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근무시간만 줄이면 된다" VS "노동 환경의 질을 개선해달라"

34.4%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2 주말 드라마 '같이 살래요'의 영광 속에는 그늘이 있다.

바로 제작 스태프들이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8월 31일 '같이 살래요' 관계자들과 만나 1일12시간 노동‥12시간 휴식과 주68시간 노동시간 보장 및 야근 교통비 지급 등을 요구했다. KBS의 정성효 드라마 센터장, 황의경 CP, 지앤지 프로덕션의 최재석 제작 총괄 등이 자리한 가운데, 희망연대노조의 요구에 KBS 측이 10일까지 답을 주겠다고 했다.

이후 희망연대노조 측은 KBS로부터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12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방송사인 KBS와 제작사인 지앤지프로덕션은 "방송제작현장의 노동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그들이 열흘 동안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이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KBS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으며, 지앤지프로덕션은 주68시간 이내의 노동시간 및 점심 및 저녁식사 최소 1시간 보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조는 "비정규직 드라마 제작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사 간 공식적 협의가 진행되었다는 점, 원청인 KBS가 노사 간 협의에 참석해 향후 지속적으로 노사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에 대해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같이 살래요' 제작환경의 일일 노동시간이 지난 달 31일 이후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단축되는 효과도 얻어냈다.

그러나 문제는 주68시간 근무 준수를 위해 KBS와 제작사 측은 일일 당 노동시간이 아닌 노동일수를 줄여버렸다는 점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일급 개념으로 수당을 받는 스태프의 경우에는 법 개정의 취지인 노동 조건의 질적 개선 없이 도리어 임금 삭감이라는 부작용만 따라 오기 때문이다.

희망연대노조는 "노동시간이 지난 달 31일 이후 약간 단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아침 6시30분에 출발해 밤 12시에 출발지에 도착하는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일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1주 노동시간을 단 3일의 촬영 기간에 적용하는 편법에 불과하다"라며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는 과도한 1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스태프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희망연대노조는 '같이 살래요'의 A팀 촬영 일수가 기존 4일에서 3일로 줄어들면서 25%의 임금 손실을 입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각 팀별 감독과 일별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조명, 동시녹음, 그립팀 스태프들이 포함된다.

희망연대노조는 "원론적 입장이 아닌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노동조합 역시 임금 보전을 비롯한 '12시간 노동 ·12시간 휴식' 보장을 위해 추가적인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른 드라마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다른 지상파 방송사 및 제작사들과도 공식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작사인 지앤지 프로덕션의 최재석 제작 총괄은 13일 미디어SR에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나라의 정책 방향에 동의해 같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완벽한 계산 속에 진행할 수 있을테고 이후에 제작하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려 한다. 하지만 '같이 살래요'의 경우에는 촬영 시작 시점이 작년이라 충분히 준비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잘 해보려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최재석 제작 총괄은 "다만, 임금의 삭감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점이 다 달라, (희망연대노조의 주장에) 확신이 안 든다"라며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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