "덕을 많이 쌓으신 분"이라며 추켜세운 것이다. 김숙례 의원은 또한 정부의 현 정책 방향에 대해 "다분히 의도적이다"라며 "마치 물에 빠진 이를 건져놓았더니 돈자루를 내놓으라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발제자들의 논조는 정부의 유치원 정책이 자유 민주주의의 자유를 파괴하고, 사회주의적, 좌파로 가는 행태라는 비난이 절대 다수였다. 특히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대표는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가 있는데 문제가 많다. 동성애를 찬성한다"라는 논점을 흐린 발언을 여러차례 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도 우리 편이 아니고 언론도 우리 편이 아니고 우리편이 많지 않다고 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학부모들 다수는 사립유치원의 이런 입장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원장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런가하면 현진권 전(前) 자유경제원 원장은 "장관도 자기 월급이 세금이고 그 월급으로 명품백 살 수 있는데 유치원 원장들이 왜 명품백을 못사냐"라는 말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마치 히틀러 시대같다. 지금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깔아 국공립을 확대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썼는지 감탄한다"라며 비꼬기도 했다. 현 전 원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개인사업자가 담당해온 유아교육이 전체의 3/4였는데, 이제 그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보니 멋있는 말이 필요해 공공성 강화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획일적이고 경쟁없고 격차없는 특성없는 유치원으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세규 법무법인 유한 동인 변호사가 나서 "현 교비계좌 감사는 나간 돈만 보고 들어온 돈은 안본다. 교비계좌를 통해 설립자 돈이 투입된 것까지도 봐야한다. 종합적으로 봐야하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아 문제다"라고 지적한 부분이나, 장진환 공평보육 교육 실천연대 상임대표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원장들 월급의 상한선을 정하고 일하지 않는 가족들의 월급을 책정하는 것들은 금지 시켜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생산성 있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 끝인사를 전하는 이덕선 위원장은 울컥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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