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복지, 장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만 누리고 설립 당시 약속한 공익사업은 소홀히 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당수 기업 재단은 상근 직원 없이 기업에서 파견 나온 근무자가 겸직으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일부 재단은 장학금보다 운영비를 더 많이 사용해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재단 내부는 어떻게 통제되고 있을까요?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미디어SR이 기업과 재단 사이의 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빌 게이츠(맨 왼쪽)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제공

우리는 미국의 거부 빌 게이츠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아내 멜린다 게이츠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질병 치료, 식량 문제 해결, IT 교육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아우르며 공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밌는 점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빌 게이츠 부부가 출연한  '개인 자산'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또한 이 재단에 거액의 개인 자산을 기부해왔다. 지난 2006년부터 워런 버핏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250억 달러(한화 약 28조 원)가 넘는다. 워런 버핏도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이라는 가족 재단을 갖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부자들이 직접 자신의 자산을 내어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문화가 퍼져 있다. 그 이유로 절세, 명성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한국과는 뚜렷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 재벌가는 개인 재산을 내는 경우보다 회사의 주식이나 자산을 출연해 공익법인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공익법인은 말 그대로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공익을 위한 법인이기 때문에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에 속한다. 공익법인은 학자금, 장학금, 학술, 자선 관련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런 공익법인이 본연의 목적보다는 대기업 총수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57개 기업 중 51개가 총 165개의 공익법인을 갖고 있었다. 

공정위가 지난 6월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관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오고 있었지만, 동시에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165개 공익법인을 분석한 결과, 공익법인 설립 시 출연자는 대부분 계열사(41%)와 대기업 총수(29%), 총수 일가(22%)였다. 현금만 출연(63.6%)해 설립한 공익법인이 가장 많았고, 공익법인 설립 시 주식의 출연된 곳은 38곳으로 22.8%였다. 설립 시 주식이 출연된 곳은 주식 출연자 대부분(78.9%)이 총수일가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2008년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더 사야했는데 이로 인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동원됐다. 사진. 김시아 기자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서 총수,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무려 83.6%였다. 총수일가가 공익법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 중 66개(40%)가 총 119개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자산 중 계열사 주식 비율은 16.2%에 달했다. 그러나 주식을 통해 얻은 수익은 전체의 1.06% 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47.9%)는 총수 2세도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상 공익법인의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면세 혜택은 다 받았다. 이들 공익법인은 계열사 대부분 주식의 상속세,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현행법상 기업이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주식은 기업 한 곳당 전체 주식의 5% 한도로 증여세, 상속세를 면제한다.

이에 대해 박두준 아이들과 미래재단 상임이사(전 한국가이드스타 대표)는 미디어SR에 "경영 승계를 하기 위해 세무사, 회계사와 계약해 공식적으로 진행하면 세금을 엄청나게 내야 한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증여세를 내기까지 했는데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 재산을 많이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재단을 만들어 경영권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공익법인이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 시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기업 총수 일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국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미디어SR에 "공익법인은 원래 공익 목적을 위해 자금이나 주식을 출연해 만들어진 법인이다. 그 공익 목적에 맞게, 출연된 재산을 통해 적절한 수익이 발생해야 그 수익을 바탕으로 공익사업을 하고 사회공헌 사업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실제 총수 일가의 의결권 행사는 공익 목적인지 아닌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수일가가 공익법인이 가지고 있는 계열회사 주식의 수익 증진을 위해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인지, 지배권 행사에 보태는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국 기업집단정책과장은 "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발표된 개선 권고안을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입법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만간 공익법인 관련 최종안을 확정해 입법예고를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기업과 재단①] 박두준 상임이사, "기업 공익법인 순 자산 5% 투자하도록 해야"
[기업과 재단②] 목적사업 아닌 용도로 악용되는 대기업 공익 재단
[기업과 재단③] 대기업의 공익재단, 실체는 의결권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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