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자상거래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자상거래 기업은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한국도 폭풍 전야의 이커머스 시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의 대단위 투자와 함께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와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포털 사업자도 가세해 시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전망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SR은 이번 기획을 통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는 사업자들과 전체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시장 규모는 올해는 100조원, 2022년에는 189조원으로의 성장이 예측될 정도로 산업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규모가 커진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쿠팡, 티몬으로 대표되는 신규 소셜커머스와 지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의 오픈마켓, 그리고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 피튀기는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2018년 이커머스 시장이다.  이들 모두 2016년을 기점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 점유율의 50%를 돌파한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두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1% 수준인 국내(미국 72%, 중국 79%)의 경우, 올해 모바일 시장의 비중은 전체 온라인 쇼핑 중 6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몇년 사이 모바일 시장을 선점한 주자들은 기존 유통 강자들이 아닌 신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 온라인 시장의 구도에서 기존 강자는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과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의 소셜커머스로 평가된다. 오히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의 대형 유통기업은 후발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쿠팡 광고 캡쳐 화면.

 

창립 5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쿠팡의 경우, 2013년 매출 447억원에서 2017년 기준 2조6848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쿠팡은 누적 손실만 약 1조7000억원으로, 최근 이런 경영상의 불안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은 늘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의 적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쿠팡이 2014년 미국 세쿼이아캐피탈과 블랙록 컨소시엄으로부터 각각 1억달러(약1123억원), 3억달라(약3369억원)를 투자받은 것에 이어 2015년에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0억달러(약1조1231억원)을 투자받는 등, 투자유치실력으로도 업계의 관심을 받은바 있는데 실제 이런 대규모의 투자유치가 쿠팡의 미래 경쟁력이라는 시장의 평가도 존재한다.

현재 쿠팡이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은 결국 한국판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프라임 서비스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 서비스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꽉 쥐고 있다. 2018년에도 기세등등한 아마존의 고성장을 이끈 물류창고와 배송 시스템의 효율성 개선은 지난 수년간의 공격적인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 물류시스템 확대에 꾸준히 투자해온 아마존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쿠팡은 아마존의 성공 모델을 고스란히 닮아간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의 핵심을 저렴한 가격, 많은 제품 선택, 빠른 배송이라고 보고 있는데 쿠팡 역시 이를 위한 전략을 일찍부터 짜오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을 위한 직매입과 빠른 배송을 위한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춘 것에 이어 최근에는 PB 상품을 자체 제작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존 대형유통업체들의 전략을 차용하기도 했다. 티몬이나 위메프 등 경쟁 업체들은 판매자에게 상품 플랫폼을 열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인데, 쿠팡은 판매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고객에 배송까지 직접하는 형태다. 쿠팡의 유명한 로켓 배송은 그렇게 탄생될 수 있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빠른 배송이라는 명확한 강점이 와닿지만, 누적된 적자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사업자로서는 꽤 위험요소가 있는 투자다.

초반 마케팅 면에서도 공격적이었던 쿠팡이 2017년을 기점으로는 내실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이지만, '저렴한 가격, 많은 선택지, 빠른 배송'에 있어서 업계 1위를 포기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지난 7월에는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 확대에 나서, 이마트 SSG 배송, 마켓컬리 샛별배송, 티몬 슈퍼배송 등으로 이미 치열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경쟁에 발을 들였다. 이커머스에서 식품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 시장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사진제공. 티몬

2015년 매출 1958억원에서 지난 해 매출 5000억원으로 급성장한 티몬의 경우에도 아직 흑자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티몬은 홈쇼핑 업체에서 주도적으로 활용해온 비디오 커머스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며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비디오 커머스는 영상을 활용해 고객들에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단순 이미지 텍스트보다 구매 전환율이 높다. 홈쇼핑 채널이 MCN 콘텐츠들과 손을 잡고 선보이는 마케팅 방식으로 최근에는 V-커머스라는 또 하나의 장르로 부상했다는 평이다. 국내 소셜 커머스 업체 중 V-커머스를 주요 전략으로 삼은 티몬은 웹드라마를 자체 제작하기도 하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티몬이 이미 앞서 지난 해 9월부터 선보인 티비온라이브는 업계의 새로운 시도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하거나, 브랜딩을 위한 웹드라마 제작, 생방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디오 커머스를 시도하고 있다. 티몬의 홍보팀 관계자는 "소비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실시간 채팅과 젊은층들의 재미 요소를 확보하는 좋아요 기능, 상품에 따른 시간대 선정 등 자유로운 방식을 시도하며 상품에 맞춘 최적화된 진행방식을 선정하고 있다 또 티비온 라이브의 정규 편성 시간은 오후 3시이지만 상품에 따라 오후 10시에 진행하는 등, 주요고객층의 쇼핑습관을 고려한 유연한 편성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몬은 본격적인 비디오 커머스를 위해 지난 해 12월 생방송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는 라이브를 위한 스트리밍 시스템과 조명은 물론 음식 방송을 위한 조리시설과 환기시설도 갖췄다.

유한익 티몬 대표는 최근 내년 상반기에 C2C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도 선언했다.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하는 사람이 티몬 라이브 방송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의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식이다. 결국 티몬이 유튜브 처럼 또 하나의 방송 플랫폼이 되는 셈이고, 커머스 방송의 전문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게 되는 셈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중 국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 역시 주목할 만하다. 우아한 형제들은 2016년 매출액 849억원에서 2017년 1626억원으로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17억원으로 추산된다. 배민의 강점은 초반 감성마케팅으로 젊은 층을 제대로 공략해 일종의 팬덤이 두텁다는 것이다. 자체 서체를 디자인하고 신춘문예 등 젊은 층이 동할만한 이색 이벤트를 펼쳐 브랜드 자체의 마케팅도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배달의민족이 국내에 첫 선보인 레스토랑 전용 자율주행 로봇 딜리플레이트. 사진제공. 우아한 형제들

 

최근에는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 라이더스와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을 운영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배민찬의 경우에는 틈새시장을 잘 파고 들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발표한 롯데/이마트/쿠팡의 온라인 전략 발표 영향 분석에서 "배민찬은 반찬이라는 차별적인 아이템으로 틈새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다. 반찬은 원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템별로 대량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의 한계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을 형성하기 어렵지만, 그 한계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이마트가 그런 작은 시장까지(전체 시장규모는 크지만, 기업화가 어려운) 직접 신규 진출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1인 가구가 확대되면서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17% 성장세를 기록한 HMR 시장은 3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같은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민찬이 우아한 형제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우아한 형제들 스스로는 푸드 테크 분야의 개척이라고 설명하는 미래 기술부문에서의 투자가 최근 눈에 띄는 행보다. 인공지능(AI) 음성 주문,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 등 최신 기술에 투자하는 배민데이빗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지난 8월 배달의 민족은 피자헛 목동 중앙점에서 자율주행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첫 선보이기도 했다. 매장 안에서 테이블 사이를 자율주행으로 오가며 음식을 나른 일종의 서빙 로봇이다. 최대 22kg중량의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딜리는 배달의민족이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기술 기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가 개발했다. 구글 출신 하정우 대표가 지난 해 설립한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요식업 서비스를 탈바꿈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 총괄 김용훈 이사는 “이번 시범 운영은 로봇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배달의민족은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배달 로봇을 선보임으로써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를 앞당겨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이륜차 배달원이 수행하는 임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우아한 형제들 홍보실의 전소영 주임은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 개발은 2017년 상반기부터 구상했으며 하반기에 실질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배달의민족은 음식배달 로봇 개발이 상용화 단계까지 가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며, 최소 2~3년, 길게는 5년~10년을 내다보고 '중장기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다. 단계적으로는 1단계 원격관제와 모니터링 가능한 실내외 환경, 2단계 아파트, 오피스텔 같은 층간 이동 가능한 실내+실외 혼합환경, 3단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고객과의 인터랙션을 강화하는 실외 환경 순으로 접근하고 있다. 단순히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실체도 없는 것을 이벤트처럼 보여주기 식으로 접근하기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들을 만들어내 가면서 진척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전 주임은 "AI, 로봇, 자동화 등 신기술이 미래 인간 노동을 대체해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배민에서는 이 음식배달 로봇이 배달원을 곧바로 대체하기 보다는 외진 곳, 언덕진 길 등 사람이 가기 기피하는 배달이나, 악천후와 같은 위험하고 어려운 배달을 대신해 인간을 돕는 쪽으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렇듯 현 경쟁구도는 소셜커머스, 오픈 마켓, 기존 유통대형업체들이 서로의 비지니스 모델을 차용하는 식으로 경계 구분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티몬의 티비온 라이브는 홈쇼핑처럼 화면으로 제품 설명을 보면서 양방향 소통도 가능한 실시간 방송 판매 서비스다. 소셜커머스가 홈쇼핑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또 마켓컬리 인수설이 한창 돌았던 이마트 역시 피코크와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HMR 카테고리를 늘여가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 판단할지 모르지만 배민찬과 접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이 선보인 탐사라는 PB브랜드 역시 기존 대기업 유통 브랜드들이 가격경쟁력을 낮추기 위해 흔히 활용한 비지니스 모델이다.

결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업체들의 경쟁 수위 역시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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