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도 함께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이유를 뽑으라면 기업이 가지고 있는 ① 기술력 ② 자본력 ③ 조직력 ④ 실행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부 주도 또는 비영리 기관 주도로 진행되던 사회문제 해결의 한계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그동안 사회문제 해결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을까요? 과거 단순 자선활동에서 시작된 기업의 사회공헌은 프로보노, CSV(공유가치창출) 등 기업의 핵심 역량과 연계한 사회공헌 트렌드에 따라 「①기술력」 중심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변화 해왔습니다. 또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투입한 사회공헌 지출액이 60% 증가(‘06년 1조 8048억원 → ‘15년 2조9020억원)하였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②자본력」이 양적으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력과 자본력을 중심으로 기업 특유의 장점인 「③조직력」과 빠른 「④실행력」으로 그 어떤 때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외적 욕구에는 충분히 발맞춰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기업의 장점을 중심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그간의 발전과정은 그 노력에 비해 사회에 큰 변화를 줬다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했다고 판단되어 집니다. 막상 직접적으로 사회문제 해결 결과를 체감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 및 사회전반에서 사회공헌 활동 평가 시스템이 미비한 것도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성비’라는 단어가 생활 전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요즘, 사회공헌도 그간의 노력 대비 사회문제 해결 결과에 대한 ‘가성비’가 높지 않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간 이런 사회문제 해결의 직접적인 결과를 체감하기 위한 사회전반의 노력은 없었을까요? 대상에 집중한 문제 해결이 아닌 대상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Community Impact나 상호 간의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제시한 Collective Impact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2가지 사례는 다소의 한계를 나타냅니다. Community Impact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의 투입은 일정 규모로 계속 유지되었어야 했으며, Collective Impact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각자의 비용 투입에 대한 부담은 적을 수 있으나, 사회문제 해결을 보편적으로 확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이 직접적인 비용 등 노력 투입은 최소화하면서 전세계 누구나 사회문제에 참여시킬 수 있는 접근방안이 있을까요?

그동안의 기업 사회공헌이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직접투입방식 형태로 추진되었다면, 앞으로의 기업 사회공헌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렛대의 역할(leverage)로 바뀌어야 합니다. 바로 이니셔티브 구축과 확장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타이어회사 미쉘린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미쉘린은 자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Michelin Challenge Bibendum Community(‘17년부터 Movin’ On 캠페인으로 변경)를 PPMC(Paris Process on Mobility and Climate)라는 글로벌 플랫폼과 결부해 세계 운송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Michelin Challenge Bibendum Community는 1998년 시작된 미쉘린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전세계 공공 및 민간의 운송산업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친환경 운송 기술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미쉘린은 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COP21)에서 PPMC 이니셔티브를 채택하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세계적인 이니셔티브로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PPMC를 통해 미쉘린은 전 세계 운송회사, 국제기구, 재단, 학계, 기업 등 150개의 조직을 참여시켜 운송산업 차원의 파리기후협약 및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실행 전략 수립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큰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지렛대의 역할을 통해 사회변화의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 것이죠! 

국내에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현재 KT 주도로 추진되는 전세계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 GEPP(Global Epidemic Prevention Platform)가 대표적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1인 1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여 감염병 위험 국가에 방문한 국민에게 ‘감염병 위험 및 증상에 대한 정보’를 SMS(문자)로 국민 개개인에게 맞춰 제공함으로써 감염병이 국내에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국민은 맞춤형 정보 수신을 통해 인지력 향상과 행동 변화를 할 수 있게 되며, 정부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국내 감염병 위험 요소를 직접 관리하게 됩니다.

본 프로젝트는 2015년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메르스(MERS)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38명이 사망을 하였고, 186명의 국민이 감염되었습니다. 경제∙사회는 마비되었고, 무엇보다 국민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메르스 1호 환자는 '감염병 위험 및 증상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요. '정보의 부재'와 '인지의 저하'로 그 사이 메르스는 국내 급격히 확산되게 되었습니다.

그 후 3년 뒤인 2018년 메르스가 다시 발병하였습니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많은 준비를 하였고, 그 결과로 MERS 등 감염병 대처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게 됩니다. 바로 앞서 이야기한 감염병 위험 국가에 간 국민과 귀국한 국민에게 '감염병 위험과 대처에 대한 SMS(문자)'를 발송하는 서비스를 런칭한 것입니다.

이는 아주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대단하다고 봅니다. 2015년 메르스 종식 선언 이후 메르스 위험 국가에 다녀온 국민 중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각자 스스로가 증상을 의심하고 대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의하면 2016년 대비 2017년 감염병 의심 증상을 신고한 건수가 47%나 증가한 사실이 하나의 예일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2018년 메르스 발병시에는 추가 확산이 없었으며, 아울러 추가 사망자 없이 메르스가 조기에 종식되었습니다. (‘15년 69일만에 종식 → ‘18년 38일만에 종식) SMS(문자)를 수신한 2018년 1호 환자 스스로의 대처가 추가 확산을 방지하게 된 것입니다. 2015년 1호 환자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개개인에게 맞춰진 SMS(문자)의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본 프로젝트도 다소의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바로 한국에서 시행 중인 '감염병 위험과 대처에 대한 문자(SMS) 안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KT, LGU+, SKT에 가입한 국민만이 받을 수 있는 맞춤화된 서비스입니다. (사실 본 서비스는 KT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고, 세계최초로 KT 가입자 대상 16년 9월에 런칭하여, 17년 4월부터는 LGU+와 SKT까지 모두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DR콩고와 같이 에볼라 위험 지역에 있는 외국인이 국내 입국시에는 '문자(SMS)'를 받을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금번에 MERS 발병시 외국인에 대한 추적이 어려웠던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KT에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국과 똑같은 '감염병 위험과 대처에 대한 문자(SMS) 안내' 서비스를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나라와 교류가 가장 활발한 중국과 일본에 본 서비스가 적용이 된다면, 3개국을 방문하는 각각의 국민들에게 맞춤형 '문자(SMS)' 발송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감염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사실 본 서비스는 어렵지 않습니다. 전세계 약 800개의 통신사가 있는데요. 각 통신사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부분의 통신사는 구축 능력이 있습니다), 각 국가의 특성에 맞는 감염병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을 각 국가 정부(보건부 등)가 구축한다면 쉽게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약 190여개국이 있으니 본 시스템이 각 국가에 적용된다면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KT가 전세계로 본 프로젝트를 확산하는 방식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사회공헌 활동의 접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내용이며, 비용 또한 전세계 통신사와 정부가 직접 분담함으로써 전세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잠재된 위협인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미쉘린의 사례와 같이 KT가 지렛대의 역할을 함으로써 전세계가 동참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가 구축되게 된 것입니다.

종합하자면 이런 사회공헌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젠다가 필요」합니다. 질병, 기후변화, 에너지, 인권 등이 대표적인 예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려는 기업 외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이 낮아야」 합니다. 기업 혼자서 직접적으로 모든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자 하는 곳이 공동의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전세계 통신사가 문자(SMS)를 발송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요!

사회문제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복잡해 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그간에 기업의 사회공헌이 “사회문제를 해결했다”라는 직접적인 결과를 찾기 어려웠다면(또는 그 효과성이 적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공헌 패러다임의 변화, 이니셔티브 구축과 확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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