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욕을 방문한 길에 힙한 지역으로 떠오른 덤보와 윌리엄스 버그를 돌아봤다. 워낙 뉴욕을 좋아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방문해서 여러곳을 돌아보지만, 이번에 특히 윌리엄스버그를 찾은 이유는 그 유명한 피터 루거스 스테이크 때문이 아니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추구하는 패키지 프리(Package Free)라는 매장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매장 분위기 부터 가격표까지 손글씨를 적은 종이로 만든 ‘친환경’을 표방하는 꼼꼼함

패키지 프리(Package Free)는 로렌 싱어(Lauren Singer)라는 여성이 만든 친환경 브랜드다. 로렌 싱어는 2012년 대학에서 환경 스터디 전공 펠로우로 선정되면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비 존슨(Bea Johnson)에게 영감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 중 가장 최근 것이 패키지 프리 매장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팝업 스토어로 실험으로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았다고 한다.

패키지 프리 매장 모습. 사진 : 황지영 교수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야하는 매장에서 우선 왼편에 있는 재활용 통들이 눈길을 끈다. 오랄 케어, 청소용, 각종 필터들, 퍼스널 케어 4가지로 구분되어 재활용 용품을 수거한다. 사실 이런 부분이 음식쓰레기까지 분리 수거를 하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플라스틱 물병 등을 제외하고는 재활용이 몸에 배지 않은 미국 환경에서는 그래도 의미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모든 것이 환경 친화적, 재활용이 가능하다. 패키징 역시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단순하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판매하는 화장솜 역시 심지어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또한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진행하여 다채로운 상품 구성을 제공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Klean Kanteen브랜드와 콜라보로 판매하는 PF x klean Kanteen 물병 등을 볼 수 있었다.

패키지 프리(PF) x Kleen Kanteen 콜라보 상품. 황지영 교수

상품을 둘러보고 가격이 얼마인지 보려고 했는데 가격표가 특이하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가격표도 아니고 누런 갱생지 같은 종이에 “$18”라고 손글씨를 써 놓은 종이 조각이 가격표다. 그야말로 제로 웨이스트에 충실한 꼼꼼함이 보인다.

가격표는 손글씨로 가격이 적힌 ‘종이 조각’이다. 황지영 교수

로렌 싱어에 따르면 오픈한 후 9개월 동안 플라스틱 물병 21,598개, 683,280개의 비닐백, 229,000개의 일회용 컵, 903,448개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 매장 운영에 있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가 가능할까?

패키지 프리는 배송하는 제품도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 또는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어떻게 플라스틱이 단 1%로 섞이지 않은 #Zerowaste를 실현하는 것일까? 여기서waste는 순수한 의미의 쓰레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기 보다, 분해되지 않는 잔해를 의미하는 것이다. 패키지 프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배송, 상품 공급 등, 상품의 이동과 관련해서 #Zerowaste를 실현하고 있다.

상품 배송에 재활용 박스 이용: 소비자들이 재활용 박스에 넣은 박스, 근처 재활용 센터에서 받아온 것 등 재활용이 가능한 박스를 찾아 상품 배송에 이용한다.

깨지는 제품 배송시: 깨질 수 있는 제품들은 100% 생분해 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상품 박스 안을 채워 배송한다.

배송 박스를 봉하는 방법: 보통 스카치 테이프 또는 덕 테이프(Duct Tape)로 봉하는데, 패키지 프리에서는 100% 생분해 되어 퇴비로 이용 가능한,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종이 재질의 테이프로 박스를 봉한다. 이 테이프는 유라인(Uline)이라는 업체의 제품이다.

공급망 체인 관리: 모든 것이 재활용 가능하고 친환경적이기 위해서는 패키지 프리 매장 하나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홀세일러 들에게도 패키지 프리 매장에 배송되는 모든 제품에 플라스틱 제로 패키징을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요구한다. 이 원칙을 어긋나는 상품은 반송한다.

모습들이 한편으로 너무 엄격하고 철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공급 업체들이 과연 원칙을 다 지켜가면서 패키지 프리 매장 하나와 거래를 할까? 라는 의문도 든다. 그렇지만 패키지 프리처럼 같은 원칙을 추구하는 업체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생하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상품 배송도 재활용 박스 등을 이용해100% 재활용 되도록 하는 패키지 프리.

#매장, 배송, 웹사이트 등을 통한 소비자 교육

로렌 싱어가 운영하는 패키지 프리와 그녀의 또다른 웹사이 Trashisfortossers.com (Trash is for tossers – 이 얼마나 직관적인 웹사이트 주소인가)에서는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팁을 제공한다. 오래된 옷 재활용 하는 법, 4가지 재료로 강아지 먹이 만드는 방법, 돈 안들이고 쓰레기 줄이는 10가지 방법 등, 라이프 스타일로 접근한 포스팅 뿐 아니라 로렌 싱어 본인의 스킨 케어, 메이크업, 그리고 헤어케어 방법 등에 관한 포스팅도 접할 수 있다.

패키지 프리 숍을 찬찬히 돌아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일회용 포장재와 오버 패키징 등으로 포장재로 인한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다. 바로 며칠 전에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주문한 그릇 몇 개가 필자의 무릎 높이까지 오는 상자에 몇 겹이나 겹겹으로 버블랩에 싸여 배송된 기억도 오버랩된다. 다행히 아마존, 스타벅스 등의 리테일러들이 오버 패키징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있고, 제조업체들도 식물성 재질로 만든 친환경 플랜트 보틀 등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패키지 프리처럼 리테일러들이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매장은 극히 드물다. 그 근처에 있는 토비 에스테이트(Toby’s Estate) 커피 숍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패키지 프리 매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며, 이런 시도들이 조금씩이라도 확대 되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 효과적인 대안으로 수렴해 가기를 바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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