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회사 대표 윤 씨는 유령회사를 만들고, 수도권 및 충청 지역 유치원 원장들에 접근했다. 윤 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교재 1개당 가격을 3배로 부풀렸고, 유치원들은 부풀려진 가격을 윤씨에 지급한 뒤 차액을 유령회사를 통해 돌려받았다. 당연히 돌려받은 돈은 원장들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 조사한 결과 유치원 1곳당 교재비를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을 부풀린 것을 확인했다. 50명이 2년간 챙긴 금액은 무려 100억원. 피해규모를 따져보니 원생은 1만924명. 학부모 1명당 94만원을 더 낸 셈이 됐다.

검찰은 금액이 큰 정모 씨 등 원장 34명과 교재회사 대표 윤 씨를 사기와 사립학교법·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금액이 비교적 적은 한 씨 등 원장 16명은 같은 혐의로 벌금 200만~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런데 해당 재판은 2016년 12월 넘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해 "피해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검찰에 다시 요구한 상태여서 재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라며 "해당 유치원들이 자료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한 수사과정을 교육청에 통보했으나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대해 교육청 측은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감사하지 않는다. 재판이 끝나면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국회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 사진. 배선영 기자

이 같은 사례는 3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주최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토론회에서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전 감사관으로부터 밝혀진 것이다.

김거성 전 감사관은 "유아교육 공공성은 국공립유치원 원아수용률 40%만 달성하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사관은 "일선 교육청에서 감사업무 총괄 책임자로 2015년부터 특정감사를 시작한 후,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정부가 과연 사립유치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나 방안을 준비하는지 회의적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라며 "저는 교육부 역시 시달린다고 생각한다. 더 힘 센 누군가들한테 시달린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침묵의 카르텔을 꺠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사관이 이날 제시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이날 토론의 중심이 된 박용진3법의 내용에도 있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것, 유치원 회계설치와 목적외 사용에 대한 처벌, 설립자 결격사유, 법인화, 에듀파인 활용 의무화, 학교급식법에 따른 유치원 급식 안정성은 필수과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보완되어야 할 내용은 유아 학습권을 침해하는 유치원들에 대해 전수 감사대상으로 선정, 정부합동감사반 또는 감사원의 정밀한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강력한 처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유치원 운영위원회는 개방형 운영위원 제도를 포함, 자문기구가 아닌 심의의결기구로 법제화 할 필요성도 주장했다.

또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는 반드시 국무조정실 주도로 지속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특히 심각한 비리가 있거나 기업형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한 대규모 유치원에 대해 조사권한이 없는 교육청에만 감사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며, 교육청과 도청 등이 검찰, 경찰, 국세청 등과 합동으로 속도 있는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봤다.

김 전 감사관은 "감사과정에서 몇 백이나 천만원 단위 댓가를 받고 이를 대행해주는 회계관리사를 동원해 회계서류를 정리, 위변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폐업하거나 가공의 사업자 명의로 발행된 세금계산서를 조작해 감사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조작 변조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국세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검찰의 수사의지도 촉구했다. 김 전 감사관은 "다수의 사립유치원이 각 교육청으로부터 수사의뢰, 고발되었는데 대부분은 명단 공개에서도 빠져나갔다. 한유총의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검찰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법제를 탓할 것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의지 부족 혹은 외압에 흔들린 반증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무엇보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원아들을 볼모로 폐원이나 휴원, 원아모집 중단을 하는 경우 학부모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불법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한다. 사기혐의가 확정되면 졸업생을 포함한 학부모들이 민사소송에 나설 경우 환수가 가능하다"라며 "이외에도 심각한 비리는 사립유치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우리 사회의 반부패 의지를 드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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