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재단①]

삼성,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복지, 장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만 누리고 설립 당시 약속한 공익사업은 소홀히 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당수 기업 재단은 상근 직원 없이 기업에서 파견 나온 근무자가 겸직으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일부 재단은 장학금보다 운영비를 더 많이 사용해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재단 내부는 어떻게 통제되고 있을까요?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미디어SR이 기업과 재단 사이의 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 겸 한국가이드스타 연구위원. 이시우 포토그래퍼

공익법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늘면서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1만 8000개의 공익법인(종교활동 제외)이 활동하고 있으며 자산 총액 5억 원 이상 의무 공시 대상 법인만 9000여 개에 달한다. 

외형적으로는 공익법인 전성기라고 할 수 있으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면세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이 편법 상속과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크게 늘고 있다. 그중 의심의 눈초리를 가장 많이 받는 것은 기업 공익법인이다. 

특히,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몇몇 기업 재단들이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의무공시 기준 강화 등 몇몇 조치들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기업 공익법인은 다른 유형의 법인에 비해 수익사업 비중이 크고 배당 수입이 많은 등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한 165개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규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기업 공익법인 무엇이 문제일까? 국세청으로부터 공시정보를 받아서 이를 토대로 대중에 공개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의 국내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를 만났다.

 

-기업 재단의 전반적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세금 혜택을 받은 출연금을 공익을 위해 제대로 안 쓰거나 썼더라도 알리지 못한 것이 문제다. 대부분 제대로 안 쓰고 있다. 공익재단은 돈을 안 써도 망하지 않는다. 세금 혜택을 받았으니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미국 역시 이런 비난이 많았다. 당시 조세개혁법을 개정해 기업이 만든 재단은 5% 페이아웃 룰(연간 순 자산의 5%를 공익사업에 투자하도록 한 법, 이하 5% 룰)을 만들어 의무적으로 쓰도록 만들었다.

재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공익사업을 하고 싶으면 설립자나 기업이 계속 기부금을 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이유로 여러 가지 비난을 받는 것이다. 물론 기업 공익법인과 대중 모금을 하는 재단을 미국에서는 구분하고 있는 차이는 있다.

 

-기업이 직접 사회공헌 사업을 하지 않고 꼭 재단을 통해야 하나?

재난 구호 기금이나 일시적인 기부는 가능하겠지만, 비영리 마케팅은 보통 10년에서 20년을 두고 투자해야 사회나 사람이 변화한다.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으로서도 직접 사업을 하게 되는 경우 세금 혜택도 없고 출연자도 기부 한 돈이 훼손이 안 되니 유인이 있다. 그런 면에서 기업과 공익법인은 이율배반적이다. 

또, 재단이 기업 내부보다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있다. 별도 이사회도 있어 배분 가이드라인을 잘 설계하면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 기업의 경우 경영 상태나 지배구조가 바뀌면 지속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개인 기부보다 기업 주식을 활용해 설립하는 이유?

한국이 독특한 케이스다.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나름의 사회적 기여를 한 대다수 기업은 상장회사다.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히 없어 지속가능경영에 항시 위기를 느끼다 보니 공익재단에 경영권 방어의 백기사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독일이나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도 가능한 기능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러한 용도(공익법인)로 쓰이는 것이 사회적 이익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현재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할 때 최대 5%까지 증여세와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등 여러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데 규제를 강화한다면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공익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토론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시우 포토그래퍼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공익법인 전체에 대한 기본법이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순 자산 5% 투자하도록 한 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익사업의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해주는 강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 공익 재단이 경영권 방어 목적도 가질 수 있다는 기본 전제로 공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두 가지를 잘 살려주어야 한다. 

돈이 묶여 있으면 본연의 일을 할 수 없다. 지금 정부의 규제는 재단을 만들지 못하게 만들고 기부를 못 하게 하는 규제로 보인다. 아주 아이러니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5% 룰 관련해서 국세청이 면밀하게 감시하고 벌칙 조항도 강하게 두고 있다. 이것만 하더라도 다른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돈을 쓰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돈을 제대로 써본 경험이 없어서 검증 절차 자체가 없다. 정부 규제도 돈을 못 쓰게 하고 설립자들도 쓰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뒤늦게나마 최근 2~3년 동안 상당 재단들이 돈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5%룰 도입이 가능하리라 본다.

 

-기업 재단의 미래는?

대표적으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름은 빌 게이츠 재단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미국 재단들은 혁신 사업을 주로 한다. 재단 설립자도 존경받는다.

이러한 공익법인의 성장은 시대의 흐름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자로 참여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많아질 것이다. 이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또, 공익을 위한 자원들이 적절히 투입되는 구조가 없이 선진국으로 가기 쉽지 않다. 

특히, 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사회 혁신과 사회 위기,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그 분야에 전문적인 공익법인을 발굴해서 지원해주는 것은 정부나 민간이 할 수 없는 분야이고 기업 재단의 역할이기도 하다. 기업 재단이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공익법인은 결국 공익을 위한 것이다. 돈을 쓰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공개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기업과 재단①] 박두준 상임이사, "기업 공익법인 순 자산 5% 투자하도록 해야"
[기업과 재단②] 목적사업 아닌 용도로 악용되는 대기업 공익 재단
[기업과 재단③] 대기업의 공익재단, 실체는 의결권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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