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싸고 날선 비판이 연일 터져나온다. 몇몇 언론과 야당이 가세해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침체의 근본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모양새다. 정부도 나서 적극 반박을 했고,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는 결코 물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단히 날이 서있다.

불을 붙인 것은 최저임금이다. 올해 대폭 상승된 최저임금이 내년 역시 두자릿수 상승한 으로 확정되면서, 영세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고융률마저 떨어지면서 정부의 기조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원흉이라는 프레임을 더욱 강력하게 내세울 명분이 생긴 것이다.

미디어SR은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소득주도 성장의 개념을 다시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배경과 실제 소득주도 성장 즉 임금주도 성장을 적용한 외국의 사례들을 살폈다. 최저임금이 마치 소득주도 성장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지금의 프레임에 대해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없었나도 진단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통계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논쟁보다 더 중요한 쟁점에 대해 동국대 경제학과 이영환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편집자주]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진. 구혜정 기자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은 맞는 기조라고 봅니다. 소비가 잘 돌아가야 경제가 활성화되죠. 다만, 지금 정부가 너무 거칠어요. 용어 자체도 좀 더 부드러운 용어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동국대 경제학과 이영환 교수는 줄곧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는 동의해왔다. 2016년부터 그가 꼽는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학자, 미국의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라는 책의 서평을 통해 부의 불균형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줄곧 경고해왔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맹공격을 퍼붓는 야당 및 언론에 대해 그는 "요즘의 TV토론 수준이 딱 그 정도다"라는 말로 비판했지만, 그보다는 정부 쪽에 책임의 무게가 더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회사 Bridgewaters Assoicates CEO인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말 '사려깊은 견해 불일치'(thoughtful disagreement)를 인용한 이 교수는 "정부가 내가 옳다는 확신에 너무 휩싸여 있으면 안된다. 지금의 커뮤니케이션 테크닉은 거칠다. 기분 좋게 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촛불 시민이 만들어 낸 현 정권에 대한 기대심리가 꺾인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소통을 할 때 '자신만이 옳다'는 오만한 기조를 보인 것이 있다는 그의 말을 새겨 들을만 하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지금 이 소모적 논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미 미국IT 기업 및 중국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몇몇 기업들이 승기를 잡았고, 삼성은 이미 뒤쳐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0년 이내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테고 그 시대에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형태(The winner takes it all)가 될텐데 지금 우리는 고작 '최저임금이 고용을 떨어뜨린다'는 논쟁 밖으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답답해 했다.

실제 세계적 석학들은 물론, 이제 경제계에서 인공지능이 고용률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은 정설이 됐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내 역시도 인공지능 및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들은 현존하는 일이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에 동의하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에서 주장하는 낙수경제(trickle-down economy)의 부작용, 소득불균형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이제 자명한 일이지만 정부는 좀 더 부드러운 테크닉으로 반대 세력도 포용해야 하고 또 장기적 시각에서의 논의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정책에 대해 말들이 참 많다.

정부가 너무 선전을 하고 이데올로기 색채를 일부러 띄는 바람에 오해의 소지가 생긴 측면도 있다. 정부가 너무 확신에 차 밀어부치는 태도 역시 사회적 협의에 부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사회과학, 경제학에서는 특히 그렇다. 가뜩이나 눈에 불을 켜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은데, 좀 더 전략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원래 좋은 아이디어일 수록, 또 선의를 가진 행위일수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지나친 확신은 일종의 오만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설득을 해야만 한다. 이미 낙수경제는 실패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소득의 분배가 계속 나빠졌다는 것, 그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나. 이제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분수경제(trickle-up economy)도 함께 가야만 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한 쪽만 가서는 안되고 분수경제 주도 하에 일부의 낙수경제도 가야하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경제이론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가 종합적으로 관여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야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에 대해 긍정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고용률의 지표는 더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또 세계적으로도 소득주도 성장, 즉 임금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당장의 고용률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이제 필연적이다. 고용의 문제는 단순히 기업과 시장이 조금 더 노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는 기본적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기술의 시대인만큼, 모든 기업의 정보 기술이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쓸모없는 계층(useless class)로 전락한다고 봤다. 고용 문제는 이제 엄청나게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단순히 최저임금을 올려서 고용률이 줄었다며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은 근시안적인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어떻게 해야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는 지금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의 단기주의가 문제다. 장기적 파도를 견딜 힘을 길러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논의는 턱 없이 부족하다.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이 정책이 경제적으로 빈약한 계층을 성장시키는 정책이다 보니 경제 성장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고 주장한다. 소비를 일으켜봤자 생필품 수준에 못미친다는 말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GDP 구성비율 중 소비가 50%가 넘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를 활성화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반발하는 사람들은 기업 주도의 정책을 말하는데,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시대야말로 이제 끝났다. 기업은 이제 리스크를 감당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나 4차 혁명의 시대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1등만 살아남고, 1등에게 몰린다. 2등과 3등은 저변으로 밀려난다. 이런 시대이니 오히려 기업이 소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결국은 소비가 활성화 되어야 하고, 그 소비에 따라 기업도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소비가 활성화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에 매출이 일어나지 않겠나. 기업의 수익이 늘면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 소비를 하게끔 유도하려면, 세금을 줄이거나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은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은 소득이 없는 사람도 집을 살 수 있게끔 해주자는 미국 정책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IMF 수석경제학자와 시카고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역임한 라구람 라잔의 주장이다. 교육과 기술 훈련을 통해 고소득층으로 진입시키는 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 좋지 않아 극약처방으로 집을 쉽게 살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결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내려앉았다. 부동산 활성화로 나아지는 경제는 결국 망하게 되어 있다는 사례이며, 또 불평등이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고용불안이나 경제 성장에는 그래도 기업의 역할 역시 지대하다.

1950년대부터 70년 초반까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대공황의 반대 개념인 대압착기로 그 시기를 명명하는데, 그 20년 동안 기업이 주주가치극대화가 아닌 기업에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위해 기업이 운영됐다.

지금 시대에도 기업들이 오로지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용한 종업원과 소비자, 금융 등 이해당사자 관계자들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러면 많은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본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고용한 노동자들을 자르는 것은 모순이다. 기업이 지향하는 목적이 이제는 이해관계자들의 가치극대화로 가야한다.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말하지만, 너무 봉사활동처럼 들리니까 이해관계자들의 가치극대화가 더 와닿을 것 같다.

이해 관계자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되어야 한다. 증권시장에서 부터 이런 기업들이 가치있는 기업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 되니 너도나도 그런 가치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다만, 정부가 명령하듯 해서는 안되고 시장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바꿔 나가야 한다. 앞으로 로봇 등으로 인력이 대체되면 더 심해질 것이다. 이에 저항하고 같이 가려면 이해 관계자 가치 극대화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한국 기업에는 최근 재벌 갑질에 대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오고 있다. 재벌 문제 역시 주주가치극대화와도 맞닿아 있는데, 어떤 식으로 재편되어야 할까.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재벌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보니 정치도 재벌이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가 어려워진다. 길거리를 가보면 모든 것이 재벌이 만든 것이다. 편의점도 재벌이, 빵집도 재벌이 만들지 않았나. 이제 이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데, 그 방식 역시 정부가 직접 들어가 칼 질을 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가도록 해야한다. 예컨대, CEO의 보수가 근로자 보수보다 몇 배 이상 많으면 법인세를 높여버린다거나 격차가 작을 수록 법인세를 낯춰주는 식으로 기업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주가치 극대화는 기본적으로 금융자본의 득세와 맞물려있다. 금융자본은 본질적으로 빨리 회수하길 원하니 단기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 고용유지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이 이 현상이 심한데, 우리나라는 미국의 것이 그대로 이식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이제는 더 긴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유럽의 시스템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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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스템에서 참조할 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유럽은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이 강하다. 협동조합에서의 고용이나 매출 비중이 높다. 웬만한 경제위기가 와도 협동조합은 해고를 잘 하지 않고 버틴다. 이제는 우리 정부도 협동조합 같은 형태의 조직을 활성화하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패턴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고, 기존의 농협이나 수협이 너무 엉망으로 한 탓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정부가 협동조합을 잘 선별해 지원하는 역할을 잘 해야만 한다.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돼서 고용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되면 인간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줘야 한다. 인간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충동이 있는 존재인데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협동조합은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니 대안이 되는 것이다. 

-끝으로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참아야 한다. 지금의 정부는 너무 거칠다. 상대방이 아무리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도 실수를 줄이려면 그 말마저도 들어야 한다. 진짜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말이다.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이전 정부의 탓도 현 정부의 탓이 된다. 비록 이번 정권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그 정부도 대한민국 정부였기 때문이다. 설득해야 한다. 옳다는 확신으로 밀어부치기 보다 늘 열어놓고 속도를 조절하며 협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진단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무엇인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진단②] 고용∙양극화 쇼크, 모두 소득주도 성장 탓인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진단③] 정부, 국민 설득 노력 기울여야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진단④] 이영환 교수 "소득주도 성장 맞지만, 현 정부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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