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연봉이 5000만원인 20대 중반 사회초년생 A씨는 지난 해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14억원, 매매가는 33억원에 달한다. 

33억원은 A씨 연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60년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물론 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33억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20억 이상의 자금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대출 심사 때 주요하게 보는 것이 이자를 갚을 수 있는지 여부인데, 이는 A씨의 연봉 및 자산이 기준이 된다. 

연봉 5000만원 외의 별도의 수익이나 자산이 없는 A씨가 어떻게 수십억원대 부동산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까. 바로 고소득자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으면 가능하다.

문제는 부모로부터 부동산 등을 증여받게 되면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이들 모두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29일 부동산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해 거래과정에서의 세금 탈루 행위를 면밀히 분석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 · 분석한 결과, 탈세 혐의가 큰 자를 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A씨와 B씨처럼 주택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연소자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자 등이 포함됐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탈세혐의자는 360명.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146명이 포함됐다.

유학 후 귀국해 별다른 소득원이 없었던 B씨가 25억원 상당 상가와 12억원 아파트 전세권을 취득한 정황이 이에 해당한다. B씨 어머니는 호텔을 경영하는 자산가다. 어머니가 B씨를 거치지 않고 잔금을 매도자에게 현금으로 대납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피해갔다. 

비단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이나 현금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주식 투자자인 아버지가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의 일부를 아직 7세, 9세 밖에 되지 않은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했다. 어머니 역시 이들 자녀에게 수천만원의 현금을 증여했는데 증여세는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소득이 없는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억대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포착하고 자금출처 조사에 착수해 이 사실을 밝혀냈다.

국세청은 "금융추적조사를 통해 자금조성 경위를 끝까지 추적하고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의 탈루 행위에 대해 관계기관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범정부적인 대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국세청 측은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가격급등 지역 등 주요 과열지역에 대해서는 탈세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다양한 과세인프라(기반)를 활용하여 탈루혐의자는 엄정 대응할 것이며, 특히 과열지역 주택취득자금에 대해서는 검증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총 6번에 걸쳐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총 1584명이 적발, 추징된 탈루세금만 2550억원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결혼을 기점으로 자녀에게 주택을 마련해주는 문화가 있어 증여세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삼인세무회계의 이신구 세무사는 30일 미디어SR에 "결혼을 계기로 자녀에게 주택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증여세와 관련된 문의는 늘 꾸준히 있었다"라며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증여세와 관련해서 많은 문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신구 세무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증여세를 피하려면, 결국 부모와 자식간의 돈 거래가 증여가 아닌 빌리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용증도 쓰고 자식이 이자와 원금을 지속적으로 부모에게 갚아 나가야 한다. 부모는 이자 역시 소득세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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