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충훈 대구지역혁신포럼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사진 : 구혜정 기자

명함이 아닌 삶의 행적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있다. 전충훈 대구지역혁신포럼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이다. 청년 시절 문화 기획자로 패션, 게임 추모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이벤트를 연출, 기획해오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콘텐츠 도심 RPG를 기획해 큰 히트를 친다. 이후 디지털산업진흥원 디렉터를 거쳐 사회적경제 영역에 발을 들이고 공동체디자인연구소 대표를 맡아 8년째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를 통해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재구성해 재미를 부여하는 일도 손 놓지 않고 있다. 

그, 밖에도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많은 경험과 이력을 쌓아온 그가 최근 대구지역혁신포럼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해당 포럼은 시민 주도의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문화, 지역, 사회적경제, 소셜벤처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엮어내고 있을까. 전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몇몇 분들이 공공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사실 세상에 없는 직업이었다. 최근 좀 쓰이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줄곧 문화 운동을 하는 후배로 봐 주었다. 이후 디지털산업진흥원에서 산업을 알게 되면서 문화와 산업 융·복합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사회혁신 현장에서는 활동가라 불러 주었다.

요즘 주요하게 하는 일은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이다. 8년째 하고 있다. 소셜벤처대회 영남권 총괄을 맡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일도 하고 있고 마을기업과 공동체 관련 활동도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지역과 사람을 엮어서 재미있게 만드는 연구, 기획, 실험을 하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에서 기획을 하다 보니 공공크리에이터로 불리는 게 아닌가 싶다.

 

-포럼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

총괄 사무국장 겸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구에서 첫 포럼을 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고 대구지역에 있는 사회혁신 기구들과 논의를 해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큰 그림만 있었다. 혁신가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공기업들이 지원해주고 이를 위해 사회혁신 대협약을 맺는 계획이었다. 그 밖에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연구를 많이 해왔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왔는데 포럼 사무국장을 맡아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은 주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시민사회 중심 혁신이라는 개념이 새롭다. 

지역혁신포럼이 생기게 된 배경은 특정 단위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다. 과거에도 이러한 시도는 많았다. 잘 안 되었던 이유는 한 곳에서 주도적으로 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지만 콜렉티브 임팩트(집단적 파급력)를 창출할 수 없다. 이번 포럼에서도 시간이 촉박했지만 협치의 가치를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의견을 구했다.

한 마디라도 한 손이라도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위원으로 오는 분들도 다들 한 손 보탠다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고 있다. 

 

-혁신의 플랫폼, 자리잡으려면?

참여자들이 무언가 얻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사회적 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고 성과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올해 계획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민창안대회, 주민 의견 공모전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잘 안 되었던 이유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이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되는 과정과 결과가 보여야 한다. 그리고 튼튼한 중추지원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첼린저들을 뽑아서 이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해 볼 것이다. 내년에는 상시로 의제를 발굴하고 분류하고 나눌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사업으로 추진할 것은 추진하고 남은 것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책과 연결하고 남은 난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공공기관, 공기업이 참여하는 점이 이색적인데

최근 공공기관이 먼저 포럼에 참여하겠다고 스스로 나서기도 해 놀라기도 한다. 기존에는 공기업들이 민간과 거리를 둬 왔다. 새로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재무적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끝으로, 이를 위해 미디어들이 CSR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CSR를 단순 사회공헌으로 인식하는 매체도 많다. 유명한 기업이 나서 홍보하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직원 복지를 향상하는 것도 SR이라는 것을 해석해주길 바란다.

 

-참여 사회혁신가, 사회적기업가에게 한 마디

과거보다 지금은 더 좋은 시기다. 꼭 사회적기업을 창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지금은 더 좋은 시기다. 꼰대스럽게 청년들이 열심히 안 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딛고 설 발판이 생기고 있다. 이 분야는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힘든 분야다. 동시에 경쟁자가 비교적 적어 기회도 많다.

인터뷰 내용처럼 그는 사람을 엮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수많은 전화와 기업 담당자, 지역 시민들이 찾아왔다. 지역 혁신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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