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은 영화판의 공작인가?
영화 ‘공작’은 영화판의 공작인가?
  •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 승인 2018.09.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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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스틸컷
영화 공작 스틸컷

드라마나 영화가 사실을 기반으로 제작할 때 우리는 어디까지 진실로 봐야 하는가? 이 문제는 역사나 사건을 소재로 하여 만든 작품에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는 이슈다. 최근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어디까지 팩트로 볼 것인가를 놓고 네티즌 사이에 불꽃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작’을 보고 난 보수 쪽 인사는 오히려 영화가 공작이었다고 열을 올리기도 했다. 분명 영화는 허구다. 그러나 사실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밝혔다면 실제와 창작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피할 수 없다. 창작물을 보고 난 관객들은 자칫 팩트와 허구를 혼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영화 ‘공작’은 그러한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반반이다. 먼저 영화 줄거리부터 보자.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자 여기까진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북풍’을 소재로 하였다. 평상시에는 잠잠하던 북한이 선거철만 되면 여지없이 도발해 온다. 남한의 정치 상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은 대통령선거를 불과 보름 남겨놓고 터진, 당시 야당의 입장에선 초대형 악재였다. 더구나 폭파범이 북한 공작원 김현희임이 수사결과로 발표되자 87년 6월항쟁으로 어렵게 얻은 대통령 직선제는 그야말로 ‘죽 쒀서 개를 준’ 꼴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폭파범 김현희의 실체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이 역시 공작정치의 대표적인 작품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많다.

영화 ‘공작’ 줄거리를 더 들여다보자.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박석영(흑금성)의 실체를 모르는 가운데 그는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다. 뭐 이 정도는 대북공작원들의 일상 업무였다. 그는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과 두꺼운 신의를 쌓고 드디어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흑금성의 실재 인물 박채서씨가 최근 인터뷰에서 사실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1997년 대선부터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영화에는 대선 직전에 남과 북 수뇌부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한 흑금성이 조국을 위해 더 이상 이런 추잡한 정치공작에 자신이 연루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역공작을 펼치는 것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북의 리명운과 함께 김정일을 만나 설득하여 ‘북풍’조차 저지시키며 김대중 정부의 일등공신이 된다. 그리고 리명운과 짧지만 강렬한 해후를 하며 영화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무엇이 팩트일까?

지금까지 언론에 나와 있는 정보로 재구성을 해보자. 박채서(흑금성)는 대북공작원 활동을 하였고, 북한의 고위층과도 끈이 있었다. 여기에 김정일까지 만났네 아니네 하는 논쟁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 진영에 초대형 북풍이 불어올 기미가 보였다. 당시 김대중의 국민회의 최고위원이었던 오익재가 자진월북을 한 것이다. 이를 박채서가 당시 북한 측 정보라인을 활용하여 ‘초대형 북풍’을 효과적으로 잠재웠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지지율에서 DJ가 이회장 후보를 근소한 차로 이기고 있어 초조했던 여당은 권영해 안기부장 등을 동원하여 북풍을 기획하다가 실패로 돌아갔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관련자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흑금성 사건과 북풍사건을 하나로 잘 엮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짜 맞춘 허구의 이야기라고 영화를 폄훼해도 상관없을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북풍’을 이용하고 대북공작원을 정권 재창출에 불법적으로 이용한 것은 명명백백 진실이다. 사실과 다른 몇 장면을 두고 과연 지어낸 영화판 ‘공작’이라 누가 감히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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