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헌법재판소

대학 교수들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수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노총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신청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헌재는 다만, 교원노조법 2조의 효력을 곧바로 정지시키면 초·중등교육 교원노조의 설립근거마저 사라진다며 오는 2020년 3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덧붙였다. 국회가 이 기간안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교원노조법 2조는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교수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노조인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2015년 4월20일 설립신고서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장관은 신고를 반려하면서, 그 이유로 관련 법률이 교원 노동조합의 가입범위를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의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조항은 교원 노동조합의 가입범위를 초·중등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교수는 교원노조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이 법에 따른 노조설립이 불가능 했었다.

이후 교소노조는 이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교수노조는 설립신고서가 반려된 이후 지금까지 법외노조 상태를 유지해왔다.

헌재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교육공무원이 아닌 대학 교원'의 단결권 침해 여부에 대해 "교육공무원이 아닌 대학 교원들의 단결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이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립대학교 교수와 국·공립대학교 교수로 구분해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했다.

사립대학교 교수와 관련해 "사립대 교수는 교수협의회 등을 통해 대학운영에 참여하지만, 교수협의회는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대학과 교섭할 수 없고, 교육부 혹은 사학법인연합회를 상대로 교섭할 수도 없다"며 "사립대 교수의 단결권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국·공립대 교수에 대해서도 "공무원인 대학교수의 신분 및 임금 등 근로조건이 초·중등교원에 비해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결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합헌 결정을 내린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초·중등교원과 교수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교수가 초·중등교원과 비교해 보장받는 기본권의 내용과 범위, 사회적 지위·기능 및 단결권 보장의 필요성이 다른 점을 고려한 것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서 '합헌' 입장을 내놨다.

반대의견의 이유로 두 재판관은 대학교원을 초·중등교원과 구별되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받으며 대학 자치의 주체로 봤다. 또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등의 정치활동이 가능한 주체로 노조형태의 단결체가 아니더라도 정치활동이나 교수회 등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교수노조는 민주노총 논평을 통해 이번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단은 교원의 범위를 고등교육기관을 제외하고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으로 한정함으로써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원천봉쇄해 노동기본법을 부정하는 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거기에 교수노조의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동안 잘못된 법률조항과 행정처분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대학 교원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다며 대학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등으로 단기계약직 교수, 강의전담교수 등 비정규직 교수가 대량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교수노조의 홍성학 위원장은 3일 미디어SR에 "2002년 교수 계약 임용제 시행 이후 비정규직 교원 노동자가 대량 발생했고, 연봉은 적고 계약 기간도 짧아졌다" 라며 "계약 임용제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동시에 이번 헌재 결정을 통한 대학 교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홍 위원장은 국회가 신속히 법률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헌재가 말한 2020년 3월 31일은 너무 늦다. 단순히 교원노조법 2조만 검토를 할 사항도 아니며 (국회가)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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