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진제공. KT

1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모 헬스장. 평일 이른 저녁에도 불구하고 헬스장 러닝머신은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회사를 마치고 집 근처 헬스장으로 온 직장인 A씨는 “저녁 시간이 생긴 만큼 올 하반기 목표는 다이어트다”라며 운동을 시작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30분 서대문에 위치한 한 여성 전용 요가 센터. 한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상을 깨고 15명 남짓되는 인원이 요가를 하기 위해 매트 위에서 몸을 풀고 있다. 직장인 B씨는 "유연근무제 때문에 일주일 2번 정도는 이 시간에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라며 "예전에는 이 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 업무가 끝나고 운동까지 하고 집에 가도 7시 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 이후 3개월이 지난 현 시점, 직장인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55분 감소했고, 여가활동 매출은 9.2% 증가했다.

KT가 2일 발표한 주52시간 근무제로 변화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광화문 일대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이 작년 동기간 대비 평균 55분 감소했다.

광화문 일대는 주52시간 근무제를 가장 먼저 시행하고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인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다수 위치해있다. 이번 조사는 휴대폰과 기지국이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신호정보를 바탕으로 분석됐고, 직장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달에 10일 이상 동일 기지국에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폰 이용자를 의미한다.

KT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KT 가입자의 휴대폰과 기지국이 교환하는 신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자료이며, 여기에는 해당 가입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알 수가 없어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KT 가입자들의 이동 등의 패턴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조사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같은 장소에 비슷한 시간대에 오가는 이들은 직장인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다소간의 오류는 있겠으나 거의 정확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IT, 게임 업계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많이 상주하는 성남시 판교의 경우에는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이 작년 동기간 대비 평균 11.6분 감소했으며, 주52시간 근무제 유예 대상인 금융 업계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는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이 6분 줄었다. 반면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많이 위치해 있는 가산디지털단지는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이 오히려 5분가량 증가했다.

KT 유동인구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주52시간 근무제가 직장인 출퇴근 시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17년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오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해당 지역의 전체 직장인 중 26%가 출근했으나, 올해는 같은 시간 동안 전체 직장인 중 15%만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17년 21%에서 ‘18년 38%로 늘어나 주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30분가량 늦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광화문, 판교, 여의도 모두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에 퇴근하는 직장인 비율도 최대 31.4%로 작년 동기간 대비 약 7% 증가했다. 가산디지털 단지는 작년 동기간 비교 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특히 여의도는 금융 업계 특성상 8시 전에 전체 직장인 중 90%가 출근하는 패턴은 작년과 동일하나 다른 지역과 비교해 30분가량 빨리 퇴근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이는 유예 대상 기업도 주52시간 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BC카드의 8월 19일부터 9월 15일까지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여가 활동 관련 업종의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평균 9.2% 증가됐다. 증가된 여가 활동 매출 규모는 BC카드 기준 약 16억 원에 달한다. 이번 분석에 활용된 여가활동에는 서점, 골프연습장, 볼링장, 테니스장, 수영장, 헬스클럽, 영화관, 티켓, 기타 문화 취미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 전체에서 가장 많은 여가 활동 매출의 증가 폭을 보인 지역은 동작구로 작년 대비 여가 활동 매출이 70.3% 증가했으며 이어 강서구가 66.3%, 동대문구가 42.7% 증가했다. 직장인들이 많이 근무하는 종로구, 금천구의 경우에는 오히려 여가 활동 매출이 작년 대비 각각 7.7%, 6.7% 감소했다.

광화문과 판교의 점심시간 음식, 주류 관련 업종의 매출은 작년 대비 소폭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해당 지역의 오후 6시 이후 음식, 주류 관련 업종의 매출은 최소 10.3%에서 최대 14.7%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와 가산디지털단지의 음식, 주류 관련 업종의 매출은 작년과 유사하거나 다소 증가된 규모를 유지했다.

또 주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7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 언급되는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여가’, ‘퇴근’, ‘육아’ 등 업무 시간 외 활동과 관련된 단어들이 언급량 순위 상위에 랭크됐다고 밝혔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인 ‘워라밸’의 언급량은 2152회에서 21663회로 작년 동기간 대비 10배나 증가했다.

KT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등 여유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 직장인들로 인해 전체적인 여가 활동 소비가 증가했으며, 회사 근처에서 여가 활동 혹은 식사를 즐기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집 근처로 이동해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빅데이터 분석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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