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사진. 구혜정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중 하나인 롯데는 총 6개 재단을 운영 중에 있다. 그 중 롯데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재단은 바로 롯데장학재단. 롯데가 10대 기업에 진입한 1980년대 초반 신격호 회장이 사재 5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신격호 회장은 롯데그룹 명예회장이자 롯데 창업주다. 해당 재단은 우수한 자질과 능력에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학비 걱정없이 학업에 정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됐다.

2012년 신 회장이 첫 부인 고(故) 노순화 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딸 신영자 씨가 장학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롯데호텔 부사장과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롯데쇼핑 임원 자리를 두루 거쳐온 신 씨는 당시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일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의 두 아들, 신동빈, 신동주 사이 경영권 분쟁에서 신영자의 영향력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씨는 면세점 입점 비리와 관련되 혐의로 2016년 구속 수감됐으며,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 당시 최후 변론에서 "회사와 재단에서 모두 물러났고 다시 복귀할 생각도, 여력도 없다"고 말한 그는 지난 9월 장학재단 이사장 직에서도 물러났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의 세 재단. 사진. 구혜정 기자

현재 롯데장학재단은 해양수산부 장관, 행정자치부장관 등을 역임한 허성관 씨가 맡고 있다. 허성관 이사장 취임 당시, 롯데장학재단 측은 "신임 이사장은 학업의 의지와 능력이 있는 학생이 가정환경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봉사를 통해 선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업에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2009년 설립된 롯데삼동복지재단 역시 신격호 명예회장의 의지 속에 고향 울산의 발전을 위해 세워졌다. 삼동이라는 이름은 신 명예회장의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따온 이름이다. 주식 170억원을 비롯해 신격호 명예회장 개인 재산(570억원)으로 설립됐다. 사회복지사업 지원법인으로 사회복지관련 사업의 지원,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농어촌지역의 문화수준 향상, 교육소외의 극복과 공평한 교육기회 제공 및 인재육성, 기타 문화 및 복지사업이 그 목적이다.

해당 재단의 이사장은 2010년부터 신영자 씨가 맡았지만 장학재단 이사장 직을 내려놓음과 함께 삼동복지재단의 이사장 직에서도 내려왔다. 현재 이사장은 공석이다. 롯데 측은 "이사장 직은 현재 공석으로 올해 중 이사회를 개최해 새로운 이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역시 신영자 씨가 지난 해까지 재단 이사장 직을 맡았던 롯데복지재단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 당시 필리핀 불법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정부로부터 어떤 위로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을 본 신격호 회장이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설립 당시 이사장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 재단 설립의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는 못했던 것이 당시 정부가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복지재단이라는 점에서 인가를 꺼려했던 것이다. 결국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내용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단은 한국에서 근로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이사장은 장학재단과 함께 허성관 씨가 맡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5년 10월 설립된 롯데문화재단은 신동빈 회장이 주도적으로 설립했다. 총수 일가 내 경영원 분쟁의 마침표를 찍은 신 회장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이라 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고, 롯데물산과 호텔, 쇼핑 등 3사가 나머지 100억원을 출연해 총 200억원의 재단 출연금으로 롯데문화재단이 시작됐다. 신동빈 회장은 직접 이사장 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롯데콘서트홀을 중심으로 클래식 활성화를 한다는 것이 재단 설립 목적이다. 과거 롯데 재단들이 주로 교육이나 사회 복지를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했다면 롯데문화재단은 공연예술 활동의 대중화에 힘쓴다.

이 재단의 주요 사업은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콘서트홀 운영인데, 롯데콘서트홀은 1998년 예술의 전당 음악당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들어선 클래식 음악 전용공간으로, 1200억원을 투자해 건설됐다.

2015년 설립된 송파롯데장학재단은 송파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롯데물산, 롯데쇼핑, 롯데호텔 3개사가 분담해 총 50억원 기금으로 설립됐다. 재단은 송파에 거주하는 구민 자녀, 송파구 관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 장학금을 전달한다.

이사장은 윤종윤 유아이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까지 송파롯데장학재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이 재단은 올해 송파월드장학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롯데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된 장학 재단이다. 이사장 역시 롯데계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의 독립이고 독립의 배경에 대한 추가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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