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생아 수는 약 32만명으로 기록됐다. 역대 최저 출산율이다. 출생아 수 30만명 시대는 통계청 추계보다 18년 앞당겨졌다. 이대로라면 2022년에는 출생아 수 20만명대로 진입하게 된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출산을 유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이제 아이를 낳지 않는 국가로 바뀌고 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라 단편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와 진단을 내려도 효과가 없다.

미디어SR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을 점검했다. 그리고 당사자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인지 직접 질문했다.

정부의 정책과는 엇박자를 이루는 기업의 현실을 취재하고, 정부의 정책이 기업을 향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점검해보았다. [편집자 주]

제공: 픽사베이

"아이는 좋은데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다.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고, 포기할 게 많다. 당장 기업 면접장에 가도 2세 계획을 물어보는 곳들이 많다. 출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인 것 같다." - 20대 여성 직장인 오경서(24) 씨. 

출생아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대한민국의 출산율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수많은 정책을 해왔고 정치인들이 출산율을 높이자 부르짖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왜일까? 

미디어SR과 만난 20대, 30대 미혼 여성과 남성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 "아이를 키울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경력이 단절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이를 낳을 환경이 된다면 낳을 생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정말로 아이를 '안' 낳는 걸까, 아니면 '못' 낳는 걸까? 

20대 미혼 남녀,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아니다"

20대 미혼 남성인 전상진(가명, 24) 씨는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까지 생기면 돈 쓸 곳도 너무 많아져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집도 사야 하고, 병원비도 써야 하고, 아이 키우는 데 돈도 많이 들어간다. 취업준비생인 그는 취업도 어려운 이 상황에 아이는커녕 결혼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전 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아이를 키울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이 먼저 경제적인 안정을 찾아야 아이를 키우든 말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청년층의 비혼에 대한 인식과 저출산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 '없는 것이 낫다' 등 출산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이들이 42.3%에 달했다. 20~39세 미혼 남녀 1,073명(남 536명, 여 5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양육할 수 없다면 자녀를 낳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에 62.6%가 동의한다고 대답해 경제적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들은 출산과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을 '경제적 안정'(77.7%)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직장과 가정 양립의 기업문화 개선'(34.4%), '배우자와 가사·육아 분담'(32.2%),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보육시설'(15.4%) 등이 이어졌다. 1~2순위 복수응답을 모두 합산한 값이다.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까지 고민하게 된다. 20대 미혼 여성인 오경서 씨는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결혼과 출산의 여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결혼하고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여성. 한창 커리어를 쌓아갈 3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둔다. 최근 육아휴직 보장 등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지만, 막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승진에서 밀려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남아있다. '여자라서' 경력단절을 고민하는 것도 억울하다. 

그는 출산으로 일을 쉬면 도태될까 봐 두렵다고 고백했다. "30대면 한창 커리어를 쌓아갈 때인데 그때 아이를 낳아 사회생활을 쉬게 되면 맥이 끊긴다. 이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육아휴직이나 퇴직을 하더라도 경력이 인정되고 이후에도 안정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스스로 도태된다고 느낄 것 같다."

오 씨는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데도,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낳지 못하도록 '포기'를 강요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복귀했을 때 예전 같지 않은 대우를 해주지 않는 곳이 많다. 아직까지도 그런 걸 보장해주지 않는 조직들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워킹맘∙워킹파파, "일하며 육아 쉽지 않아"

여의도 성모병원의 산부인과에 방문한 사람들. 구혜정 기자

20대 미혼 남녀가 우려하는 것은 기우가 아니었다. 육아의 최전선에 있는 워킹맘과 워킹파파는 20대가 걱정하는 것을 그대로 경험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한 명과 16개월 아이 한 명을 슬하에 두고 있는 이예진(가명, 38) 씨는 육아휴직 등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의 부모가 모두 일을 하면, 양가 어른들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집 근처에 양가 어른들이 안 계신다면 사람을 불러야 한다. 믿을 만한 주 양육자를 구하는 것도 일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도 4~5시에 하원하는데, 보통 직장인은 6시에 일이 끝나니 그 시간을 메꾸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다.  보육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아이를 키우려면 누군가 휴직하거나 일을 그만둬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소득은 줄어든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면 사람을 써야 한다. 이 씨는 "돌보미를 풀타임으로 쓰면 육아 비용으로 100~20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만 1살 된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30대 워킹파파 윤진석(가명, 31) 씨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윤 씨는 맞벌이 부부다. 아내가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봤다. 얼마 전 아내도 일을 시작해 부모님께 아이를 맡겼다. 그는 육아휴직도 쓰지 못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지만,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자 남자 모두를 포함해서다. 윤 씨는 선뜻 육아휴직을 낼 수가 없었다. 육아휴직을 내면 분명히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육아하기 좋은 환경, 기업이 만들어야"

엔씨소프트의 어린이집 웃는 땅콩. 제공: 엔씨소프트

이 씨는 기업이 보육을 일부 책임지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육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육아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업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기업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비용을 정부에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기업에서 보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 씨는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육아휴직, 근로시간단축, 유연근무제 등 육아를 위한 제도를 활용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육아휴직 등 제도를 사용해 연봉도 줄어들고 승진에서 밀린 사람들을 봤다며 이런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아빠도 마음껏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부부가 번갈아 휴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씨도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 기업이 아이 낳은 직원들에게 배려를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업이 육아하기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직접 우리에게 돈을 주는 것도 좋은데, 현실적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기업에 혜택을 준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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