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의 네트워크
김택진의 네트워크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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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18년 게임 기업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 2018년 상반기 보수는 56억200만원. 리니지M의 흥행으로 47억원이 넘는 상여금을 받은 결과다.

엔씨소프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 중 그가 창립한 회사다. 그 전에는 현대전자에서 인터넷 서비스 개발을 하다, 현대전자 동료와 함께 1997년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엔씨의 성공은 게임 리니지의 성공과도 궤를 같이 한다. 김택진이 영입한 송재경은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 1998년 9월 리니지의 성공으로 엔씨 역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성장기,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벼랑끝 까지 몰린 아버지가 재기를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는 그는 리니지 출시 전 돈이 없어 집담보로 직원 월급을 주는 상황까지도 갔었다. 그렇지만 바로 그 리니지가 지금의 김택진을 있게 만들었다.

리지니의 성공을 기반으로 엔씨는 대만에도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시티오브히어로'와 '길드워'로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하게 된다. 김택진은 글로벌에 대한 야망이 꽤 큰 사람이다. 그 스스로도 "게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세계로 수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엔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북미와 유럽, 일본, 대만 등으로 뻗어있다.

최근 몇년 동안 엔씨는 게임 외에 인공지능과 영화로도 사업의 영역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설국열차'나 '대호', '옥자' 등 굵직한 영화 제작에 참여한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도 투자를 했다. 이 모든 것은 게임과 시너지를 위한 IP사업 차원의 밑작업으로 보인다.

김택진은 남들이 인터넷을 정보망으로 볼 때, 자신은 인터넷을 엔터테인먼트망으로 봤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또 그는 창조성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과거 아래아한글을 개발했을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을 느꼈지만, 이내 창의력보다 효율성이 중시되는 시장이 된 것을 보고 게임으로 방향을 돌린 것처럼 그는 AI 등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여전히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보여주는 엔씨의 행보 역시 일각에서 해석하는 것처럼 이례적이라기 보다, 결국은 그의 인터넷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허진호 한국IT벤처 1세대의 인물이다. 김택진, 그리고 넥슨 김정주 등 한국 인터넷 거물들이 큰 형님으로 모시는 인물이다. 카이스트에서 전산학 박사를 마친 그는 1994년, 인터넷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국내 최초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 아이네트를 설립해, 상용인터넷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김정주의 넥슨을 퇴사한 송재경을 스카웃해 아이네트의 게임 부문을 맡겼으나, 1997년 IMF 여파 속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게임부문을 엔씨에 매각하게 된다.

이후 리니지가 대대적 성공을 거두면서 엔씨를 성장시키자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던 허진호. 하지만 허진호는 "리니지의 성공은 송재경과 김택진이 만났기에 가능한 일. 아이네트에 머물렀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두 후배를 치켜세우는 인물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게임회사 크레이지피쉬를 차려 소셜게임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 그는 현재는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사를 설립했다. 최근 블록체인 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재경 리니지의 아버지. 현 엑스엘게임즈의 대표이사.

엔씨 성공의 시발점에 리니지가 있었고, 그 리니지의 성공 이후 엔씨가 해외 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기에 결국 송재경이 엔씨에 미친 영향력은 막대하다 할 수 있다.

송재경은 이후 '우주 먹튀'로 불렸던, 세계적 게임 울티마 시리즈를 개발한 리차드 게리엇과의 역사적 협업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엔씨는 미국 지사까지 설립했으나, 생각만큼 미국 진출 사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송재경이 리차드 게리엇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2002년 말 송재경은 김택진과 불화로 결국 엔씨소프트를 떠나게 된다. 추후 "지금 돌이켜보면 사소한 문제였다"라고 말한 송재경이다. 그 사소한 문제란, 일반적인 근태 관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천재 개발자 송재경과 경영인으로서 직원들의 근태 및 형평성 등을 의식해야 했던 김택진, 두 사람 사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근태 관리가 전혀 안되는 송재경에게 김택진이 직원들 앞에서 '손을 들고 서있으라'는 말을 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김택진으로서는 비록 리니지와 송재경의 영향이 막대했지만, 전체적인 사내 분위기 관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엔씨에는 쓰리아웃 제도라는 것이 있어 아무리 수백억의 자금과 수년간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쓰리아웃이라고 판단이 되면 가차없이 그 프로젝트를 폐기해버리는 시스템이다. 이는 김택진의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송재경에게 한 행동 역시 이런 결단력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송재경과 함께 리니지를 만든 배재현, 이희상 등이 있었기에 나름의 수를 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에는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 결국 송재경은 이를 나와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송재경도 당시의 김택진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윤송이 한 때 천재소녀로 유명했던 인물이자, 김택진의 아내. 그리고 엔씨소프트 글로벌 CSO

카이스트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하고 미국 MIT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9세 어린 나이에 SK텔레콤 상무로 선임되는 등, 일찍부터 주목받은 여성리더인 그가 지난 2007년 김택진과 결혼으로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앞서 2006년 부터 두 사람 사이 열애설이 불거져나오기도 했다. 

윤송이는 엔씨의 북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엔씨의 미국법인 엔씨웨스트홀딩스가 지난 해 500억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지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엔씨가 유독 북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엔씨 내부에서는 윤송이가 미국 사업을 안정화 시킨 공은 있다고 평가한다.

또 윤송이는 엔씨의 공익사업에도 꽤 공을 들이는 편이다. 현재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상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도 주도했다.

이희상 엔씨소프트의 창업공신. 2017년 부사장 직에서 20년 간의 엔씨 생활을 접고 퇴임한 그는 김택진과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선후배 사이다.

1989년 아래아한글 개발에 참여했고 김택진이 엔씨를 창업할 때 합류한 인물로 엔씨의 시작에 그도 있었다. 이희상을 향한 김택진의 신뢰감은 두텁다. "아이디어 구현에 필요한 현실적인 문제를 푸는 데 귀재"라는 평가가 이를 증명한다. 실제 리니지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 이희상에 연락을 하면 원격으로 접속해 해결해 주는 인물로 엔씨 내부에서 기억된다. 그렇지만 출근을 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삶으로 사내에서는 '은둔생활 하시는 부사장님'으로도 유명했다.

또 '전설의 개발자'로도 불리는 이희상은 수년 동안 게임업계 최고 보수를 받는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5년에는 국내 게임사 최고의 보수인 32억8600만원을 받은 기록도 있다. 이는 창업주 김택진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또 10년 동안 회사주식을 팔아 벌어들인 돈만 180억원에 달하는 등, 벤처 신화를 이룬 인물이다.

이건호 국내 최고의 서버 프로그래머. 김택진과는 사우나 까지 같이 다닐 정도로 각별한 사이. 현재는 에누마라는 교육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CTO다. 

서울대 공대 출신의 이건호는 엔씨 재직 시절 실력있는 개발자로 이름을 알렸다. 사번이 10번째 안에 들 정도로 엔씨와의 인연이 깊긴 하지만, 역시 엔씨 출신인 아내 이수인과 함께 2012년 에누마를 설립한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언어의 장벽이 있고, 또 게임 외 산업으로도 진출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엔씨 재직 당시 미국 버클리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이들 부부 사이 태어난 아이의 몸이 아픈 것도 큰 이유였을 것이다.

에누마의 창업에 대해 이수인 대표는 "80년대 창업자들이 게임으로 많은 회사를 세웠다면 90년대 학번인 우리는 포화된 게임 시장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게임 개발력을 이용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게임 1세대인 김택진 이후의 세대들은 이렇듯 엔씨에서의 자산을 바탕으로 또 다른 갈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엔씨의 문화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건호의 버클리 유학 역시도 엔씨에서 지원해준 부분이 크다. 

김정주 엔씨의 라이벌 격인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인 둘은 창업 당시 술도 자주 마시는 인연이지만, 미묘한 라이벌 이기도 했다. 엔씨의 성공을 가져다준 송재경의 리니지는 애초에 송재경이 몸 담은 넥슨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리니지와 엔씨의 성공 이후, 송재경이 시작한 바람의 나라로 앞서 성공의 단맛을 본 넥슨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김정주와 김택진은 같은 목표를 향해 의기투합을 한 적도 있다. 바로 2012년 미국대형게임사 EA를 인수해 공동 경영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해외 게임 업체들의 공세에 주도권을 잃어가던 두 국내 업체의 화합에 기대하는 눈길도 많았지만, 두 거목의 아름다운 화합은 끝내 없었다.

EA 인수가 불발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택진은 엔씨의 지분을 넥슨 재팬에 넘겼고, 넥슨 재팬은 엔씨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김택진은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는 대신 2대 주주로서 넥슨과 인수한 해외기업 대표를 맡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인수가 실패하면서 그 약속도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넥슨이 엔씨의 주식을 추가로 몰래 매입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김택진 인생에 최대 위기이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진 양사의 갈등. 결국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방어가 성공하긴 했지만 일련의 일들로 김택진과 김정주의 사이도 불편해졌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정설이다.

Who's next

김택진의 후배이자 엔씨 개발자 이건호가 설립한 벤처, 에누마에 관심을 보인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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