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파업을 한 제일병원 노조. 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1963년 문을 연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충무로 제일병원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제일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34주차 임신부 A씨는 병원으로부터 해당 병원에서는 분만을 할 수 없으니 전원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분만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 제일 병원에서 진료 중인 10주차 임신부 B씨는 아직 전원해야 한다는 병원 측의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불안하긴 매 한가지다.

제일병원은 현재 분만을 하지 않고 있다. 11일 제일병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10월 초부터 초진 임신부 예약은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이미 진료를 받고 있던 임신부들 역시도 주차에 따라 안내를 하고 있다"라며 "현재 병원에서 분만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분만실 등 여러 병원의 내부 사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일병원의 폐원설까지 돌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해 경영난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병원의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해당 병원 간호사로 일하다 몇달 전 그만둔 C씨는 "저출산으로 인해 분만건수는 줄었지만 난임 환자는 증가하면서 전체 수익에는 큰 영향이 없다.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는 이사장의 책임이 크다"라고 말한다.

병원은 간호사를 비롯한, 의사, 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체불한 바 있다. 이에 지난 6월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당시 노조는 "이사장을 제외한 일가족이 병원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 노사 동수의 병원경영혁신위원회 구성, 병원장, 사무처장, 경영총괄본부장 보직 사임, 체불된 급여 지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파업 철회 이후에도 임금 체불은 계속됐고 노사간 갈등의 골 역시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취임한 지 한달이 된 서주태 병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이사장 이재곤 씨는 제일병원 설립자 이동희 씨의 아들이다. 이동희 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으로, 병원은 이동희 씨의 유언에 따라 삼성의료원에 무상으로 경영권을 넘겨 한 때 삼성제일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난 2005년 삼성에서 분리됐다. 당시 설립자 가족들의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져 삼성으로부터 독립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 바 있다.

키워드

#제일병원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