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혜정 기자

경찰이 문제유출과 관련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 딸을 검찰에 넘겼다. 서울 숙명여고 정기고사 문제유출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실제 문제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 당사자인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시험문제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피의자 선상에 올랐던 전 숙명여고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 사이에 치러진 정기고사 총 5회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했던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모두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두 쌍둥이 딸은 부친으로부터 문제를 유출 받아서 부당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의 암기장 제공:수서경찰서

경찰은 수사결과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쌍둥이 자매 휴대폰에서 영어 서술형 정답이 저장된 것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모든 과목의 정답이 적힌 메모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시험지에는 객관식 정답 등을 적은 부분도 확인됐다. 메모에는 객관식 정답은 숫자로, 서술형 답안은 메모 형식으로 적어 놓았는데 이를 실제 시험지에 그대로 받아 쓴 흔적을 발견했다.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경찰이 복원해보니 이 메모는 시험보다 전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지 보관일에 몰래 야근을 했던 A씨의 수상한 행적도 중요 증거다. 경찰은 “지난 1학기 시험지가 보관된 당일 A 씨가 근무대장에 기재도 하지 않은 채 초과근무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찍 퇴근해 근무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지만, 시험지가 유출된 주요 정황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메모 등 문제유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는 잘 모른다"면서 "시험지 보관일에 야근했지만 기록하지 않았던 것은 평소 초과근무 때보다 일찍 퇴근해서 따로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쌍둥이 자매 역시 문제유출 정황에 관해 "시험 뒤에 채점하려고 메모한 것"이라면서 노력으로 성적이 향상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씨를 이달 6일 구속 전에 네 차례, 구속 후에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쌍둥이 자매는 총 세 차례 조사했다. 쌍둥이는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A씨 부녀와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3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은 A씨를 정기고사 결재라인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은 있지만, 문제유출을 알면서 방조했는지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수사에서 드러난 학교 성적관리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12일 미디어SR에 "경찰로부터 개선 필요사항을 전달 받았다. 경찰은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안지침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시험지 보관 장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금고 개폐 이력을 저장하는 등의 보안강화가 필요하고 교원과 재학생의 특수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쌍둥이 두 딸은 현재 자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숙명여고는 다각도로 상황을 고려해 자퇴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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