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 등 갑질을 해온 것이 드러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정확히 어떤 직위를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윤 회장은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27일 사과문을 통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업무 회의와 보고과정 등에서 경솔한 저의 언행으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신 다른 분들께도 상처를 드렸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전승호, 윤재춘 공동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임직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 전했다.

27일 YTN 보도에 따르면, 윤 회장은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자 직원에게 '정신병자 XX', '미친XX', '미친X', '병XXX' 등 폭언을 쏟아내 문제가 됐다. 직원들은 윤 회장의 상습적인 폭언은 일상이었으며, 윤 회장의 갑질에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직원만 100여 명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개적인 공식 회의 석상에서도 폭언은 이어졌다. 직원들은 윤 회장이 법을 잘 알아 문제 제기를 하기가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윤 회장의 사과문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는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마치 대표직을 내려놓는 듯한 표현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이미 지난 3월 23일 대웅제약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대웅제약은 3월부터 전승호, 윤재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왔다. 막상 윤 회장은 어느 직위를 내려놓겠다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현재 윤 회장은 대웅제약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게다가 윤 회장은 대웅그룹의 지주사인 대웅의 대표이사 회장이다. 대웅제약, 대웅바이오, 인성정보 등 대웅 계열사의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2018년 8월 14일 기준) 대웅제약의 대표이사로서는 물러났지만 윤 회장은 경영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지위에 있다. 

어떤 직위를 내려놓겠다고 밝히지도 않았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마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꼼수 사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이 문제가 터졌을 때 대응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저 현재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윤 회장이 제대로 책임을 지려면 모든 직위 직책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훼손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검사 출신이다. 한진그룹, 금호그룹에 이어 대웅제약 윤 회장의 갑질 사실이 드러나자 또다시 재벌 갑질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 교수는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기업을 자신,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업은 공개된 것이고, 투자자한테서 자금을 모아 운영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계속 재벌 갑질을 반복되게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재벌 갑질은 "총수 일가가 기업의 가치보다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며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비판했다. 

미디어SR은 대웅제약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