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의 네트워크
김봉진의 네트워크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9.14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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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그래픽. minzada

김봉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대표다.

2010년 대학원 시절 골목을 누비며 배달 전단지를 주워 모아 창업한 배달 서비스 앱 배민은 시장 점유율이 과반이 넘는 1위 배달 앱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이런 배민의 성공으로 2016년 부터 흑자 전환이 되었고, 2017년에는 1626억원의 매출과 216억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김봉진은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송파구에 자리잡은 배민의 사옥을 놓고 보면 이제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다.

김봉진과 배민의 성공 과정을 열어보면 거기에는 항상 유니크함이 있다. 그는 평소 자신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 설명한다. 비지니스는 그가 디자인 하고 싶은 브랜드를 위해 거들 뿐이라는 말이다. 경영인들이 흔히 강조하는 수치 이상의 것이 비지니스의 영역에도 있다고 생각하는 김봉진. 배민이 배달앱이라는 본질과는 다른 서비스를 강조하고, 그로 인해 배민하면 확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 또 그 이미지를 문화처럼 즐기는 팬덤이 생겼다는 것은 모두 이 남다른 디자이너의 남다른 경영 감각에서 온 결과물이다.

고3때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주신 학원비로 실기를 배워 서울 예전에 합격한 뒤, 다큐멘터리에서 본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동경해 가구 디자이너를 꿈꾸기 시작했던 김봉진. 웹 디자이너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으나 못다한 꿈을 이루려 결국 가구매장을 냈던 김봉진. 사업에 실패하고 다시 취업을 했지만 젊은 친구들에 비해 자신이 더 나은 것이 없다는 자기객관화 끝에 대학원에 진학했던 김봉진. 대학원 초기 마침내 친 형과 주변의 친한 지인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 본 앱 배민으로 성공을 거둬낸 김봉진.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스타트업 성공신화의 주인공, 김봉진의 모습들이다.

초기멤버들

배민의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당시 김봉진은 네이버를 다니다가 국민대 대학원 진학을 했던 참이었다. 오랜 꿈이었던 가구점을 차렸지만 처참히 실패했고 이후 네이버에 입사를 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후배들에 비해 본인이 나은 것이 없는 기능적인 디자이너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마침 앱 개발 바람이 불었던 참이었지만, 대단한 성공을 목표로 두고 배민의 작업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개발자인 친 형(김광수 우아한 형제들 공동 창업자)과 중학교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가구 사업에 실패했을 당시 도움을 준 친구 등, 정말 주변에 가까웠던 사람들과 프로젝트처럼 시작해봤다.

가까운 이들과의 사업이 생각만큼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을 것이지만, 그래도 김봉진은 그들이 아니었으면 시작할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시 창업을 한다고 해도 가까운 이들과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싸울 때도 많았지만 회사가 잘 되니 다 추억으로 이야기 된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방점을 찍을 만한 것은 '이런 것(싸우는 것) 자체가 삶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가까운 이들과의 비지니스를 꿈꿀 때 흔히 다 함께 으쌰으쌰하는 긍정적인 부분만을 그리는데, 실상 비지니스 영역에서는 치고 박을 정도로 서로가 예민해지기도 한다. 그 역시 하나의 과정이거니, 필요한 부분이거니 받아들이는 삶의 유연함이 있는 김봉진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김봉진의 직접적인 네트워크는 아니지만 다독가이기도 한 김봉진은 자신의 인생 책을 꼽으라는 많은 질문들에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왜 일하는가'를 꼽는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중 한 명이다. 27세 때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기업 교세라와 통신회사 KDDI를 창업했다. 교세라의 성장으로 경영 신화의 주인공이 된 그가 쓴 책 '왜 일하는가'에는 세계적 CEO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와 함께 '일하는 의미'와 '일하는 방법' 등이 담겨있다.

'왜 일하는가'란 책을 통해 김봉진이 깨달은 바는 일이 자신을 완성해갈 수 있는 수련의 도구라는 점이다. 일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이 자신을 수련해 나가야 한다는 이 노장의 말이 가슴에 꽂힌 김봉진은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나아가기 위한 나름의 훈련을 했다. 네이버 오픈 캐스트에 디자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들어간다. 임기 응변과 순간적인 순발력이 아닌 꾸준함과 성실함의 근육을 키워보고자 한 이 작업이 김봉진도 모르게 배민의 밑작업이 되기도 했다.

바로 한국에 앞서 스마트폰 시장이 적용된 해외 사례들을 공부하고 분석한 결과,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서비스보다는 생활에 밀착된 서비스가 오래 간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에 배민과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그의 머릿 속에 구현이 됐다. 길거리에 나부끼는 숱한 전단지들이 업주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 고객 입장에서도 이를 한데 모아 비교해서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배민이 탄생됐다. 어느 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함께 꾸준한 시장 분석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도 창조이지만, 그것을 파는 시장을 만드는 것도 창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김봉진 역시 그런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낸 셈이다.

국민대

김봉진의 인생에 주요 분기점을 들여다보면 그에게는 정체되는 것을 싫어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 꿈을 향해 가구점을 차린 사례나 무모했던 첫 사업에 처참히 실패한 뒤 이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못 견뎌 대학원에 진학했던 것들이 그 근거다. 당시에는 이미 결혼도 한 시점인데 이런 큰 변화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네이버 재직 시절, 김봉진은 자신이 5년차 쯤 된 디자이너에 비해 그리 나을 것이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역시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어야 가능한 분석이다. 그리고 과감히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다.

숱한 인터뷰에서 김봉진은 대학원 수업들이 자신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학문으로서의 디자인을 경영에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 예로, 해결책이 아닌 문제점만 찾으라는 방식의 수업을 통해 해결을 먼저 찾게 되면 해결 가능한 문제만 찾게 된다는 함정을 깨닫게 됐다. 이것이 창업에 적용되면 사고는 확장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라는 창업가의 말이 어쩌면 진짜 문제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갖다붙힌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 수업을 통해서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은 디자인의 개념과 정의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봉진은 이 방법론을 회사 운영에도 적용한다고 하는데, 그 방법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를 묻고 입사 뒤 몇 달이 지나 또 물어보는 식이다. 달라지는 대답들이 그의 경영에 반영되는 식이다.  

설보미

김봉진의 아내. 지난 3월 김봉진은 자신이 발간한 책 '책 잘 읽는 방법' 앞머리에 '해가 지날수록 더욱 좋아지고 존경하게 되는 보미씨'라고 적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아내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김봉진 성공의 뒤에 아내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보미 역시 김봉진처럼 웹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그는 김봉진과 결혼한 뒤 아이를 낳고 회사를 퇴사했다. 하지만 육아 공백으로 인해 회사에 복귀하기 쉽지 않아 결국 남편의 가구 사업에 함께 동참한다. 그러나 실패. 어린 아이까지 있는 부부가 사업 실패로 전세금까지 날리고 나자 앞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설보미는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는 남편을 오히려 독려한다. '지금에 급급하지 말고 나중에 아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뭐든지 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되자'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 설보미가 생계를 책임지고 김봉진은 대학원에 진학한다. 아내는 공부하는(생활비를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 책값도 대줬다. 김봉진은 당시 생활비보다 책을 사는 비용을 우선시했다. 그리고 삶이 책에서 바뀌었다고 말한다. 실제 김봉진은 다독가이며,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라고 말한다. '책 잘 읽는 방법'이라는 책까지 출간할 정도니까. 그의 다독은 우아한 형제들 기업문화에도 반영이 되어 직원들의 서적 비용을 무한히 제공한다.

김봉진은 또 한 인터뷰에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경영 서적을 보다 머릿글에 '해가 지날수록 배우자에게 존경받는 것이 인생에서 궁극적인 성공이다'라고 쓰여있는 대목에서 한 방 맞은 듯 했다고도 말했다. 경영 팁을 보려고 펼친 책에서 나온 그 글귀에서 인생의 궁극적 성공(=배우자에게 존경받는 것)을 거두려면 먼저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존경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실제로도 아내를 존경한다는 그가 '책 잘 읽는 방법'에 아내의 이야기를 쓴 비하인드 스토리다.

김봉진의 아내는 우아한 형제들의 성공 이후 본인 역시 사업 일선에 뛰어들었으나 현재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성공한 CEO인 김봉진은 성공에 취해있지 않고 삶의 많은 시간을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한다. 2개월의 안식휴가를 갖기도 하고, 네트워크가 작성되는 현 시점도 휴가 중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기업문화에 이런 김봉진의 삶의 방식도 반영되어 있다. 직원들 역시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복지제도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눈에 띈다. 배우자와 자녀, 양가부모님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조기 퇴근하고 만약 퇴근을 하지 않으면 등을 떠밀어서라도 집에 보낸다는 제도다. 이외에도 법적으로 정해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외에도 남편의 2주 출산휴가가 있다. 또 아이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체육대회 등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학부모 특별휴가도 있다.

한명수

배달의 민족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배민에서 나오는 비본질적 콘텐츠를 제작하는 책임자.

스스로를 정의할 때 디자이너에 방점을 깊이 찍는 김봉진은 디자인을 디자이너만 소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의 개념은 점점 넓어지고 있고 사람들의 안목이 높아질 수록 미적 감각 역시 디자이너만의 특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우아한 형제들이 배민에 갇히지 않고 디자인의 명맥을 잇는 회사가 되어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나가는 작업을 바로 한명수가 하고 있다.  

2013년 배민에 입사한 한명수는 김봉진이 만든 배민의 서체에서 모티브를 얻어 회사의 모든 언어를 이것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다. 새해 경품으로 '다 때가 있다'는 문구가 적힌 때수건을 준다거나 한 시도들. 이는 본업과는 관계가 없지만 배민은 유니크하다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이런 비본질적인 것에 몰두하는 배민에 대해 한명수는 "우리 색깔을 드러내는 실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실험들이 먹힐 때 행복하다 말한다.

이쯤되면 무엇이 본질인지 혼란스럽지만, 배민의 본업이 배달 앱 서비스이지만 배민을 업계 1위로 성장시키고 유지시킨 것은 배민이 이런 비본질의 영역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김봉진이 멘토라 칭하는 인물. 우아한 형제들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로 있다.

관점이 바뀌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고 말하는 박용후로 인해 김봉진은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 최초에 정의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한다. 여기에도 관점이 필요하다.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들 역시도 자신만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민다움이란 무엇일까. 김봉진이 정의하는 배민은 무엇일까. 김봉진은 이를 '위트가 있어야 하고 헐렁하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진지한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쓱 시작한 배민이지만 출시 이틀 만에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해버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친근하고 헐렁한 위트였다. 키치한 느낌의 디자인. 투박한 특유의 서체는 눈에 확 들어오고,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등의 카피로 대표되는 배민이 하는 여러 마케팅 작업들은 배민만의 위트를 담뿍 담고 있다. 일단, 배달의 민족이라는 네이밍 부터가 언어유희이기도 하다.

이런 배민만의 정의가 명확하니 서비스 제작 원칙도 명확하다. '쉽고 명확하고 위트있게'.

카카오까지 나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이 시점, 사실 배민의 앞날에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민이 특유의 문화로 여러 경쟁 업체들을 여유롭게 따돌렸듯, 접근 용이성에서는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카카오와의 격돌에서도 우직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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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2018-09-19 21:41:31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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