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사건 발생 이후 한 달째 정상 운영 중이다.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달 17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4세 아이가 폭염 속 차량 안에 방치돼 숨진 사건이 있었다.

어린이집 인솔교사와 운전기사가 하차 과정에서 아이를 챙기지 않은 혐의, 즉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달 26일 구속됐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과 담임 보육교사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되지 않았다.

지난 달 18일, 동두천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또 한 번의 어린이집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영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보육교사가 해당 영아를 재우는 과정에서 이불로 몸을 누르는 등의 학대 행위를 했고 이것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 보육교사는 아동학대 치사 및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다. 보육교사의 쌍둥이 언니이기도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학대 행위를 방조했지만 불구속 됐다.

두 어린이집 모두 전국민을 공분케 한 사고의 당사자들이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이후 한 달이 흐른 지금, 당국은 해당 어린이집에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두 어린이 집 중 한 곳은 버젓이 정상 운영 중이고, 한 곳은 사실상 폐원됐다.

폐원된 곳은 화곡동 어린이집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16일 미디어SR에 "법적으로 폐소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해당 어린이집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나면 다른 아동에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전원조치를 한다. 사고 발생 다음 날부터 전원조치가 이뤄져서 현재는 해당 어린이집은 문을 닫았고, 다니던 아동들은 가정보육 아니면 타 어린이집으로 배치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법적 폐소 절차에는 시일이 걸리지만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구청 측에서 전원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화곡동 어린이집의 경우, 청문회를 진행하는 등, 폐소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동두천 시청 여성청소년과. 사진. 구혜정 기자

그러나 동두천 어린이집은 여전히 정상 운영 중에 있다. 동두천 시청 여성청소년과 측은 16일 "현재에도 정상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동두천 시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만으로 시청에서 행정 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시청에서도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수사 결과는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대략 두 달 뒤에야 나온다. 결국 아이들은 행정 조치가 내려지게 될 두달 여 기간 동안 해당 기관에 여전히 다닐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이집의 빈 자리를 찾기도 힘들고 가정 양육을 할 수도 없는 맞벌이 부모들로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해당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게 된다. 결국 당국이 나서 전원조치를 해주지 않는 한, 부모들로서는 방도가 없다.

실제 해당 어린이집에는 90명의 아동 중 70명 가까운 아동이 자발적으로 어린이집을 퇴소했고, 현재 20명 남짓한 아동만 남아있는 상태다. 부모들 다수가 해당 어린이집에 아동을 보내는 것에 불안감을 느껴 조치를 취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인 20명은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잔류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행정당국이 어린이집에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는 사유에는 아동학대 행위를 한 경우와 함께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여 어린이통학버스에 보육교직원을 함께 태우지 아니한 채 어린이통학버스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신체에 중상해를 입은 경우 등도 포함되어 있다.

법에 있는 사항에 대해 동두천 시가 이를 즉각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이유는 어딘지 석연치 않다. 수사 중인 사안만으로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하지만, 강서구청 처럼 사고 발생 다음 날부터 아동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원조치를 시행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동두천에서 발생한 끔찍한 비극은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해 당국의 처벌 수위가 낮으니 법으로 이를 엄중히 다뤄달라는 국민적 여론으로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느긋하게 뒷짐을 지고 있는 동두천 시. 결국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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