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의 '나의 보람'

레진코믹스가 또다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 엔터테인먼트의 한희성 대표가 미성년자 작가 A씨를 착취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에 작가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수사를 촉구하고 독자들은 레진코믹스 탈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레진코믹스 한희성 대표, 미성년자 작가 착취? 

A씨는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나의 보람' 작가다. A씨는 한 대표로부터 작품을 뺏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A씨의 작품 '나의 보람'의 원작자는 한 대표를 칭하는 '레진'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A씨에 따르면, '나의 보람'의 줄거리, 캐릭터 등 주요 내용은 모두 A씨가 만들었다. 한 대표는 자신의 작품에 "좋다", "더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피드백을 준 것이 거의 다였다.

A씨에게 가장 자세하게 준 조언은 선정성을 강조하라고 방향을 제시한 것. A씨에 따르면, 한 대표가 선정적인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는지 구도 등을 자세하게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알몸의 여성 신체나 자위행위를 그려본 적도 없었다. 당시 A씨는 미성년자였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나의 보람'의 글 작가로 등록됐다. 더 나아가 작품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업계 관행이 그렇다는 이유였다. 계약에 대해 잘 몰랐던 A씨는 그렇게 수익을 줬다.

A씨 측은 15일 미디어SR에 "첫 몇 달간은 계약서에 글/그림 작가 구분이나 배분 비율자체가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글 작가라며 30%를 가져갔고, (A씨가) 항의한 이후 (한 대표가) 30%를 15%로 바꾸어 편취했다. 레진코믹스가 플랫폼으로서 가져가는 비율을 제외하고 남은 '나의 보람' 작가 몫에서 3할과 1.5할을 '글 작가' 명목으로 가져간 것"이라 전했다.

작품이 끝나고, '나의 보람'에는 '원작자: 레진'이라고 표기가 변경됐다. 

A씨 측은 한 대표는 '나의 보람'에 글 작가로서는 물론, 원작자로서도 기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표로부터 문서로 된 원안이나 시놉시스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으며, 레진코믹스에서 정식연재가 시작되고 나서는 대표가 아닌 담당PD에게 원고를 메일로 보냈다.

A씨 측은 "만약 대표가 정말로 기여를 했다면 메일함을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글 작가로서 정리해둔 글 콘티나 대사를 주고 받은 증거가 무더기로 나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원작자' 표기가 '나의 보람'에서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가 보낸 원고에 대한 한 대표의 코멘트. A씨는 이 같은 코멘트는 글 작가로서의 기여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제공: A씨

작가독자들 분노... 청와대 청원, 레진 탈퇴 운동 벌여

레진 대표의 미성년자 작가 착취 논란으로 동료 작가들은 분노했다. 작가들은 트위터에서 '#레진대표_미성년자착취', '#레진엔터_저작권편취', '#나의보람을_돌려줘' 등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작가들은 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작가들은 한 대표의 '업계 관행'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세준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작품 기획에 부분적으로 기여했다고 원작자로서의 권한을 요구하는 플랫폼 대표라니, 10년 넘게 만화가로 살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업계 관행이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청원도 진행 중이다. 15일 '17세 미성년 작가를 수년간 착취한 레진코믹스 대표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프리랜서들이 플랫폼의 갑질에 더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유관기관에 수사를 요구했다.

청원자는 최근 레진 엔터테인먼트가 연예기획사를 인수해 웹툰계뿐만 아니라 연예, 영화 등 다른 분야에서도 갑질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피해자는 웹툰작가 A씨였지만, 다음 피해자는 또 누구일지 알 수 없다. 업계관행이란 말에 속아 독소조항이 가득한 계약서에 사인하거나, 원치 않는 촬영을 강요받거나, 임금체불에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피해자가 또다시 나올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17일 오후 2시, 청원에 약 5,000명이 동의했다. 

현재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도 레진코믹스 탈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독자들은 레진코믹스를 탈퇴하고 인증글을 SNS에 올리고 탈퇴 방법을 공유하며 레진코믹스 불매 및 탈퇴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레진코믹스 회원을 탈퇴한 B씨는 17일 미디어SR에 "레진코믹스 갑질 사건 이후 탈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대표라는 사람이 미성년자 작가를 착취하고 발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봐 탈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위터에 보이는 레진코믹스 탈퇴 인증글. 트위터 캡처

레진과 합의 결렬

레진 엔터테인먼트는 "회사는 공동 작가 등 작가들 간의 수익분배 협의에 대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현재 양측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와 관련, 회사가 공식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자사 플랫폼에서 일어난 일을 대표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는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입장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레진 엔터테인먼트는 A씨가 미성년자임에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요구에 따라 글 작가의 수익분배금액 전액 및 보상금을 지급하는 합의안을 지난 1월 제시했다.

A씨는 레진 측이 제시한 해지합의서에 '비밀유지조항'과 '계약해지사유'를 동의하지 못해 합의서 수정과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A씨에 따르면, 레진은 '회사가 개입할 부분이 아니니 한 대표와 논의해 두 작가끼리 합의해라'라고 답했다. 그 이후 모든 합의는 결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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