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BC 상암 사옥

18일 MBC에서 해고된 9명의 아나운서가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부당해고 판정 이후, 일주일이 흐른 시점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연 이들은 "우리는 적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파업대체인력으로 채용된 것이라는 세간의 오해는 사실과 다르고,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했고 어떤 편법이나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2016년과 2017년에 신입으로 채용이 되었고 당시 전형에서는 서류, 카메라테스트,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쳤다. 다만, 기존 정규직 채용에 있었던 1차 필기시험과 다면역량면접은 없었다.

지난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는 MBC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계약직으로 선발됐으며,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는 적폐로 몰리며 부당해고를 당한 이중 피해자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자간담회를 주관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계약직인 이들에게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MBC야말로 정권 교체 가운데 가장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고 있는 조직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시사 프로그램의 부당한 폐지, 보복성 인사, 정권 홍보 방송으로의 전락 등을 이유로 MBC 다수의 구성원들은 파업을 시작해왔다.  2010년부터 시작된 파업은 2012년에는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선다는 구호 속에 KBS 등과 함께 공동파업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2012년 6개월에 걸친 장기 파업 속에 사측은 방송정상화라는 명분 속 경력 채용이라는 방식으로 기존 인력을 대거 대체했다. 이 가운데 해고된 인물이 바로 현 MBC 사장인 당시 최승호PD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며 1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MBC 내부는 철저히 양분되기 시작했다. 긴 파업에 지쳐 스스로 나간 구성원들도 상당수다.

한 MBC 관계자는 "오랜 싸움 끝에 MBC 내부의 결속력은 상당히 망가졌다. 비록 정권이 바뀌고 정상화 작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긴 세월 망가진 내부 분위기를 재건하는데는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아나운서들도 기존 MBC 직원들과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사내에 붙인 사죄의 대자보에는 "지금까지 아나운서 후배로 오롯이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저희가 계약직이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관계회복에 노력하기 보다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에 급급했다.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 "저희 존재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 저희를 볼 때마다 가슴 아플 선배님들이 계셨다는 것, 그런 저희가 나오는 방송을 볼 때마다 힘든 마음을 겨우 추스르셨을 것들 모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라는 내용들이 적혀있다.

또 이들은  "왜 행동하지 않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법하지만 우리는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해지권이 두려웠다. 파업에 참여하면 해고당할 것을 우려했다. 계약서상 우리와 같은 독소조항이 없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전 경영진은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했는데 계약직인 우리는 그런 위험에 더 노골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라고 거듭 해명하고 있다.

당초 MBC는 이들의 해고와 관련, "해고가 아닌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퇴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지노위 판정 탓에 해당 사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MBC 측은 다음달께 받는 지노위 판정서를 검토한 뒤,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노위가 이들의 채용 형태는 계약직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계약직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또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나 계약갱신 기대권이 있었던 이들에 대한 계약종료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시점, MBC는 원점에서 이들의 '계약 만료'를 재점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입 밖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아나운서들은 지난 정권에서의 불합리한 보복성 인사가 그들에게도 행해졌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피해자 입장이었던 이들이 현재는 가해자의 입장이 돼버린 묘한 상황이다.  

이들의 구제신청 건을 맡은 노무법인 참터의 안현경 노무사는 18일 미디어SR에 "이번 기자회견은 이들에 대한 오해가 있어 이를 설명하고자 함이 목적이었고, 또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진만큼 MBC에서 합리적 방법을 모색해 원만하게 해결해 줄 것으로 촉구하기 위함이다"라고 기자회견의 배경을 설명했다. 과연 MBC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에는 대화로 해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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