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 사학연금공단 대체투자실장과 서원철 공무원연금공단 대체투자실장이 선언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혜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 바람이 불고 주요 유력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선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석탄발전 투자 배제를 선언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4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국내외 언론 앞에 탈석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천명했다.

정영신 사학연금공단 대체투자실장과 서원철 공무원연금공단 대체투자실장은 "우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의 공동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 석탄발전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임을 인식하고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해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투자에 노력한다"고 공동 선언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금융기관이 석탄 생산 지원을 줄이자는 세계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늦게나마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참여를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이 출발이 큰 결실을 가져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오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은 사양산업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요구와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 투자 중단 및 철회 금융기관도 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추가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구혜정 기자

한국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에 대해 해외 금융기관도 환영과 지지를 보냈다.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융부문 대표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탈석탄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 한국과 다른 아시아 금융사들이 석탄 투자를 중단하기만 하면,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은 중단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석탄에서 발을 빼야만 한다. 석탄으로 인한 좌초자산의 규모가 급등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팀 버클리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 소장도 "수입되는 석탄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금융적 관점에서 매우 현명한 결정이다. 지난달 스탠다드차타드와 마루베니가 석탄 분야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전격적 결정을 내렸다. 이들의 결정을 통해 석탄 산업에 여전히 투자 중인 금융 투자자들은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 에너지 전환의 선두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공적 연기금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함으로써 책임투자 시장도 일정 부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책임투자 계획을 묻는 본지 질문에 서원철 공무원연금공단 실장은 "9월 말 기준으로 사회책임형 투자 펀드에 1,07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해외에도 천억 원 규모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간접자산운용에 관해서도 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현황에 따라 가점을 주는 등 세부 이행 방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정영신 사학연금 실장은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자산은 전체 운용 자산 대비 0.1% 규모에 불과하나 앞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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