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CEO스코어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는 기업은 네 곳 중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나 공시 이외에 기업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기업까지 다 합쳐도 그 비중은 70%에 그쳤으며, 나머지 30%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기본인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정보를 일부만 공개해 형식적 생색내기에 그쳤다.

2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159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ESG 정보 공개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업보고서 △지배구조보고서 등에 제대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곳은 22.6%(36곳)에 그쳤다.

보고서나 공시 이외에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조금이라도 공개한 기업까지 다 합쳐도 71.1%(113개)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선언했지만 외면하고 있는 대기업이 적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간판 대기업들은 대부분 제대로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수행하고, 위탁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적 수익 제고와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난 7월 도입했다. 투자 대상 기업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고용수준이 낮고 총수 중심의 독단 경영을 펼치는 기업에 대해선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기본인 ESG를 평가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등 국내외 기관이 평가하는 항목은 △‘환경경영'의 경우 환경전략 및 조직, 기후변화대응, 청정생산, 환경사고 예방 및 대응, 그린마케팅, △'사회적 가치'는 지속가능경영 전략 및 체계, 윤리경영, 공정거래, 협력업체 상생협력, 공정마케팅, 고객정보 보호, 고객만족경영, 사회공헌 및 지역사회 투자 등이다. 이 외에 △’지배구조‘는 주주 권리, 이사회 기능 및 구성·운영, 사외이사 평가, 내부감사기구, 이해관계자의 권리보호 등이 포함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쉽 코드를 도입하고 ESG 정보를 적극 투자 판단의 지표로 삼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기준도 모호하고 공시도 허술하다”면서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ESG 정보 기준과 공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분석 결과와 관련해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22일 미디어SR에 "해당 자료는 우리가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확인하거나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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