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여러 사건 중에는 재벌총수들의 갑질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의 갑질 사건만큼이나 우리 일상 속 크고 작은 갑질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누군가의 갑질. 이에 미디어SR은 오늘을 갑질의 시대라고 규정하려고 합니다. 경쟁 사회 속에서 강자에 굴복하고 약자를 착취하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일까요.

미디어SR이 우리 사회 만연한 갑질의 원인을 전문가를 통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재벌 총수들의 갑질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았습니다. 또 점점 진화되는 형태의 갑질의 모습도 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땅콩회황 사건으로 갑질 사건 피해자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대한항공의 박창진 사무장의 입을 통해 갑질 사회를 개선시키려면 개인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 미디어SR

#갑질이란?

갑질이란 갑을관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십간십이지에서 십간의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지칭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십간에서 갑(甲)은 첫 번 째, 을(乙)은 두 번째를 의미한다. 권력이나 권위, 돈, 지위, 직무 등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을 갑(甲),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을 을(乙)로 지칭한다.

이러한 행위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갑질이 사회 곳곳에서 화제가 되고 만연해지자 '갑질'은 신조어로 자리 잡게 됐다. 

#어떤 갑질이 있나?

우리 사회 속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갑질 이슈의 시작이었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공회항 사건부터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의 폭행과 폭언,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운전기사 상습 폭언 등의 오너 갑질은 물론 만취한 경찰관의 "나 경찰이야" 시민 폭행, 명지대학교 교수의 막말 논란, 백화점 직원의 머리를 잡고 물건을 던진 사건, "주차 똑바로 해" 대리기사 폭행한 사건, 최근 화제가 된 송도 불법 주차 갑질까지 이와 같은 갑질 사례는 이제 우리 사회의 일상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갑질 행위에 대한 인식과 개선방향' 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김종두 서원대학교 교수는 갑질을 '오너형', '밀어내기형', '열정페이'형, '텃세'형, '권력형'으로 분류했다. 

오너형은 가장 흔한 종류의 갑질로써, 흔히 기업의 대표자 혹은 경영진 일가의 인물들이 직원들을 물건 다루듯 마구 대하거나 폭언, 폭행을 일삼는 유형이다. 앞서 말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갑질이 대표적인 오너형 갑질이다. 최근에는 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의 갑질이 논란을 빚었다. 오너 갑질은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또는 사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서 주로 상품을 납품하거나 기업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일명 '밀어내기' 갑질이다. 실례로 2013년 물의를 일으켰던 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가 있다. 남양유업은 당시 대리점 측에서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강제로 사게 하고 유통기한이 다 된 물건을 떠넘겼었다. 또 현대 모비스의 부품 구입 강제·일방적 할당을 통한 물량 밀어내기 사건 등이 있다. 최근에는 '사조참치캔'으로 유명한 종합식품기업 사조그룹이 임직원들에게 '선물세트'를 강제 판매하고 할당량을 직급별로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책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열정페이도 갑질의 하나다. 열정페이는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청년들의 입장을 악용해 기업들이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급여를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갑질이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디자인실 열정페이 논란이 대표적인 실례다. 2014년 논란이 됐던 이상봉 디자인실의 급여는, 견습 10만 원, 인턴 30만 원, 정직원 110만 원이었다. 야근수당을 포함한 급여였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논란 이후 청년유니온과 패션노조로부터 '2014청년 착취대상'을 수여 받았다. 이 외에도 분야를 막론하고 실습·견습생들에 대한 열정페이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텃세 역시 대표적인 갑질 중에 하나다. 지역 혹은 조직 내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유로 신입 직원 혹은 이주민, 중간에 타사에서 전입온 직원 등을 배척하거나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갑질이다. 폐쇄적인 조직에서 흔히 나타난다. 간호사 사회에서의 태움 문화, 문화계 텃세, 수년간 여러 대학교에서 논란이 일어났던 일명 '똥군기' 등이 대표적이다. 귀농 과정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그 마을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의 장의차 행렬을 말고 통행료를 요구하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충남 부여군에서는 2017년 실제로 마을로 들어선 장의차를 일부 주민들이 막아서서 장례를 못 치르게 방해하며 500만원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비단 부여군 일만이 아니며 농촌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종의 지역 텃세 현상이다.

또 높은 권력을 이용한 '권력'형 갑질이 있다. 대학교수와 대학생·대학원생의 관계를 악용한 교수들의 성추행, 회사에서 승진을 미끼로 술자리를 강요하고 이를 회피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상사들의 행위,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 자신에게 주어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부적절한 희생을 강요하는 갑질의 유형이다. 미투 열풍 이후 대학가에 '미투'가 쏟아졌던 것이 권력형의 예다. 고발당한 몇몇 교수는 권위를 이용하고 성적을 미끼로 학생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성추행을 자행했다.

 

#왜 우리 사회에는 갑질이 만연할까?

갑질 행위에 대한 이와 같은 분류는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갑질 행위는 다변화되고 점점 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갑질은 대체 왜 일어날까?

전중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구조적 관점에서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심해져 갑질이 만연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미디어SR에 "갑질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라며 "보통의 인간은 평등주의적 본성을 진화시키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 국가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배자들이 협력해 피지배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이 심해져 갑질이 사회 속에 만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 구조에서의 통제 과부하가 걸렸다고 진단한 것이다.

우리나라 갑질을 분석한 김종두 서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결국 우리들의 가치관 변화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미디어SR에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우리 개인의 가치관이 변화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삶의 방향성은 결국 경제적인 측면에서 결정되는데, 경쟁 사회 속에서는 내가 많이 가지려면 상대방이 적게 가져가야 한다. 이때 내가 적당히 가진다는 가치관이 중요하다" 라고 전했다. 결국 갑질의 원인과 해결책은 근복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갑질의 구조와 형태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미디어SR에 "미시적으로 보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라며 "갑질의 원인과 해결책도 공직에 따라, 기업에 따라, 속한 조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갑질의 원인을 보고 해결을 위한 실천행위 역시 각각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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