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생아 수는 약 32만명으로 기록됐다. 역대 최저 출산율이다. 출생아 수 30만명 시대는 통계청 추계보다 18년 앞당겨졌다. 이대로라면 2022년에는 출생아 수 20만명대로 진입하게 된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출산을 유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이제 아이를 낳지 않는 국가로 바뀌고 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라 단편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와 진단을 내려도 효과가 없다.

미디어SR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을 점검했다. 그리고 당사자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인지 직접 질문했다.

정부의 정책과는 엇박자를 이루는 기업의 현실을 취재하고, 정부의 정책이 기업을 향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점검해보았다. [편집자 주]

사진. 구혜정 기자

떨어질 때로 떨어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제 기업이 나서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의 정책이 기업을 향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생활의 균형, 즉 오늘날 워라밸(Working & Life Balance)이라고 불리우는 개념의 용어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다. 2007년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의 명칭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 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됐다. 2008년에는 가족친화적인 사회환경 조성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처럼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 일과 가정의 균형이 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인식되고 정책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출산율은 10년째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출생아 수가 약 32만명, 출산율은 이제 1.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추세가 유지되면 2022년 이전에는 출생아 수는 20만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 차원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요인은 무엇일까.

출산율 떨어지는 이유? 장시간 노동 불구 경제적 여유 없어 2세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젊은 세대

김혜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미래기획분과의원(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은 미디어SR에 "본인의 삶이 2세를 부담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본인 살기가 급급하고 삶에 대한 여유와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2세를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아이를 가지고 키우는 것은 행복을 구성하는 중대한 요소이지만, 그런 고차원적인 행복 구성 요소보다는 일차적인 충족 요소들이 급급한 삶을 살다보니 출산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영란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어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에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보육지원서비스들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먹히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다. 경제 구조 자체가 장시간 노동을 떠받치고 있기에 정부가 보육지원을 해줘도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 연구위원은 "아이를 낳는 것이 끝이 아니라 낳고 나서 아이와 함께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낳은 아이가 처한 선택지는 결국 어린이집에 늦은 시간까지 있어야 하거나 도우미나 할머니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를 낳아만 놓고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는 미래를 상상할 때 출산을 기대하기란 힘들다"고 전했다.

최근 공무원의 출산율이 일반 국민의 출산율 보다 2배 높은 수치가 나온 바 있다. 전국 30개 직장인 평균소득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같은 국가차원에서 장려하는 제도들을 직장에서 쓰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퇴근 시간도 일정부분 보장이 되며 공무원 연금 등의 제도로 인한 미래에 대한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 출산 장려 정책 불구 사각지대는 중소기업

요즘은 대기업에서도 육아휴직 및 탄력근무제와 같은 제도들이 적극 권장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다 아이를 임신했다는 30대 여성 A씨는 "출산휴가 이후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더니 그러면 퇴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 결국 출산 이후 퇴사를 했고 최근에 3개월의 출산휴가가 끝난 뒤 이직을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중소기업인데, 탄력근무제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한다. 그냥 칼퇴만이라도 보장된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여성B씨 역시 "나라에서 장려하는 제도 중에 임신 기간에도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출산휴가를 쓰고자 담당부서에 가서 문의하니 소리를 지르고 '애 낳고 이야기 하라'며 윽박을 지르는데, 거기다 대고 근무시간을 줄여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이런 사정에 대해 중소기업 대표 C씨는 자신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 그는 "뉴스에서는 연일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말하니 큰 사회적 문제처럼 여겨지긴 하지만, 실제 우리 회사 직원이 출산휴가를 달라고 하거나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골치가 아프다. 당장 대체할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나라의 출산율 걱정을 어떻게 하나"라며 탄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 직원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김영란 연구위원 역시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 중 기업과 맞닿은 육아휴직 등을 추진할 경우, 결국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중소기업은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대비한 인력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운영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다보니 결국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당사자와 사용자가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 정책이 사각지대에 놓은 중소기업들이 출산을 장려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와 네거티브 정책을 두는 식으로 변화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상당하다. 비단 출산 외에도 정부 정책은 중소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당사자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사진제공. 여의도 성모병원

CEO 마인드와 기업 분위기가 바뀌어야 체질이 바뀐다

김혜준 기획분과의원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CEO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캠페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방법이 그나마 가장 빠르고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실제 일본에서도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멋진 남자라는 이미지 메이킹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고, 개별 남성들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요시 하게 됐지만 기업에서 도와주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바꿔보니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 기업 CEO가 직원들에 대기업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시간으로 인센티브를 줘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철학을 갖고 복지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주 4.5일제 근무, 본인 및 가족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에는 조기퇴근을 할 수 있는 제도, 임신기간 2시간 단축근무가 운영되고, 만10세 이하 자녀의 경우 만2년 이상 근속 직원의 경우에는 한달 유급 휴가등이 나온다. 이외에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행사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휴가도 지급되기도 한다. 우아한 형제들은 이 같은 기업 문화로 인해 2016 여성가족부 선정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되고, 2017년 고용노동부 주최 일가양득 컨퍼런스 우수기업 선정, 2018 고용노동부 주최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기업 분위기가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형태로 바뀌어야만 출산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책 역시 기업의 분위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김영란 연구위원 역시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성 불평등한 구조는 사실 기업에서 더 많이 느껴진다. 공적인 생활 전반에 성차별적이고 여성들에게 불리한 부분들이 많다. 여성들이 느끼는 유리천장은 고작 1m 정도 위로 올라온 정도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기업문화 자체가 1인 오너의 성향에 좌지우지 되다보니 더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을 감독함에 있어 이런 조직문화 역시도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당장은 근로감독관들 자체도 가부장성을 지닌 남성들이 많다 보니 한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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