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minzada

LG그룹을 이끄는 젊은 수장, 구광모. 40세의 나이에 재계 4위 대기업 총수에 올랐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국내 TV사업, 생활가전사업 부문 등에서 일하다 2014년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그리고 2018년 6월 29일 (주)LG그룹의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원래 구광모는 LG그룹 1순위 후계자가 아니었다. 故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그의 사촌 형이 LG그룹의 장자이자 1순위 후계자였다. 그래서 타 대기업 후계자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 해외 대학으로 바로 진학하지 않고 한양대에 입학하고, 정략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을 했다.

연애 당시에도 LG그룹이 아닌, LG대리점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었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회장이 되고 나서도 그다지 달라진 모습은 없는 듯하다. 구광모는 취임 직후 임직원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공식 일정도 거의 없다. 

구광모가 총수 자리에 앉은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를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구광모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선대 회장 故 구본무처럼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갈 뿐이다. 그 흔한 회장 취임식도 건너뛰었다. 주변에서 겸손하다는 평을 듣는 구광모. 구광모를 둘러싼 사람들을 통해 그가 이끌어갈 LG그룹은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자.

故 구본무

대한민국 재계의 큰 별. '정도(正道)경영' 외길을 추구해온 기업인이다. 2018년 5월 21일, 세상을 떠났다. 

故 구본무는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정도경영'을 다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LG는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LG그룹을 초우량 기업으로 만든 주역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LG그룹 곳곳에 녹아들게 한 인물이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를 만들어 투명경영 체제를 만들었다. 

그는 아픔이 있었다. 1994년 LG그룹의 장자였던 고인의 외아들이 사고로 사망했다. 장자가 사고를 당하자 LG 가문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는 노력했지만 아들을 갖지 못했다. 결국, 2004년 구광모를 양자로 들였다. LG가문에 강하게 있었던 유교적 가풍을 따른 것이다. 당시 장자승계를 위해 동생의 자식이 큰집에 입양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故 구본무는 구 씨 일가의 첫째 아들이었고, 구본능은 둘째였다. 구광모는 4세 구 씨 일가 남자 중 가장 연장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구광모는 LG그룹의 정식 후계자가 됐다. 구광모는 고인으로부터 겸손한 자세, 배려, 원칙에 대한 가르침을 자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故 구본무의 옆에서 가르침을 받은 구광모가 '정도경영'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구본능

구광모의 친부, 故 구본무의 남동생이다. LG그룹에서 일하다 1988년 희성금속에 발을 들이고 현재 희성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구본능은 친아들 구광모가 형 구본무의 양자로 입적된 후 뒤에서 묵묵히 경영승계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겨 검찰조사를 받는 등 난관을 겪고 있다.

모든 재벌가들이 그렇지만, 지배구조 면에서 모범적이라 평가받는 LG그룹도 구광모 승계에 대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5월 LG그룹이 구광모를 LG전자 B2B 사업본부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하자 "구광모 상무는 내부에서조차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며 후진적 행태라 비판했다.

또, 채 의원은 구광모의 (주)LG 지분 확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구본능이 경영하고 있는 희성전자에 LG그룹이 일감을 몰아줘 구광모의 경영 승계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구광모가 보유하고 있는 희성전자의 주식가치를 높여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 채 의원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구본능을 포함한 LG그룹 총수 일가가 구광모에 그룹사 지분을 양도하면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오너일가 일부가 이런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특수관계인 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거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양도세를 더 내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구본능은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가족 일원 모두가 나서 장손을 챙겨주는 모습이 마치 근대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아들이 LG그룹의 총수가 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구본능의 묵묵한 노력도 드라마틱한 모습이다. 한 언론은 '아버지 구본능의 구광모 일병 구하기'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아버지 구본능이 바라듯 구광모가 LG그룹의 우두머리로서 떳떳하게 활동하려면 탈세 의혹 등을 제대로 규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효정

구광모의 아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연인이다. 구광모와 정효정은 미국 유학 시절 로체스터 대학에서 만났다. 이들은 캠퍼스 커플이 되어 사랑을 키워나가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2009년 결혼에 골인했다.

정효정은 중소기업 보락 대표의 딸이다. LG그룹과의 규모 차이에 처가와 시가 집안 어르신들의 결혼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처가도 LG그룹 집안을 부담스러워했다고.

LG그룹은 정략결혼이 많다. 한국 대기업과 사돈지간이 아닌 곳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구광모도 만약 정효정을 만나지 않았다면 국내 대기업, 정치인의 딸과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집안 어른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결혼 허락을 받아냈다. 결혼 후 별다른 구설수는 없었다. 구광모는 LG그룹 총수답게 LG그룹 특유의 조용한 사생활을 지켜나가고 있다.

권영수

구광모가 LG 경영 전면에 나서고 처음으로 한 인사 단행의 주인공. 사실상 그룹 내 2인자다.

구광모는 취임 직후 LG유플러스의 부회장이었던 권영수를 (주)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앉혔다. 대신 (주)LG의 COO였던 하현회를 LG유플러스의 부회장 자리로 보냈다. 자리를 맞교환한 것. 

권영수는 1979년 금성(현 LG전자)에 입사해 약 40년 동안 LG에서 일했다. 구광모가 살아온 세월(40년)만큼 LG그룹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는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재무에 능통하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LG 계열사를 경험했다. 

구광모의 인사 단행에는 권영수의 경영 능력이 LG그룹을 이끌어나가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무에 능통하고 다양한 계열사를 경험해, 지주회사의 리더로서 미래 먹거리 발굴, 기존 사업 강화 등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본 것. 권영수는 구본무에게도 신임과 지지를 얻은 사람이다. 

구광모는 권영수를 COO로 발탁하며 "LG그룹 운영, 전략에 대해 새롭게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이런 취지에서 권 부회장의 오셔서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권영수는 LG디스플레이를 LCD 패널 글로벌 시장 1위로 성장시키고, LG유플러스의 경영성과를 개선하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증명해왔다. 권영수는 그가 구상하는 (주)LG의 비전을 대대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LG그룹에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만성 적자, 중국 업체에 추격당하는 LG디스플레이, 구본준 부회장과의 계열분리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앞으로 그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현회

구광모가 LG 경영 전면에 나서고 처음으로 한 인사 단행의 또 다른 주인공. 구광모가 회장이 되기 전, (주)LG의 COO 부회장이었다. 당시 LG유플러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던 권영수와 자리를 맞바꿔 현재 LG유플러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하현회는 1985년 LG금속에 입사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로 옮겨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을 지냈다. 2013년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과 LG상사,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의 비상무이사로 활동했다. 2017년 말 (주)LG의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현회는 전략기획 전문가로 평가된다. LG디스플레이에서 시너지팀장을 맡아 전략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너지팀은 LG그룹의 장기적인 사업을 수립하는 곳이자 경영인의 시험대로 여겨진다. 하현회는 시너지팀에서 능력을 증명해내 전략기획에서의 전문가로 손꼽히게 됐다. 구광모와 하현회가 인연을 맺은 곳도 이 시너지팀이라 전해진다. 그 외에도 LG전자의 올레드TV 집중 전략, R&D 마곡 사이언스파크 구축 등 미래 먹거리 전략에 힘써왔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꼽히지는 않는다. 대표할만한 수익창출원이 없고 핵심 계열사인 LG화학 등에 비해 기업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 3위다. 사실상 업계 꼴찌다. LG유플러스에는 앞으로 다가올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시대에 LG유플러스의 전략적인 투자와 성장이 필요했다. 전략이 절박하게 필요한 지금, 전략 전문가인 하현회가 적합한 인물이라고 구광모는 판단한 듯하다. 

권영수가 부회장을 맡아온 2년여 동안 LG유플러스는 이익 성장을 중시했다. 하현회는 보다 과감한 경영 전략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현회도 의욕 만만하다. 하현회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성과공유회에서 "사업을 멋지게 키워내야 한다는 목표로 업무 방식을 변화시켜 LG유플러스를 더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전 임직원에게 업무 혁신을 강조했다. 

이명관

구광모의 'LG 새 판 짜기'에 권영수, 하현회와 함께 등용된 인물. LG화학의 최고인사책임자(CHO)다. 구광모는 이명관을 (주)LG 인사팀장으로 선임했다. 이명관은 LG화학의 CHO와 (주)LG 인사팀장을 겸임한다. 

'재무통' 권영수, '전략통' 하현회에 이은 '인사통' 이명관이다. 이명관은 이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주)LG 인사팀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故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인사 업무를 책임져왔다. 

구광모가 갑작스럽게 회장에 취임한 만큼 대대적인 인사이동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권영수, 하현회, 이명관의 인사 이동이 이뤄지자 구광모의 조직 인사 개편이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LG의 인사팀장 선임은 LG그룹의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구광모가 빠른 인적 쇄신을 위해 (주)LG에서 경험이 풍부한 이명관을 다시 인사팀장으로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올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Who's next

구광모 회장에 앞서 LG를 이끈 선대 회장 고(故) 구본무처럼 야구 사랑이 지극해 구단을 창단하고 구단주 자리까지 맡았던 엔씨소프트 김택진.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