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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그는 과연 한국의 제프 베조스가 될 수 있을까?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대표. 2016년 4월 포브스 선정 한국 50대 부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버드 출신 김범석이 2010년 8월 설립한 쿠팡은 22개월만에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로 흑자를 달성했다. 또 창립 5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중단, 이커머스로의 전환을 알린 쿠팡은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적손실만 약 1조7000억원으로 기록되는 등, 경영상의 불안요인들도 내제되어 있다. 쿠팡 스스로는 만성화된 적자구조에 대해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김범석 호 쿠팡의 나침반은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으로 향해있다. 아마존이 수년간의 공격적 투자로 물류 창고와 배송 시스템을 개선,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쿠팡 역시 로켓배송으로 상징되는 획기적 배송 시스템과 이를 받쳐줄 물류창고에 지난 수년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또 아마존이 생각하는 이커머스의 핵심, 저렴한 가격· 많은 제품· 빠른 배송에 쿠팡 역시 동의하고 있다. 직매입을 통해 합리적 가격대를 형성하고 빠른 배송을 위해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티몬이나 위메프 등 경쟁 업체들은 판매자에게 상품 플랫폼을 열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인데, 쿠팡은 판매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고객에 배송까지 직접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빠른 배송이라는 명확한 강점이 와닿지만, 누적된 적자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사업자로서는 꽤 위험요소가 있는 투자다.

또 쿠팡에는 이 '계획된 적자' 외에도 리스키한 요소들은 있다. 바로 리더십의 위기다. 김범석을 둘러싼 논란들이 꾸준히 있었다는 점, 최근 몇년 사이 지속적으로 쿠팡맨 처우 등 고용상의 갑질 논란이 있다는 점, 쿠팡 조직문화에 대한 크고 작은 잡음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자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면에서 더욱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과연 김범석은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쿠팡을 한반도 물류를 장악한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의 네트워크를 통해 쿠팡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아버지 : 1978년 서울 출신 김범석은 현대건설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생활했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교환학생으로 서울대 법학과에서도 공부했다. 2002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 본사에 입사했으나, 3년 뒤에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 입학, 경영학을 공부했다. 부모님은 변호사가 되길 원했다고 하지만, 대학시절 창업의 경험을 맛본 그는 결국 창업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대학시절에는 커런트, 빈티지미디어 등 미디어 사업을 했다. 특히 커런트의 경우 3년 만에 뉴스위크에 매각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 온 그는 미디어가 아닌 소셜커머스로 눈을 돌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미디어 사업을 5년 정도 하다가, 다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사업을 찾던 중 소셜커머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비즈니스의 매력은 미디어와 공통점이 많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면 그 효과가 바로 보이고, 광고주들에게는 이제까지 제공할 수 없었던 명확한 장점을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다. 소셜커머스는 이 두 가지 장점이 결합해서 탄생한 완벽한 미디어 사업이다"라는 철학을 밝힌 적이 있다. 미국에서 이미 성공한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비지니스 모델을 목격한 그는 지역 기반의 소셜커머스 쿠팡을 만들어냈고 7명의 직원과 시작을 함께 했다.

타고난 사업가의 기질을 가진 김범석. 정작 아버지는 변호사가 되길 원했다고 하지만, 은퇴 후 동남아에서 담배 회사를 차릴 정도로 사업 수완이 있는 아버지의 피가 김범석에게도 흐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프 베조스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김범석은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다. 풍족한 부모의 그늘 아래 많은 지원을 받으며 학업에 전념, 미국의 명문인 프린스턴에서 수학한 제프 베조스와 역시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 하버드에서 공부를 한 김범석. 

일찍부터 창업에 눈을 뜬 것도 비슷하다. 베조스는 인텔 등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으나 월스트리트로 진출, 투자자로 활약하다 26세 어린 나이에 데이비드 E 쇼 컴패니의 역대 최연소 부사장이 된다. 이후 30세 나이의 그는 인터넷 규모가 폭풍 성장했다는 것을 알고 인터넷으로 판매하기에 적합한 물건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대형물류창고를 활용해 동일한 품질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것이라는 단순 명쾌한 생각에서 아마존이 출발했다. 김범석 역시 대학시절부터 미디어를 창업하는 등 사업가의 수완을 발휘했다.

아마존과 쿠팡의 공통점도 여럿 존재한다. 이는 다시 말해 아마존과 같은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 쿠팡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매출은 수직상승했지만 (1995년 5억6000만원에서 2013년 82조원), 영업이익은 한참 헤매던 시기도 있었다. 낮은 영업이익에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베조스는 "낮은 가격구조와 낮은 가격에서 성장이 나오고 이는 곧 훌륭한 고객경험으로 이어진다"라며 고객의 만족도가 높으면 이용자 수가 늘어나 판매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역시도 창립 5년만에 매출 1조원 돌파 후, 2017년에는 2조6848억원까지 고속성장했지만, 2016년 5652억원의 영업손실, 2017년 63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늘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물건을 더 빠르게 고객들에 주기 위해서는 직접 물건을 사들여 창고에 쌓아 배송을 해야한다. 그렇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렇게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고객의 만족도가 올라가 이용고객 수가 늘어나게 되면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아마존은 이제 수년간의 공격적 투자의 단맛을 보고 있는 시기다. 북미 리테일 수익성이 작년 4분기 부터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가 1억명을 웃돌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이외에도 클라우드, 디지털광고 등 수익성 높은 서비스 매출액이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반면, 쿠팡은 아마존이 성공시킨 프라임 회원 서비스와 클라우드 등의 사업을 그대로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유료 회원제로 무료 배송 및 빠른 배송을 서비스하는 프라임 회원제를 이미 무료로 로켓배송에 적용시킨 쿠팡이 유료회원제로 전환하는 것에는 허들이 존재하고, 이커머스 외에 또 다른 분야로의 사업 확대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무료배송의 기준액을 기존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인상했을 때도 반발이 있었다.

2014년 미국 세쿼이아캐피탈, 블랙록 컨소시엄, 또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거액의 투자금 역시 당시에는 수혈자금이 되었지만 만성적자의 기간이 길어질 수록 쿠팡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해에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3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이는 물류센터 내 상품재고까지 담보로 잡은 아슬한 상황이기도 하다. . 

손정의 : 소프트뱅크의 대표이사. 재일교포. 일본이름은 손 마사요시. 쿠팡의 주요 투자자이자, 중국 이커머스 1위 알리바바와 인도 이커머스 1위 스냅딜, 인도네시아 토코피디아 등, 업계 1위 업체에 모두 투자한 세계 시장의 큰 손.

학창시절 "재일교포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고 학교 성적도 썩 좋지 않았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것이 모든 성공의 시작이었다"라는 손정의의 어록을 가슴에 품었다는 김범석. 그는 과거 자신의 롤모델이기도 한 손정의에게  혁신을 위해 당장의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쿠팡의 가능성을 설득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2015년 손정의는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의 투자를 감행했다. 한국 벤처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 유치로 기록된다.

이런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김범석의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 역시 눈길을 끌었다. 투자 당시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 가치를 5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김범석이 '5조5000억원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로 언론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규모 수혈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여전히 적자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쿠팡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5000억원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도 늘지만 적자도 늘어나는 구조다. 

토니 셰이 :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의 설립자. 성공한 CEO. 토니 셰이가 설립한 인터넷 광고 회사 링크 익스체인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고, 자포스는 아마존에 매각됐다. 자포스의 경우는 무려 12억 달러에 매각되기도 했다. 

김범석은 한 때 토니 셰이를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토니 셰이에게서 감명을 받은 대목은 "고객이 만족하고 직원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자"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조직문화 구축이 쿠팡의 목표라고도 말했다.

휴일이 없고 24시간 내 답변이 오는 쿠팡의 고객센터는 자포스의 고객센터를 떠올리게 한다. 자포스의 고객센터는 24시간 운영되고, 고객에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친절한 응대로 유명하다.

자포스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100위' 안에 선발될 정도로 직원들에 대한 복지 처우에도 신경을 써왔다.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고 또 행복경영의 철학을 공유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써왔다.

쿠팡 역시도 직원들의 복지에 대해 신경을 쓴다. 쿠팡맨으로 불리우는 배송기사들을 직접 채용하는데, 4대 보험 제공은 물론, 연차 휴가와 회사 휴양시설 이용, 가족까지 보장되는 실손보험 제공 등의 복지 혜택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여름에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쿨토시, 쿨스카프를 제공하고 트럭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아이스백과 생수, 이온음료를 제공하며, 겨울에도 방한복,  귀마개 등 방한용품이 제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에는 지속적으로 채용과 근무 환경에 대한 갑질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맨 : 쿠팡의 배송기사를 일컫는 말. 타 이커머스 기업들이 배송업무를 택배회사와 연계하는 것에 비해 쿠팡은 자체 택배기사 쿠팡맨을 직접 고용한다. 쿠팡맨 직접 고용에 나선 쿠팡은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6개월 뒤에 60%를 정규직 전환할 것이며 정규직/비정규직을 떠나 주5일 근무, 정시퇴근 보장, 4대 보험 가입 등을 제공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리며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쿠팡맨들의 실상은 쿠팡의 홍보와는 달리 동의없는 임금 삭감이나 정규직 전환 직전에 해고 등 갑질이 있었다는 폭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해에는 창원 지역 쿠팡맨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김범석 대표를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또 지난 7월에는 새벽 배송까지 포함한 근무제도의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쿠팡맨들의 의견이 배제되었다는 논란도 있었다. 최근에는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근로환경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대표 차원의 속시원한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쿠팡은 회사 차원에서 "사실과는 다른 오해다"라는 해명을 내놓기에 바쁘다. 

무엇보다 김범석은 지난 2015년 협렵업체 갑질 논란으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출석하는 등, 기업인으로서 책임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것에는 최근 몇년간의 모습만 봐서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 쿠팡의 주요 임원들. 그리고 김범석도 미국 국적자다. 김범석 스스로는 자신이 농구팀 주장 같은 리더이고 싶다고 말했다. CEO를 흔히 감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선수와 함께 뛰고 다치고 호흡하는 주장이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만큼,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80%, 비지니스가 20%,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흘러나오는 쿠팡 내부의 갈등을 보면, 말 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 리더십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된다.

쿠팡 내부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비교적 자주 흘러나온다. 초기멤버를 비롯해, 굵직한 멤버들이 자주 이직을 하는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특히 지난 해 퇴사율이 상당했다. 스톡옵션까지 제공받았던 멤버들 다수가 퇴사 결정을 내렸다. 아마존 출신 핸리 로나 앙드레 뽈 클레잉 등 외국인 임원들 역시도 영입 후 얼마되지 않아 퇴사하는 모양새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2017년 초부터 부쩍 늘어난 외국인 임원을 우대하는 쿠팡 특유의 문화에 정작 한국인들이 소외받는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음에도, 이들 마저도 쿠팡을 떠나고 있다. 고액 연봉에 스톡옵션, 주거지까지 제공받는 외국 임원들에 비해 정작 쿠팡의 직원들은 2017년 임금체불 건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기하기도 했다.

쿠팡 내부에서는 한 때는 가능했던 김범석 대표와의 정서적 교감이 이제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확실히 쿠팡 내부에서 김범석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다.

Who's Next?

김범석이 하버드 재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온 서울대의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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