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복지, 장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만 누리고 설립 당시 약속한 공익사업은 소홀히 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당수 기업 재단은 상근 직원 없이 기업에서 파견 나온 근무자가 겸직으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일부 재단은 장학금보다 운영비를 더 많이 사용해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재단 내부는 어떻게 통제되고 있을까요?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미디어SR이 기업과 재단 사이의 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대기업 소송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했다.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고 공익재단을 설립한 다음 이사장 등의 직책에서 지배하고 있었고, 그룹 내 핵심 혹은 2세 출자 회사의 지분을 집중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공익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공익재단이 설립된 원래의 취지는 사회 공헌 사업인데 실제 공익재단이 해당 취지에 맞게끔 사업을 운용해오고 있었는지 들여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수입·비용 구성.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공익법인 전체의 수입 및 지출 구성에서 고유목적 사업, 즉 공익재단의 원 취지에 맞는 사업을 위한 수입 및 지출은 전체의 60%를 넘어서고 있다. 수익사업을 위한 비율은 30%대였다. 반면,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의 경우는 정반대의 구조다.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 및 지출은 30%대이고 수익사업을 위한 수입 및 지출은 60%대인 것이다.

이는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설립 당시 출연 재산이나 지배구조 등을 살펴 보았을 때, 해당 재단들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밖에서 운영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

공익법인 설립 시 주식이 출연된 경우, 주식 출연자는 대부분 총수일가(78.8%)였으며, 공익법인 대표자가 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 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83.6%에 달했고, 이들이 전체 공익법인 이사회 구성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9.2%였다. 또 이들이 대표자인 경우 역시 과반(59.4%)을 넘었다. 즉,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들은 엄연히 총수일가 혹은 계열사 임원들에 의해 지배가 되고 있는 형태다.
 
그 결과, 공익재단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서 순환 출자가 발생했는데, 신규로 발생한 순환출자를 공익재단이 매입해줬다. 공익재단은 자신의 자산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주었고, 그러다보니 순환출자 주식을 매각한 그 회사의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계속 유지가 되는 상태가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사진. 김시아 기자

지난 2008년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도 들여다 볼 만하다.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박삼구, 박찬구 형제가 경쟁을 벌였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더 사야했는데 이로 인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동원됐다. 재단은 박삼구 회장이 소유한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했고 여기서 흘러들어온 자금으로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실패를 하게 되고, 이에 재단에서는 금호산업 주식을 판 뒤 해당 대금으로 총수 쪽에 있는 부실 계열사였던 금호타이어 주식을 사서 지원하기도 했다.

결국 공익 재단이 나서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확대시켰고 또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까지 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재단들이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다른 용도로 악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포착되면서, 공정위는 현재 공익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악용되지 않기 위한 제도를 개선 중에 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기업집단정책과의 김태균 사무관은 "국회에서 공익 법인이 소유한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 법인에 대해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위가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지를 현재는 검토하는 단계다"라고 전했다.

해당 제도 개선의 방향은 대기업이 지배력 확대 수단을 위해 재단을 악용하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제도 개선에는 공익 재단이 본연의 목적 사업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내용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가 공익재단 출연금 안에 상속세와 증여세 면제를 해주는 이유가 공익 목적을 위한 것인데, 대부분의 재단이 보유 재산의 극히 일부만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는 "공익 재단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세금을 거둬서 국가 차원에서 공익적 용도로 쓸 수 있었지만, 기업이 직접 자율적으로 공익사업에 기부금을 해 쓴다는 취지 하에 만들어진 것인데 세금 감면 등의 권리는 받으면서 의무는 다하지 않아서다. 미국 역시도 50~60년대에 이런 비난을 많이 받았고, 이에 조세개혁법을 통해 기업이 만든 재단은 일반 대중이 모금한 재단과 관리를 달리해 순 자산의 5%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만들었다. 이에 20년이면 모두 써야 하는 것이다. 또 재단을 가지고 계속 공익 사업을 하고 싶다면 설립자나 기업이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통제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도 공익 재단에 대한 제도 개선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할 이유다.

[기업과 재단①] 박두준 상임이사, "기업 공익법인 순 자산 5% 투자하도록 해야"
[기업과 재단②] 목적사업 아닌 용도로 악용되는 대기업 공익 재단
[기업과 재단③] 대기업의 공익재단, 실체는 의결권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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