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요일 아침이면 근처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 이하 파네라)를 찾아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곤 한다. 파네라는 미국인들이 자주 찾는 베이커리 겸 식사를 파는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다. 맛있는 베이글과 수플레 등 아침 메뉴뿐 아니라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비롯해 파스타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파네라는 미국 전역에 걸쳐 2천1백 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거의 3조원에 이르는 연 매출을 자랑한다. 

#파네라의 커뮤니티 카페, 파네라 케어스(Panera Cares)  

얼마전 보스턴에 비즈니스 출장을 갔었을 때 그동안 지면으로만 알고 있던 파네라 커뮤니티 카페, 파네라 케어스(Panera Cares)에 마주쳤다. 파네라 케어스는 파네라 설립자이자 CEO였던 로날드 셰이크(Ronald Shaich)가 푸드 뱅크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생각한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미국 내 7가정당 1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들 개개인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것 이외의 어떤 커뮤니티와 결합한 지원 방법을 고안하던 와중 CEO 로날드는 파네라의 비영리 조직인 파네라 브레드 파운데이션(Panera Bread Foundation)을 통해 파네라 케어스를 오픈했다. 비영리 카페 파네라 케어스 첫 매장은 2010년 파네라 본사가 위치한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지역에 오픈되었고, 이후 미시간 디어본, 오레곤 포틀랜드, 시카고, 그리고 보스턴에 매장을 오픈했다.   

파네라의 커뮤니티 카페, 파네라 케어스를 론칭한 파네라 전 CEO Ronald Shaich. 출처 : decodedscience.org

파네라 케어스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첫째는 파네라의 ‘pay-what-you-can(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 모델이다. 주문한 음식 가격을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지불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메뉴에 제시된 금액만큼 지불한다. 사실 메뉴에 적힌 금액은 일반 파네라 카페에서 해당 메뉴를 판매하는 가격이다. 물론 원하는 경우 적힌 금액보다 더 많이 낼 수도 있는데 음식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은 다음에 오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식사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식사 비용으로 이용된다. 둘째는 식사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사람들이 식사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한 끼의 식사(메인 메뉴와 음료)는 무료로 먹을 수 있고, 그 이상을 원하는 경우엔 커뮤니티 카페에서 한 시간 자원봉사를 하고 식권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여러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자원봉사로 식권을 제공받는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했다.

다시 말해 파네라 케어스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기부+여유가 없는 사람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자립 운영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끼니 해결을 위한 공간, 사람, 그리고 자원봉사의 시간이라는 자원의 선순환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하고자 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간 파네라의 휴머니티 실험  

그런데 2016년을 시작으로 올해 결국 파네라의 실험은 실패로 기록되게 되었다. 세인트루이스 지점은 올해 1월에, 미시간 디어본 지점은 2016년에, 그리고 오레곤 포틀랜드와 시카고 지점도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남은 지점이 보스턴 매장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파네라 케어스 매장. 출처 : paneracares.org

사람들의 선의에 기반하는 기부와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한다는 아이디어. 이러한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소비자 리뷰 사이트, 옐프(Yelp)를 한번 보자. 옐프에 포스팅된 다수의 소비자 리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긍정적인 리뷰는 파네라 케어스의 컨셉, 자신들이 지불하는 식사 가격으로 남들을 돕는다는 신선한 접근과 그런 사회적 의미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반면 부정적인 리뷰들은 카운터 너머로 보이는 홈리스 사람들을 보는 불쾌감, 베이커리 제품들이 신선하지 않다는 신선도에 의문을 제시하며 파네라가 파네라 케어스를 통해 식품 재활용을 하는 듯하다는 불만, 매니저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 주문 음식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불만 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제시된 가격보다 적게 지불(=기부)했을 때 캐셔나 매니저가 ‘일주일에 한 번’에 대한 규칙이나 제시된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는 등의 소비자 대응에 대한 불만들이다.

옐프가 한정된 소비자 반응을 보여주긴 하지만 파네라 케어스 비즈니스 모델의 다음과 같은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 Pay-what-you-can이라는 컨셉은 좋으나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시된 가격보다 적게 지불할 수 있다는 점
• 개인당 1주일에 한 번은 무료로, 그리고 한 시간 자원봉사를 하면 한 끼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개인들의 혜택 이용을 완벽히 모니터할 수 없는 한계
• 이런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기부 금액이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무너짐
• 기준 가격보다 적은 금액을 내거나 무료 식사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 ‘1주일에 한 번’의 규칙이나 지불 금액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경우, 그 당사자가 느끼는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 
• 그런 코멘트를 기부 의사를 가진 소비자들 역시 받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우 기부 의욕이 저하될 뿐 아니라 부정적 심리반응으로 인해 파네라 케어스 매장 방문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
• 또한, 트레이닝 되지 않은 사람들이 식권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준비하는 메뉴가 메뉴얼대로 준비되지 않아 일반 소비자의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많음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파네라의 휴머니티(Humanity)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선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 판매되는 서비스 또는 제품의 소비 경험의 만족, 2) 선의를 통한 커뮤니티 속의 선한 영향력, 이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파네라 케어스의 경우 그 선한 비즈니스 모델이 실현되었을 때 레스토랑의 전체적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제품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기부자와 수혜자의 구분과 혜택을 받는 규칙을 선명하게 모니터링 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파생되었다. 소비자들의 방문이 줄다 보니 결국 운영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결국 pay-what-you-can-pay 모델이 실패로 돌아갔다.

개인적으로 파네라 케어스의 예는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2010년에 그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좋은 시도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결국 실질적인 문제와 운영상의 예상치 못한 오류로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그때도 어떻게 무료 식사를 일주일에 한 번 받는 것을 어떻게 트래킹할 수 있을지, 무료 식사를 위해 1시간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시간 봉사는 값지지만, 그들이 준비하는 식사의 퀄리티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을 가지긴 했다. 

그렇지만 파네라 케어스의 휴머니티에 관한 실험은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기업들은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쉽다. 개인들의 작은 소비 행동, 또는 기부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모두가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본적인 요소(상품, 서비스)가 만족되고 그에 더해진 플러스알파가 선한 의지가 되었을 때 실제 비즈니스에서 의도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본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소비 경험(Consumer experiences)를 제공할 수 없어 아무리 선한 의지에 기반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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