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징역 10개월 선고, "성차별 없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징역 10개월 선고, "성차별 없다"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8.08.1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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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언어로 이루어진 피켓을 든 혜화역 시위대. 사진 김시아 기자
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김시아 기자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누드모델을 불법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여성 안 모 씨(25)가 13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며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여성들은 이번 판결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불법촬영 가해 남성들이 벌금형, 선고유예(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특정 기간 동안 사고가 없으면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반면, 여성이 가해자가 되니 형량이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이 판사도 여성들의 주장을 의식한 듯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불법촬영해 남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올린 남성은 벌금 200만 원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불법촬영 혐의는 비슷한데 형량의 차이가 커 여성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라 형량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형량을 결정짓는 데 핵심적인 것은 성별이 아닌 가해자의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이다. 

신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미디어SR에 "판사가 형을 정할 때는 피고인의 반성, 피해자의 처벌 의사(합의 여부)를 주로 살핀다. 불법촬영 판결을 볼 때 어떤 종류의 사진인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했는지, 합의금이 얼만지 등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피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건 차치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사진의 죄질이 얼마나 나쁜지, 얼마나 찍었는지, 영리를 위해 인터넷에 올렸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또,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면 형량이 준다. 합의금 액수도 형량 결정에 영향을 준다. 통상 합의금이 많을수록 형량이 줄어든다. 

각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여자친구 불법촬영물을 올린 남성이 선고유예를 받은 것은 그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선처를 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홍대 누드모델을 불법촬영해 여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린 여성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 결국 실형을 받았다. 형량 판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변호사는 불법촬영 가해자들이 약한 처벌을 받는 것은 통상 피해자들이 소송 과정을 견디기 어려워 합의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소송이 계속돼서 3심까지 갈 수도 있고, 피해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심정적으로 힘들어서 피해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나에게 '가해자가 정말로 반성의 의지가 있느냐'라고 물어본다.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판사 앞에서는 얘기하지만 실제로 잘못을 뉘우치는지는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다만, 신 변호사는 "최근 사법부 전체적으로 불법촬영 형량이 세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사법부 판단으로 양형이 좀 더 세지고 있다. 한 사람을 찍더라도 죄질이 나쁘면 징역 8~10개월 정도 선고된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성별에 따른 판결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왜 분노하는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판결이 편파적이라는 여성들의 주장은 지금까지 불법촬영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변호사는 "일반 국민감정에 따라 불법촬영을 더 엄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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