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여전히 강경한 입장 "국공립과 같은 회계감사, 납득 못해"
한유총, 여전히 강경한 입장 "국공립과 같은 회계감사, 납득 못해"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10.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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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성동구에 위치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 사진. 구혜정 기자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 사진. 구혜정 기자

전국 유치원의 감사 결과를 통해 일부 유치원들의 횡령 비리 등이 공개되면서 기로에 몰린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1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7일 오전 학원장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앞서 지난 16일 기존 최정혜 이사장은 사임하고, 투표 끝에 이덕선 신임 비대위원장이 선출돼 이사장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16일 수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한유총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미디어SR 취재 결과, 한유총은 국가에서 추진 중인 에듀파인이라는 국공립 회계시스템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여전히 강경하다. 이에 당국과 한유총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유치원 원장이자 한유총 소속인 A씨. 사진. 구혜정 기자
서울 소재 유치원 원장이자 한유총 소속인 A씨. 사진. 구혜정 기자

이날 자리에 참석한 서울 소재 유치원 원장 A씨와 B씨는 미디어SR과 인터뷰에서 "일부 유치원의 비리가 마치 전체 사립 유치원을 적폐라는 프레임에 가둔 점이 안타깝다. 사립 유치원이라고 하면 이제 모두 돈벌이에 급급한 장사꾼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십년간 교육자로 일해온 우리로서는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합회 차원에서 일부 비리 유치원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지만 긴 세월 동안 사립유치원에 유아교육을 일임해온 정부가 이제와서 자신들에 화살을 돌린 상황이 못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나름의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것이 옳다"라고 말한 마당에 사립유치원들로서는 전면적인 감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한유총은 꼬리를 내리기보다는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한유총은 전국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한 MBC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 및 언론중재 제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번에 감사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일부 유치원들의 회계상 비리가 드러났다.  

일단 비리 유치원이라는 프레임 안에 사립유치원들이 다 갇혀버렸다. 그 점이 안타깝다. 해당 리스트는 비리 유치원 리스트가 아니라 감사를 받은 유치원들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단순 실수들도 많다. 그런데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모두가 매도한다. 사실 (횡령이) 이해가 안간다. 국고지원금은 인건비와 공과금 내고나면 다 나간다. 횡령했다고 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돈을 더 받아야만 운영이 되는 구조인데 어떻게 국고를 횡령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치원들의 비리의 정도가 너무 심각해 국민적인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우리가 봐도 놀랄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장 바로 옆 유치원이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물론 같은 교육자로서 잘못을 통감한다. 하지만 모두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은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래도 협회 차원에서 심각한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들에 대해 재발 방지의 노력을 해야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까.

동의한다. 협회 탈퇴 권유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았나. 그런데 안타깝다는 생각도 있다.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이 사적 재산의 공적 이용이다. 사립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사재를 털어 건물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도 나라에서 돈 들여 지은 공립유치원과 같은 잣대로 회계감사를 한다고 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국가에서 사립유치원에는 원아당 29만원(방과후 포함)을 지원해주고, 그 외 수익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원비 뿐이다. 원비는 몇년 째 법으로 묶여 1% 남짓만 올릴 수 있는 반면, 선생님들 월급은 매년 7~8%를 인상해줘야 한다. 나라에서 정한 호봉표 기준, 선생님들의 호봉상승율까지 반영하면 그렇게 된다. 조그마한 유치원에서는 감당이 안된다. 여기에 건물노후가 되면 수리도 해야하고 리모델링도 해야하는데 모두 다 사재를 털어 해야하는 구조다. 횡령이 가능했던 곳이 신기할 정도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원아수가 70%가 넘는데 국가예산 2조가 들어가고, 국공립 신설 국가예산으로 5조가 투입된다. 단순 비교를 해봐도 어디가 더 예산낭비일까. 차라리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국가가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했으면 좋겠다. 국공립 유치원 짓는 것보다 사립유치원 매입하는 것이 더 돈도 안 들 것이니 말이다. 우리더러 월급 원장하라고 하면 하겠다. 국공립으로 전환해서 호봉 기준대로 원장 월급 준다고 하면 안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립유치원에 사재를 털어 운영하라고 하면서 회계감사는 국공립과 동일하게 하겠다고 한다. 갑갑하다. 지금처럼 '사립유치원=적폐'라고 몰아가지만 말고 퇴로도 열어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비난받으면서 유치원 하고 싶다는 원장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공립 전환을 해야 한다면 우리들의 퇴로도 열어주길 바란다.

교육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지금까지 우리가 수년째 요구한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재무회계규칙을 제대로 마련했나. 수년째 요구했는데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라에서 돈이 없어 하지 못했던 영유아교육을 사립유치원에서 도맡아 해왔던 측면이 있다. 그 역사가 수십년이고 해외에서도 우리 영유아교육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정작 국가에서는 우리를 적폐로 몰아간다. 사립유치원을 비영리 교육기관이라고 말하지만, 사적 재산을 공적으로 이용한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엄연히 유치원의 건물은 사유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원장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어떤 돈도 가져갈 수 없다고 교육부는 말한다. 그러다보니 일부 유치원에서는 원장 월급을 과도하게 측정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부작용이 있으니 사립학교에 맞는 감사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줄곧 묵살당해왔다. 

-오늘부터 협회의 비대위가 운영되는데 앞으로 어떤 논의들을 할 예정인가.
어제 막 꾸려졌고 이제 우리도 정리해 차근히 우리의 입장을 전할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당장 다음달부터 학부모 설명회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못한다. 어서 정리하고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로서는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회계시스템에 대한 요구를 주장할 것이다. 국공립과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유치원 그만하라는 소리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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