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광고 캡쳐 화면.

태풍 솔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로켓배송은 계속된다. 쿠팡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빠른 배송으로 특화된 이커머스 기업이다. 그러나 이런 빠른 배송의 이면에 늘 불합리한 노동환경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현재 이천, 덕평 등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의 계약직 · 일용직 사원은 상시 모집 중이다. 근무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는데,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근무한다. 주간의 일당 급여는 60,240원, 야간은 79,065원이다. 계약직의 경우는 주5일 근무로 근무시간은 일용직과 같고 급여는 1개월 만근 기준으로 주간 170만원, 야간은 210만원을 받는다.

이들이 하는 업무는 피킹과 패킹이다. 피킹은 물류창고에서 송장에 적힌 상품들을 집어 카트 등에 싣는 업무이고, 패킹은 피킹해온 상품들을 스캔해 박스에 담아 포장한 뒤 운송장을 붙여 출고시키는 일이다. 단순 업무라 교육이 간단해 일용직의 경우에는 하루 전날부터 접수를 받는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본 A씨는 "단순업무이지만 상당히 고된 업무였고, 내가 맡은 상하차 업무는 특히나 몸에 부담이 많이 가는 터라 다시 할 생각은 없다. 단기간에 돈을 벌어보려고 한 업무인데, 오히려 병원비가 더 많이 들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또 A씨는 "근무 중 휴식시간이 10여분 정도 있지만, 사실상 숨 한 번 돌리는 것에 그친다. 더위와 추위를 피할 만한 공간이 없어 제대로 된 휴식이 보장되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업무에 앞서 근로조건이나 안전 보안 서약 등의 내용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했는데, 해당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 물류센터에는 정규직으로 보이는 직원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실제 물류센터 일용직 및 계약직들은 쿠팡에 직접 고용이 되는 형태가 아니라, 쿠팡의 하청업체들이 고용하는 형태다.

최근 쿠팡은 '쿠팡맨'으로 불리우는 택배기사들 1000명을 연내 직접 고용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물류센터 직원들은 정규직 채용에서 빗겨갔다. 물론 물류업계 특성상 모든 직원들을 정규직화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환경 및 처우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물류센터가 노동계의 사각지대인 것은 확실하다.

그나마 쿠팡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CJ대한통운 등 택배 업체들은 택배 기사들에게 물품 분류 작업까지 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전 7시에 업무를 시작해 자신이 배달해야 할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마치면 이미 오후가 된다. 이후 배송 작업에 들어간다.

집배점에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제공: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통해 사업자 신분으로 계약한다. 택배기사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금액은 배송 건당 820원인 수수료다. 그러다보니 택배기사들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배송을 많이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물품 분류 작업까지 더해지니 노동 시간은 자연스레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택배기사들은 물품 분류 작업은 사실상 공짜 노동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CJ대한통운은 배송 건당 수수료에 분류 작업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또 기사들이 불만을 제기해도 CJ대한통운에서는 "하청업체인 대리점과 이야기 하라"며 발을 빼기도 했다.

최근에는 휠소터라는 자동분류시스템을 확대 도입해 분류작업에 대한 노동강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지만, 기사들 입장에서는 이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택배연대노조는 "휠소터가 도입된다고 해도 분류작업이 끝나는 것은 오후 1~2시다. 결국 배송이 오후부터 시작되는 것은 똑같다"라며 "오전에 배송하고 오후에 또 2차 배송을 하게 되는데, 배송구역을 두 번 돌게 되니 배송시간도 더 소요되고 유류비도 더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드는 추가 비용은 전적으로 택배 기사들의 몫이 된다"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택배업체와 택배기사들의 갈등은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일에는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으로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전류가 흐르는 컨베이터 벨트 아래를 청소하다 감전 사고를 당한 것인데, 유족 측은 "안전과 관련된 주의사항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CJ대한통운 측은 "안전점검은 이루어졌으며 사고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 중이다.

현재 대전고용노동청이 조사 중인 가운데, 안전상 조치 의무를 수십건 위반한 사실이 추가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노동계 사각지대인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이와 관련, 정의당은 "고인은 군대에서 전역한 지 2개월 만에 학교 복학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게 죄송해 찜통 더위에 물류센터 알바로 도움이 되려 했던 고인의 모습이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이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만 낮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는 일부터 없애야 한다. 또 아르바이트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와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의 산재사고에 기업이 확실히 책임지도록 하는 기업살인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내 집 앞에 오는 빠른 배송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처한 불합리들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불합리한 현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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