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에 사용자 책임 묻는 고용노동부, 방송 스태프 노조 반발
을에 사용자 책임 묻는 고용노동부, 방송 스태프 노조 반발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9.26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당장 시작하는 드라마의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조명 감독들이 지금 난감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디어SR이 입수한 드라마 제작현장 근로감독 결과 보고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일부 감독급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은 불인정한다는 입장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드라마제작현장 근로감독을 실시해왔다. 지난 20일 결과를 보고한 가운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언론노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관련 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명, 동시녹음, 장비 등 제작사와 도급 계약을 맺는 감독급 스태프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탁종열 소장은 21일 미디어SR에 "방송사와 제작사가 사용자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특히 조명, 동시녹음, 장비팀 등 이른바 턴키 계약을 맺고 있는 이들 팀 감독들의 경우 사용자라고 볼 수가 없다. 이들은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제작사와 일급 250만원으로 계약을 하지만, 여기에는 발전차와 조명장비 렌탈 비용과 스태프 5-6명의 급여가 포함된 금액이다. 장비 비용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운데, 나머지 금액으로 본인과 아래 스태프의 임금을 줘야 한다. 예산 증액의 결정 권한은 제작사에 있는데, 사용자의 책임은 감독급 스태프에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결과가 나온 이후, 일부 감독급 스태프들이 제작사에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이가 관철된 경우는 없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팀장급과 일부 직종은 고정급에 따른 이윤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구속되는 등 일부 근로자성 인정요소가 있으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완성을 위해 각 소속 팀원을 지휘 감독하며 자신의 역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사업자로서의 요소가 강하므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로 이들을 사용자로 특정했다. 그러나 이 내용에도 감독급 스태프들이 근무시간과 장소, 예산에 대해 결정권한이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방송 제작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CJ E&M과 그의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 등 방송사와 제작사에서 기존의 턴키 계약 형식을 스태프 개별 계약 형태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는 도리어 감독급 스태프들을 사용자로 특정하고 있어 도리어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측은 "정부 당국에 드라마 스태프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사용자로 특정했다"라며 "이런 결과가 드라마 제작 산업과 현장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턴키 계약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장의 이런 반응에도 고용노동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정책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장감독을 실시 해보니 고용구조가 그런 식으로 나와있었다. 노동관계법을 적용해서 보면,  일부 스태프들의 경우 턴키 계약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어 보인다. 현장 감독 기관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