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에 수조 원대 금융조달하고 있는 KDB산업은행. 사진: 구혜정 기자, 김시아 기자

내달 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 전 세계 환경 전문가, 관련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 중 탈석탄 선언을 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정부는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을 보이기 위해 힘써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탈석탄을 탈원전과 함께 에너지 기후 정책의 핵심 과제로 선정했으나 지난해 석탄화력 발전 비중은 오히려 증가해 에너지 정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반면, 해외 금융기관들은 탈석탄 선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가 대표적이다. GPF는 오래전부터 필리핀 최대 발전 기업 아보이티즈와 중국 최대 석탄 생산 기업 선화 에너지, 인도석탄공사 등에 석탄 유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왔다. 석탄을 캐고 발전에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밖에도, 네덜란드 최대 규모 금융그룹 ING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석탄 관련 분야 투자 철회를 선언했으며 일본 다이이치생명보험, 닛폰생명보험 등 연기금, 은행, 보험사 할 것 없이 다수 금융기관들이 탈석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탈석탄 선언을 단 한 곳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에너지 산업 구조적 특성상 정부에서 강하게 탈석탄 기조를 세우고 정책을 이끌어 나가지 않으면 탈석탄은 요원하다고 내다봤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미디어SR에 "정부가 석탄 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고 한국전력공사가 송전과 배전을 독점하는 현 체계에서 탈석탄 선언을 할 수 있는 민간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양 사무처장은 지난 7월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수주 확정된 삼척화력발전소를 예를 들며 "이 사업 건도 한국전력공사가 송전 비용을 책임지고 민간 사업자가 참여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석탄 산업에 간접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심지어 에너지 전환 관련 정부의 컨트롤 타워도 없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 역시 산업적 특성을 집어냈다. 김 연구원은 "화력 발전 산업의 특성상 한 번 허가를 내주면 정부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전해줘야 하는 입장이라 금융권에서는 안정적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 해외 투자의 경우에도 투자 규모가 커 단독 입찰이 아닌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이때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탈석탄 선언을 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엄두도 못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시민단체와 투자자 압박이 해외에 비해 덜하고 정부 보증 사업이 많아 투자 철회 선언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깔려있지만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석탄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왔는데 이를 줄여나가고 있고 석탄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선언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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