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위키미디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강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입법예고 하면서 규제 대상에 주요 그룹들이 해당 기업 지분을 줄이거나 매각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기존 30%) 보유하면 상장과 비상장 구분 없이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에 들어간다. 규제가 강화되면 규제 대상 기업은 기존 226개 사에서 600여 개 사로 크게 늘어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려면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거나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 내부 거래 비중을 12% 이하로 조정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내부 거래 비중이 비교적 높은 주요 그룹 비상장 자회사가 공정위 주요 타깃이다. 사실상 내부 거래 비중 임의 조정은 힘들어 대부분 그룹에서 매각 또는 지분 일부 매각하거나 신주 발행을 통해 오너 일가 지분을 크게 낮추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19일 LG그룹은 계열사 구매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비상장 자회사 서브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경쟁력 제고 및 미래성장을 위하여 MRO사업의 분할 및 외부지분 유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공시했다. LG그룹은 서브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규제대상 대기업 집단 자회사 중 매출액이 가장 크다. 내부 거래 비중은 2017년 기준 74.26%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LG CNS도 신규로 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된다. LG그룹은 LG CNS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내부 거래 비중은 57.75%다. LG CNS는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공공 분야, 에너지, 금융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로 했다.

SK가스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SK D&D 지분 3.5%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보유 지분 24%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번 매각으로 한앤컴퍼니는 SK가스보다 2주 많은 SK D&D 주식 444만1주를 보유하게 된다. 동시에 SK D&D는 13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GS그룹은 지난 7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GS ITM 지분 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에 들어갔다. GS ITM은 지난해 7월 국정감사에서 80%대의 높은 내부 거래 비중을 지적받았다. 당시 김병열 GS칼텍스 사장은 GS ITM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음에도 사익 편취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 하자 이번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기업의 대응은 2014년 최초 사익편취 규제를 도입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를 규제 대상에 포함했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 현대자동차, SK, 한진, 영풍 등 그룹사들은 이노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글로비스, 에이앤티에스, 싸이버스카이, 영풍문고 등 계열회사의 지분율을 하락시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이번 사익편취 규제에 기업이 대응하는 방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SR에 "이러한 기업 행태를 두고 한국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법 취지는 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이익을 개인이 부당하게 빼돌리지 말라는 것이고 회사법상 존재하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지 대상 행위가 명백하지만, 한국은 회사법으로 규율이 잘 안 되어 있고 민사 소송으로도 감시가 제대로 안 되어 국가가 대신 나서서 대기업을 감시하려고 하자 반발이 심해 일정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를 대상으로 집중 감시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분율을 조정해서 공정위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도둑질을 계속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도 아니다. 도둑질을 안 하겠다고 선언해야 맞는 것이다. 지분율 조정으로 빠져나가는 기업은 공정거래법 집중 감시 대상 규제에서 빠질지 몰라도 해당 회사의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 이익을 빼돌리려는 시도로 보고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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