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여러 사건 중에는 재벌총수들의 갑질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의 갑질 사건만큼이나 우리 일상 속 크고 작은 갑질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누군가의 갑질. 이에 미디어SR은 오늘을 갑질의 시대라고 규정하려고 합니다. 경쟁 사회 속에서 강자에 굴복하고 약자를 착취하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일까요.

미디어SR이 우리 사회 만연한 갑질의 원인을 전문가를 통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재벌 총수들의 갑질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았습니다. 또 점점 진화되는 형태의 갑질의 모습도 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땅콩회황 사건으로 갑질 사건 피해자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대한항공의 박창진 사무장의 입을 통해 갑질 사회를 개선시키려면 개인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 미디어SR

맷값 폭행, 치즈 통행세, 땅콩회항, 경비원 폭언, 운전기사 폭행까지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재벌 일가는 대부분 시간을 끌며 버티기로 일관한다. 일부는 공식 사과를 하고 퇴임을 하는 등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대부분 복귀한다. 재벌 총수 일가 갑질을 사전에 견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운전기사들에게 상습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불구속 기소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최근 법정에서 기사들은 폭언을 들은 적 없다고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 당시 이장한 회장이 폭언과 욕설한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실제 처벌은 불가능해 보인다.

치즈 통행세와 경비원 폭행으로 갑질의 대명사가 된 정우현 MP그룹(미스터피자) 전 회장은 갑질 논란에 아들과 퇴진하며 오너 갑질 여파로 지난해 1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아들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윤재승 회장은 직원들에게 상습적 폭언 등 갑질을 일삼은 것이 문제가 되자 공식 사과와 함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 전문경영인 체제하에 임직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전형적인 대기업 총수의 전형적인 사과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를 두고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국장은 미디어SR에 "금융기관들이 주주총회에서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에 대해 이사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표를 던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그들이 최대주주이고 추종 세력이 있어 근본적인 경영 퇴진으로 보기 어렵지만 이사 자격이 아닌 상태에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에게 집단소송제도를 통해 직접적인 패널티를 주자는 의견도 있다. 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미디어SR에 "2005년 오너 리스크에 따른 주주 피해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도입 이후 10년간 총 7건에 불과하다. 오너 및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에 따른 무거운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집단소송 적용 범위를 확대해 오너 갑질 논란에 대한 사전적 예방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재벌일가 갑질 근절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략 측면에서 접근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적 책임 전문 연구소 코스리 고대권 대표는 미디어SR에 "오너 일가만이 아닌 조직 전체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이를 제도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에 제도를 만든다면 사내 인권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항목에 재벌 일가뿐만 아니라 사내외 권력에 대한 부분을 넣어 기업 내의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고 오너도 따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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