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제공: 삼성전자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끝났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노동자 모임 반올림은 지난 1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최종 중재 판정에 합의했다.

조정안은 크게▲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 범위와 금액, ▲삼성전자의 공개 사과, ▲재발 방지와 사회공헌을 위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 출연 등 내용을 담고 있다.

# 최대 1억5천만원 보상, 대상자 확대

양측은 중재에서 반도체 작업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이 있음을 서로 인정하고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고 피해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는 최대한 보상 대상자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보상 대상자는 1984년 5월 17일부터 2028년 10월 31일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와 퇴직자 전원, 사내협력업체 현직자와 퇴직자다. 보상액은 암의 경우 최대 1억5천만원이다. 희귀질환과 자녀질환 진단비도 지원하며 완치할 때까지 매년 최대 300만원을 지원한다.

# 삼성전자 공개사과하고 사회공헌에 500억 출연

이번 중재안에 따라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협약식에서 반올림 피해자와 가족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 공개방식으로 사과문을 낭독하기로 했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중재판정에 따른 지원보상 안내문을 게재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재 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500억원의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삼성과 반올림은 합의를 통해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설치와 산업안전보건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정해 기탁할 계획이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조정 및 중재 사안은 노동현장에서 부딪히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근원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본다. 이번 중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협조 노력으로 이번 중재 합의에 이르렀다. 온갖 어려운 역경 속에서 반도체 등 전자산업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 의미 있는 해결에 도달해 기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중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조정위에 감사드린다. 수용하기로 했으니 최대한 빨리 이행 계획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중재위, 아쉬움 남아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재위는 다수 반도체 사업장에 교차 출입하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였음을 아쉬워했다. 위험작업 외주화로 인한 사각지대 노동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로)노동건강권의 침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문제가 확산되고 있어,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의 입장에서 이를 예방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청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삼성전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노동자 건강 문제는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3라인에서 근무했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이듬해 3월 반올림이 발족하여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2년 삼성전자와 부분적으로 교섭이 진행되었으나 타결되지 못했다. 이후 2014년 삼성전자와 피해자 측은 조정위를 구성해 합의를 맡겼다.

조정위 조정 과정에서 동종업계인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외부 전문가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해 폭넓은 지원 보상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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