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공시, 세법의 사각지대 문제
과도한 지분보유, 장부가 평가 등 개선 요구도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학자금, 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또는 사단법인'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공익법인의 정의다.

또 법인세법상으로는 비영리법인 중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 각 호에 열거된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말하며 종교법인, 학교법인,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법인세법 시행령 제36조의 지정기부금단체 등이 해당된다.

공익법인의 설립과 운영의 절차 역시 법률이 정하는 의무와 권리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 해당 공익법인의 성격에 맞는 주무관청이 허가를 내 줘야 설립할 수 있고, 설립된 이후에는 재산을 구분하여 관리하고 주무관청에 예산과 결산을 보고해야 한다.

만약 설립했다가 해산하려고 하면, 주무관청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잔여재산이 있더라도 다시 가져갈 수 없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

법적인 제약만큼, 법적인 혜택도 많다. 대표적인 건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재산에 대해 조세를 면제하거나 감면해 주는 것이다. 이자소득과 자산양도 소득에 대해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부가가치세가 면세된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공익법인의 혜택이 '세금'에 치중돼 있기 때문일까. 공익법인의 정보를 공개해 보이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는 '국세청'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출연재산, 외부전문가의 세무확인, 결산서류,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등 크게 4가지 항목을 공시해야한다.

세부적으로 재산을 출연 받은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출연재산 등에 대해 공시하고, 자산총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수입 및 출연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 매년 2명 이상의 외부전문가로부터 세무확인을 받아 결산서류와 함께 공시해야한다. 지정기부금 단체는 기부금 모금 및 활용실적을 해당 홈페이지 뿐 아니라 국세청에도 공시해야한다.

그렇다면 이 공시는 과연 공익법인들에게 '투명성'을 보장해주고 있을까. 공시제도는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제도적인 의무만을 규제할 뿐 공시의 내용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사회 곳곳에서 공익법인의 '非공익성'을 지적하는 건, 공시제도를 어겼기 때문이 아니라 공시의 내용이 공익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의 성격에 따라 소관부처가 있지만, 다른 성격으로 운영되거나 대주주 일가 또는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의 일감을 공익법인이 보유한 회사에 몰아주거나, 편법적으로 지배권을 강화하는 의도로 눈에 띄고 있다.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 상속세 과세를 면제해주지만, 오히려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상증법상 의무, 제대로 지켜지나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은 출연재산 등을 3년 내에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증여세를 물어야한다. 출연자산을 팔 경우 1년 내 30%, 2년 내 60%, 3년 내 90% 이상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하며, 운용소득이 있을 경우 70%이상을 1년 이내 직접 공익목적에 사용해야한다. 이를 어길 경우 증여세와 가산세를 내야 한다.

주식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조금 더 엄격하다. 상증법은 지분을 5%이상 출연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하여 30%이상의 주식을 출자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특히 일부 공익법인에 재벌 총수일가가 대거 취업하여 고액의 급여를 받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만큼, 현재는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이 이사수의 5분의 1넘게 이사로 선임되거나 임직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이처럼 법 테두리 하에서 공익법인은 자산을 쉽게 사고 팔 수 없고, 주식 보유에도 제약이 있으며, 공익 외 목적으로 자금을 활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세금혜택만 받고 규정을 어긴 공익재단들이 많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약 200곳을 상대로 전수 검증을 벌여 36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하고 총 410억여원의 세액을 추징했다. 한 예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금호문화재단은 3년 안에 공익사업에 써야할 돈을 15년이 지나서야 썼고, 그 결과 증여세와 가산세 30여억원을 추징당했다.

공익법인이 외부감사를 받기는 하지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데 악용된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현행법상 외부감사기관을 선정하는 권한은 공익법인 자체 있기 때문에 투명하지 못한 '셀프 감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자산가액 100억 원 이상인 공익법인이 5년 중 두 차례 이상은 반드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하는 감사인에게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 대기업 공익법인의 주식보유, 수량과 가격 평가 '논란'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계열사 지배권을 장악하는데 공익법인이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주장의 핵심은 '과도한 주식보유'와 '시가 아닌 장부가 평가'의 문제다.

지난 8월말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대기업 공익법인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그룹 내 지분을 보유해 공익사업으로서의 활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이 보유한 자산의 규모는 전체 평균보다 6 배 높고, 수익률을 나타내는 수입과 지출활동도 전체 공익법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필요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은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의 주식을 다수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공익법인이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평가가 장부가로 이뤄져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를 시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시가를 반영하여 수익률을 다시 계산할 경우,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수익률은 3.62%에서 1.9%로 떨어진다며, 특히 삼성전자, 삼성화재, 아모레퍼시픽 같은 계열회사 상장주식을 보유한 삼성문화재단이나 아모레퍼시픽재단의 경우 214.73%→0.41%, 39.99%→1.54%로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공익법인의 주식을 시가 평가할 경우 총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에서 34%로 상승하고, 공익법인들의 계열회사 주식을 시가로 환산할 경우 장부가에 비해 평균 2.58 배가 증가함으로써 총 5 조원에 가까운 평가차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익법인은 공정거래법 만으로 규율할 수 없기 때문에 상증세법의 개정을 고려하고 특히 주식평가에 관한 기준을 시가기준으로 통일해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할 것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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